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같은 선생님 (33)

2014.09.12 14:28:00

성인은 제 마음속의 나쁜 생각을 타파할 줄 안다. 보통 사람들은 산속에 출몰하는 나쁜 적을 격파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제 마음속의 나쁜 생각을 타파하는 것은 어렵게 여긴다. 하지만 성인은 산속의 나쁜 적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속의 나쁜 생각까지 타파할 줄 안다. 명나라 왕양명은 ‘산속 적은 잡기 쉬워도 마음속의 적은 잡기 어렵다’고 하였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마음속의 적도 잘 잡아낸다. 마음속에서 자라는 나쁜 생각까지 잘라낼 줄 안다. 내 속에 악이 자라는데 어찌 학생들을 선하게 이끌 수 있겠나? 그럴 수 없다. 이를 잘 아는 선생님은 모두가 내 마음속의 악을 잘라내는 데 최선을 다한다.

성인은 성실할 뿐만 아니라 배우기를 좋아한다. ‘열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도 충성스럽고 신의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라고 공자는 말했다. 하지만 나처럼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성인은 충성스럽고 신의도 있고 성실해야 하지만 또한 배우기도 좋아해야 한다. 성인은 인간의 성실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적 연찬을 통해 시야를 넓혀 나간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공자처럼 근면 성실할 뿐 아니라 늘 충성스럽고 신의도 있다. 그리고 배우기도 힘쓴다. 그래서 방학이 되어도 자기연찬을 통해 지적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범인은 성인이 될 수 없을까? 될 수 있다. 범인도 스스로 순화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 ‘순금인 까닭은 색깔 때문이다’고 명나라 왕양명은 말하였다. 정금인 이유는 완전한 색깔에 있는 것이지 무게에 있지 않다. 순금이 이유는 완전한 색깔에 있는 것이지 중량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냥의 순금이든 1만 일의 순금이든 색깔은 다 똑같기 때문에, 사람은 모두 요순이 될 수 있다. 범인도 스스로 순화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

우리 선생님도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 성인 같은 선생님이라 말할 수 있다. 희망이 있는 말이기에 희망 속에서 성인 닮으려고 애쓴다.

성인은 汚濁,오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국시대 초나라 굴원이 새로 목욕한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 막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막 목욕한 사람은 반드시 옷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입는다. 깨끗하고 비타협적인 굴원이 관직을 박탈당하고 강남에 유배되었을 때, 어느 어부가 세속의 흐름에 따르라고 충고했다. 굴원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서 쓴다>고 말하며 세속의 더러움을 거부하였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그러하다. 세속의 더러움을 거부한다. 오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늘 자신을 깨끗하게 하고 깨끗함을 유지하고 애쓴다.

성인은 사람을 오래 사귀어 익숙한 이를 좋아한다. 사람은 예사람 만한 이가 없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이 한 말이다. <옷은 새것 만한 것이 없고 사람은 옛 신하가 좋다.> 공자는 안영의 높이 평가하여 <안평중은 남과 사귀기를 잘한다. 오래 사귀어도 그를 공경한다>고 칭찬했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평생 같이 교직생활을 하면서 사귄 친구를 좋아한다. 믿음이 간다. 신뢰를 지킨다. 성인도 슬픈 감정을 가진다. 전한 무제 추풍사에 ‘즐거움 다한 곳에 슬픈 정 너무 많아/청춘이 얼마이더냐 이 내 늙음 어이하리’라고 노래하였다. 歡樂,환락이 극에 달하면 슬픈 감정이 북받친다. 한창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늙음을 피할 방법도 없다. 한창때가 지나면서 생기는 불안과 두려움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성인 같은 선생님에게도 한창이 지나면 슬픈 감정이 찾아온다. 불안과 두려움이 찾아온다. 이는 어느 누구에게나 오는 법이다. 그렇지만 낙심하지 않는다. 보람을 심고 행복과 기쁨을 누리며 사는 삶이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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