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의 자세 (5)

2015.03.09 17:18:00

점심 때가 되니 봄기운이 확 돈다. 아직 완전히 꽃샘추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오는 봄을 아무도 막지 못하는 것 같다. 봄기운을 힘입어 선생님들은 교단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 가르침의 울림이 교실 속에 가득차니 학생들도 살 맛 난다. 즐겁다. 선생님들도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다. 아마 비타민을 먹지 않아도 비타민을 먹은 듯이 힘이 솟는다. 봄이 주는 유익이다.

선생님은 평생 교직에 몸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장구하는 법을 알아야겠다. 장구하는 법이란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자연의 대표가 하늘과 땅이다. 하늘과 땅은 장구했다. 끝이 없다.오래 간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넓고 큰 마음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선생님들은 넓고 큰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학생들이 바뀌었는데 그 많은 학생들이 마음에 다 들 리가 없다. 그렇다고 속이 좁은 사람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 자기만 손해다. 오래가지 못한다. 선생님으로서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 여러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것만이 선생님들이 살 길이다.

속 좁은 학생들을 대할 때 선생님도 따라 속이 좁으면 학생들을 가르칠 수가 없다. 속을 넓히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 천장지구(天長地久)란 말을 하늘을 길고 땅은 오래다,라는 뜻이다. 하늘과 땅에서 장수의 비결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늘과 땅은 언제나 자기의 할 일만 한다. 하늘과 땅은 언제나 말이 없다. 남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는다. 이런 자세가 우리 선생님들에게 필요하다. 남의 일 간섭하면 더 바빠진다. 자기의 할 일도 제대로 못한다. 말이 많아진다. 자기의 할 일만 해도 벅차다. 신학기 초에는 더욱 그렇다. 선생님들은 하늘과 땅에게서 배워야 하겠다. 자기의 할 일만 하는 것, 말이 없는 것, 간섭하지 않는 것을 하면 자신의 수명은 길어진다.

하늘과 땅은 언제나 유익을 준다. 하늘은 사람들에게 비를 내린다. 땅은 식물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언제나 유익을 주는 일을 해야만 한다. 학생들에게 유익이 되지 못하고 손해만 준다면 선생님을 그리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가치도 없어진다.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유익을 주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하늘과 땅은 항상 그 자리다. 하늘이 땅이 된다든지 땅이 하늘이 되는 일은 없다. 자기 자리를 귀하게 여긴다. 언제가 그 자리다. 하늘이 땅에 있는 적은 없다. 땅이 하늘에 있는 적도 없다. 하늘과 땅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기의 할 일을 한다.

선생님도 언제나 자기의 자리에 있으면서 자기의 할 일을 한다. 물건과 사람은 제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선생님은 언제나 선생님의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학생들과 함께 있어야 빛이 난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해야 빛이 난다.

선생님은 언제나 생각이 학생뿐이어야 한다. 하늘과 땅은 언제나 사람을 바라보고, 식물을 바라보고, 동물을 바라본다.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만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않는지, 잠을 자는지 자지 않는지, 결석을 하는지 안 하는지, 나쁜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책을 읽는지 안 읽는지...

하늘과 땅은 자신의 위치를 안다. 자신이 가장 높아도 교만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낮아도 기죽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만 다한다. 성실히 행한다. 나를 높여주고 낮추고 하는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내가 학생을 향하는 마음은 일편단심이다. 이런 마음이 있으면 학교생활이 즐겁다. 학교생활이 기쁘다. 그래서 건강도 잘 유지하게 된다.

신학기에 우리 선생님들은 천장지구(天長地久)란 말을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태도가 어떠해야 함을 알 수가 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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