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대한 소고(小考)

2015.01.08 09:16:00

선생님은 수업을 잘 듣는 학생을 좋아한다. 반면 학생들은 수업 잘 하시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수업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하루에 수업을 듣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집에 돌아와서 머릿속에 남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학생들은 집에 와서 선생님의 수업 외적인 이야기, 즉 구수한 이야기, 노변정담 같은 것을 좋아한다. 또 그것만 머리에 남는다. 이런 선생님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돌 속에 있는 금을 캐는 것이 아니라 돌만 캐고 그 무거운 것을 값없이 들고 온다. 그러고도 만족한다. 이런 학생들은 헛수고만 한다.

선생님도 수업 외적인 것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노변정담 같은 것을 말하면 시간도 잘 간다. 수업준비를 안 해도 되니 부담도 없다. 이런 선생님이 오히려 인기가 많고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금보다 돌이 더 많은 수업인데도 말이다. 이게 몸에 배이면 선생다운 선생이라 할 수 없다. 세월이 지나면 학생들은 좋은 선생님인지 아닌지를 분간해낸다. 그러면 선생님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살아나게 된다.

그러기에 수업에 대한 선생님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학원 강사들의 동영상을 보면 노변정담 같은 말은 수업의 1% 도 되지 않는다. 나의 수업 중 노변정담 같은 말은 몇%나 되는지 살펴볼 일이다.

학생들의 수업 태도 또한 중요하다. 수업을 잘 들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는 이와 그렇지 않는 이는 금을 얻는 수확이 누가 많을까? 말할 필요가 없다. 수업시간에 잡담하고, 잠을 청하고, 스마트폰 만지고, 다른 책 보고 하면 금싸라기도 못 얻는다. 온갖 잡다한 것만 얻는다.

선생님께서 시간을 쪼개서 교재연구를 해서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소홀히 하다니! 안 될 일이다. 선생님의 청산유수 같은 강의가 아니라고 외면하면 누구 손해냐. 선생님의 논리적인 수업이 아니라고 수업태도가 좋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 돌만 얻는다. 수업에 집중하면 수업에서 핵심을 놓치지 않고 금을 캔다.

수업을 들을 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좋다. 또 선생님, 하고 불평하고 귀를 닫으면 자기만 손해다. 그 많은 돌 가운데 금도 들어 있다. 그것 얻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것 얻으면 성공이다.

산에 사는 사람은 산에 있는 약초를 캐는 재미로 산다. 약초 캐기가 그리 쉽나? 그렇지 않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는다. 조급하지 않는다. 느긋함이 배여 있다. 오늘 못 캐면 내일 캐고 내일 못 캐면 모레 캔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언제나 약초를 캐는 것뿐이다. 독초가 더 많은데 그 가운데 약초만 골라캐는 정성을 우리 학생들이 배우면 된다.

수업에 집중하고 열심히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은 간절함이 없기 때문이다. 건성으로 듣기 땜문이다. 아무리 병들어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수업시간을 잘 활용해 금도 캐고 약초도 캐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 중 하나가 겸손함이다. 선생님의 수업 중 어떤 선생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처음부터 듣지 않으려고 하는 이도 있다. 이러면 안 된다. 편식하는 이와 같다. 편식하는 이는 건강하지 못하다. 건강한 학생은 어떤 선생님의 어떤 수업도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지 잘 먹고 무엇이든지 소화를 잘 하면 건강한 학생이 될 수 있다. 들을 것 없다고 듣지 않고 배울 것 없다고 배우지 않으면 결국은 퇴보하고 만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수많은 말을 듣는다. 그 중에 의미있는 말을 놓치면 안 된다. 들을 것 들을 줄 아는 이가 공부를 잘하는 이라 할 수 있다. 얻는 게 없으면 수업은 망치고 만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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