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같은 선생님

2014.12.11 10:03:00

미국의 한 선생님이 선물을 내밀었다. 무엇인가 보았더니 자그만 고구마 한 상자였다. 나누어 먹고자 보니 삶은 것이 아니었다. 전날 그 선생님에 대한 칭찬을 했더니 이심전심으로 통했나, 이런 선물을 받게 되다니! 평소에 반갑게 맞아주고 친절을 베푸니 이런 선물을 받게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고구마 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고 상자에 들어있는 걸 보니 아마 상점이나 마켓에서 산 모양이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날은 겹으로 좋은 날이 이어진다. 교무선생님은 직접 차를 끓여 오셔서 차를 컵에 부어주신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커피의 향기보다 더 구수한 것이 두 선생님의 사랑의 향기가 아닐까 싶다.

오늘 어느 신문 사설의 제목에 ‘등대’라는 말이 나오기에 등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옛날에 바닷가에서 6개월을 근무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작은 등대가 있다. 그 때는 그 등대의 역할과 고마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등대는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등대가 없으면 밤에 다니는 배가 길을 잃어 방황하게 되고 사고도 일으키게 된다. 수많은 배들이 등대의 불빛을 보고 방향을 잡는다. 그 방향에 따라 배를 움직인다. 이렇게 고마운 일을 하는 게 등대다.

우리 선생님이 바로 등대와 같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하는 등대와 같은 선생님,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자기의 역할을 감당하는 등대와 같은 선생님, 이런 선생님을 생각하면 교직에 평생 몸담았는 게 자랑스럽고 기쁘다.

쉼이 없는 등대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듯이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방황하는 학생, 방향을 잃고 있는 학생,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빛을 보여주는 선생님이 얼마나 고마운가?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같이 그렇게 한다.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도록 그렇게 한다. 그러니 이제는 등대 같은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낼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들이 등대와 같은 인도자의 역할을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도 쉬지 않고 안내자 역할을 잘 하고 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화내지 않는 것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어느 성인의 말씀이다.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할 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방황하게 되고 길을 잃게 된다.

등대는 밤에만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다. 낮에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오면 고동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방향을 잡게 한다. 배는 그 소리를 듣고 방향을 잡는다. 방향을 잃으면 사고 나기 쉽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없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려워할 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도 관심을 가진다. 빛을 보내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빛 대신 소리로 방향을 잡게 하듯이 선생님도 다른 방법으로 학생들이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을 잡아준다.

방향이 참 중요하다. 방향을 놓치면 파선한다.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방향을 잃으면 모든 수고가 헛수고가 된다. 방향을 잃으면 간 것만큼 되돌아온다. 유턴을 하든지 좌회전, 우회전을 해서라도 다시 방향을 바로잡는다. 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는 이가 바로 우리 선생님이다.

등대는 성실하다. 성실하지 못하면 등대 역할을 못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 일을 잘 감당한다. 배를 움직이는 선장도 등대에 대한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들도 선생님이 잘 안내해주고 하면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는 선생님, 실망하지 않는 선생님은 등대 같은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등대는 초라하다. 등대를 보라. 등대가 웅장하지도 않다. 겉보기는 너무 초라해 보인다. 이게 무슨 역할을 하나,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등대 같은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의 겉모습을 보면 크게 존경하고 싶지도 않다. 크게 대단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의 역할을 막중하다. 대단하다.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등대는 외롭다. 아무도 곁에 없다. 그 어두운 곳에서 땀을 흘리며 자기의 할 일을 한다. 등대의 수고가 있기에 배의 사고가 없다. 어선들이 쉽게 고기잡이를 할 수 있고 목적지로 돌아올 수 있다. 등대 같은 선생님의 남모르는 수고, 외롭게 땀흘리는 수고로 학생들은 잘 자란다. 바르게 성장한다. 오늘도 등대 같은 선생님은 힘들어도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힘차게 교실로 향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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