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장, 나쁜 교장

2014.08.30 15:58:00

9월은 1년에 두 번 있는 교원 인사의 달이다. 부푼 가슴을 안고 새 학교 교장으로 취임하는 분께 축하의 말을 드린다.

새로 취임하는 교장은 교직원들에게 기대와 설렘, 그리고 두려움과 실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학교장으로 임용되시는 분도 새 학교의 교직원과 학부모, 지역사회 분위기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발령받기 좋은 학교란 어떤 학교일가?

내 경험으로 불만 직원이 많은 학교, 민원이 많은 학교를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런 학교는 대부분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하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학교에서 조금만 정서적 교감 장치를 만들면 힘들지 않고 교장으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민원이 없는 학교, 교직원 만족도가 높은 학교는 아무리 애써도 전임교장과 비교를 받게 된다. 그리고 전임교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은 만족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좋은 교장이 되고 싶다. 하지만 교직원과 학생들의 마음에 남는 교장으로 되기 위해서는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리더십은 공부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 그릇이다.

새 학교에 들어가면 먼저 바꾸기를 아껴라.

사람들은 습관이라는 버릇이 있다. 담배가 백해무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아직도 피우는 사람이 있다. 학교 교육활동도 그렇고 사람을 다루는 일도 마찬가지다.

후반기 교장으로 임용된 분들이 알아야 할 일은 교육과정의 영속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욕심과 조급증을 버리라는 것이다.

교장으로 포부를 갖고 처음부터 새로운 개혁을 매진하는 일은 교직원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일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몇 달은 걸리게 마련이다. 적어도 6개월 정도는 관망해라. 그것이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고 자신의 구상과 포부를 실현하는 일이다.

다음으로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의존할려 하지 말라. 카리스마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북한의 왕조체제, 히틀러의 리더십에서 깨달아라. 의전을 좋아했던 몇몇 전임 교육부 장관도 카리스마의 노예다.

카리스마 리더십의 궁극적 문제는 정서적인 교감 나누기에 서툴다는 것이다. 정서적 교감 나누기에 서툴면 사람의 진실된 언어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떻게 얻은 자리인데, 대접받는 일에 기뻐하지 말라.
교장은 잠시 빌린 심부름꾼 자리다. 유치원에 들어가면 유치원 아이처럼 낮아지고 교실에 들어가면 초등 아이처럼 낮아져라. 그리면 아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학부모를 만나면 학부모처럼 되고 선생님을 만나면 선생님처럼 되어라. 그럼 선생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학부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이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리더십이다.

다음으로 민원을 두려워하지 말라. 민원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교육청 관료들이다. 학교는 교육청의 부하가 아니다. 오히려 그 위에 존재해야 건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청이 싫어하는 민원도 마찬가지다. 교육적 가치와 소신을 먼저 생각하라. 교육청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양심과 철학의 소리에 흥분할 줄 알아야 한다. 민원 때문에 상처받는 선생님이 생기지 않도록 소신있는 교장이 되어라. 그럼 직원들이 따를 것이다.

학부모들도 진정 따르는 사람은 민원에 두려워하는 교장이 아니라 소신이 있는 교장이다. 그것이 철학이 있는 교장이다.

철학이 있는 교장은 교육의 방향성이 일정하다. 그러나 철학이 없는 교장은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바꾼다.

직원들을 편하게 대하는 교장이 되어라. 어떤 선생님은 전교조교사고 어떤 선생님은 무능하고 어떤 선생님은 발언권만 행사하지 할 일을 않는다는 남들의 평가를 지워라. 사람은 아무리 나빠도 좋은 점이 있다.

편하게 대하는 일은 게으르고 무질서하게 근무하도록 만드는 교장이 아니다. 쉬운 길을 만들어주고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고 일러주는 교장이다.

좋은 교장과 몇 년 지나면 ‘우리가 그것까지 했어.’, ‘확실히 아이들이 달라졌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쁜 교장은 일만(바꾸기만) 열심히 했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직원들이 느끼는 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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