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에 대한 소고(小考)

2015.01.06 15:14:00

날씨가 많이 따뜻하다. 다행이다. 추운 겨울이 되면 가난한 사람이 살기가 힘들다. 난방을 하지 못해 추위에 떨면서 밤을 지낸다. 캄캄한 밤이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햇살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런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날씨가 늘 따뜻하면 좋겠다.

세월은 참 빠르다. 벌써 6일이다. 시간을 단단한 밧줄로 묶어놓아도 소용없다. 아무도 시간을 붙들어 맬 장사가 없다. 이 흐르는 시간에 순응하면서 짧은 마디마디의 시간까지 잘 활용하고 의미있게 사용해야 하겠다.

나이가 들면 밤낮을 조절 못한다. 어떤 때는 새벽 2시, 어떤 때는 3시, 어떤 때는 4시에 잠이 깨기도 한다. 이럴 때 누워서 공상만 한다면 정말 무의미한 시간이 되고 만다. 일어나 책을 보고 생각하고 공부하면 새벽이라는 시간이 참 유익이 된다.

오늘 새벽에 어떤 책을 읽다가 말(言)이 내용과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내용과 형식이 함께 갖추어줘야 함을 깨닫는 아침이다. 형식을 무시하고 내용만 강조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내용을 무시하고 형식만 취하는 이도 있다. 둘 다 아쉽다. 내용과 형식이 함께 갖추어져야 더욱 빛이 날 것 같다.

학생들이 학교에 갈 때 교복을 입고 가는 것이 정상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교복을 입지 않고 등교를 했다면 보기가 좋을까? 교실의 모든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수업을 하는데 자기만 사복을 입고 수업을 한다면 분위기가 좋을까? 그렇지 않다. 이 학생으로 말미암아 옥의 티가 되고 말 것이다.

일본의 토료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교복이었다. 교실마다 둘러보곤 했는데 그들의 교복은 우리가 옛날 학교에 다닐 때의 교복 그대로였다. 남자는 검은 옷이었고 목에는 흰컬러가 있는 것이었다. 여학생은 옛 우리 학생들의 교복 그대로였다. 이들의 수업분위기가 참 좋아보였다. 교복이 한 몫을 차지했다.

중국의 월수외국어학교에 방문했을 때 그들은 교복 대신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등하교할 때도 체육복을 입었다. 그들도 나름대로 특징있는 옷을 입어 그런지 수업의 분위기는 좋았고 집중력도 좋았다.

선생님들의 복장도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옛날처럼 제복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들의 학교에서 입는 옷은 가장 깨끗하고 단정한 옷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굳이 정장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모두가 교복을 입고 수업을 하는데 가르치는 선생님의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면 학생들의 마음에 선생님이 어떻게 비칠까?

예식에 참석할 때는 예복을 입는다. 결혼식에 갈 때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간다. 혹 그러하지 않는 이들을 보면 보기가 좋은가? 장례식에 갈 때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매고 간다. 예를 다한다. 반면에 등산복 차림으로 장례식에 가면 상주들의 마음이 어떠할까?

등산을 갈 때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가면 등산객들이 이 사람을 어떻게 보나? 좋게 보지 않고 우습게 볼 것이다. 친구를 만날 때는 편한 옷을 입고 간다. 귀한 사람을 만날 때는 좋은 옷을 입고 정장을 해서 간다. 산책을 갈 때 바람을 쐬러 갈 때 양복을 입는 것하고 청바지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가는 것 하고 어느 것이 어울리나?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출근할 때는 여기에 맞는 옷을 입는 게 좋다. 교실에 들어갈 때 옷이 단정하지 못하면 학생들이 볼 때 우습게 보인다.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여기지 않는다. 선생님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실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단정한 복장에 실력까지 갖춘 선생님이라면 내용과 형식이 모두 갖추어진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치마의 젊은 여선생님을 보면 아찔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업은 하지 않고 선생님의 외모에만 눈을 돌릴 것이다. 치마는 길수록 좋고 위의 옷은 노출되는 것보다 감추어진 옷이 좋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복장에 대한 기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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