성인 같은 선생님 (29)

2014.08.25 13:26:00

비가 그칠 줄 모른다. 지금도 내리고 있고 내일까지 비가 내린다고 한다. 자연이 서서히 무서움을 느낄 정도다. 자연의 혜택을 입고 살면서도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있으니 뭔가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제 비가 그만 그치면 좋겠다.

성인은 과거의 은혜는 꼭 갚는다. 밥 한 끼 베풀어준 덕도 반드시 갚는다. 사람다운 사람이다. 은혜를 모르는 背恩忘德의 사람이 아니다. 고마움을 늘 지니고 산다. 작은 것 하나라도 은혜를 입으면 그것을 갚는다. 냉수 한 그릇이라도 대접을 받으면 그것에 대한 감사를 기억한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은혜를 알고 꼭 갚는다. 아주 작은 것까지 자신에게 끼친 은혜가 있으면 잊지 않는다. 늘 기억하면서 몇 배, 몇 십배로 갚는다. 이게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져 학생들도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한다.

성인은 변화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범인은 다르다. 수시로 바뀐다. <사람 낯빛은 지위의 높고 낮은 좇는다> 세상은 는 상대의 처지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인정이란 늘 상대의 지위나 권력 변화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법이다. 이렇게 하는 이가 바로 범인이다. 범인은 늘상 상대에게 경제력이나 권력이 있으면 따르고 없으면 등을 돌린다. 하지만 성인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인정은 늘 변한다고 하지만 성인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언제나 심지가 굳다. 변함이 없다. 권력이나 경제력을 가진 이가 있어도 그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이게 선생님의 장점이다.

성인은 사랑을 베푼다. 공자는 내가 인을 하고자 하면 곧 인에 이를 것이다고 했다. 인이 멀리 있는가? 아니다. 인은 가까이에 있다. 자기가 진지하게 인을 구하기만 하면 인은 지금 여기에 나타난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공자다. 인은 곧 사랑이다. 남에 대한 사랑. 남에 대한 배려이다.

사랑은 자기가 베풀어야지 남에게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면 이는 성인이 못된다. 남에게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기보다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성인의 태도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그러하다.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사랑을 베푼다. 사랑을 실천한다. 풍성한 사랑을 가지고 나누어준다. 이런 선생님의 본을 받은 학생들은 작은 것 하나라도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성인은 한 일에 천 번 생각을 한다. 한 일에 천 번 생각을 해도 반드시 한 번의 실수가 있는 법인데 천 번 생각을 하지 않으면 실수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 생각을 많이 해도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할 수가 있다. 즉 千慮一失이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최대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천 번 생각을 해도 실수가 있는 법인데 그렇지 않으면 실수의 연발이 되고 많다. 성인 같은 선생님이 신중을 기하고 생각을 거듭하는 것은 교육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한 지혜로운 행동이다.

성인은 귀중한 것과 가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범인은 반대다. <한비자> 외저설좌 상의 일화에 ‘상자를 사고 구슬을 돌려 보내다’는 말이 나온다.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알록달록하게 장식한 목란 상자에 주옥을 넣었다. 그런데 정나라 사람은 상자만 사고 그 속에 든 주옥을 돌려보냈다. 가치 있는 것은 돌려보내고 가치 없는 것만 산 격이 되었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는 것, 가치 있는 것과 가치가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과 가치 있는 것은 놓치지 않는다.

성인은 아무리 쓰디쓴 경험이 있다 해도 지나치게 꺼리고 겁내지 않는다. 범인은 다르다. 한 번 쓴 경험을 맛보면 꺼려하고 두려워한다. ‘뜨거운 국에 화가 나면 찬 무침도 불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범인은 그러하다. 누구나 쓴 경험을 맛보면 그와 유사한 일은 멀리한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담대함이 있다. 쓴 경험이 있으면 꺼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오히려 약으로 삼는다. 새로 도전한다. 용감하다. 선생님의 강인함이 이럴 때 나타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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