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은 선생님

2015.03.26 19:44:00

봄은 서서히 온다. 하루 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교육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인내가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봄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꽃이다. 진달래꽃, 목련, 매화... 이런 꽃들이 봄을 알리고 있다.

봄은 좋다.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는 삶은 재미가 없다. 무기력해진다. 나이에 관계없이 희망이 없으면 삶의 활기를 얻지 못한다. 나에게 희망이 있는가? 나에게 꿈이 있는가, 이런 질문이 나에게 있으면 나에게도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희망이 있는 사람은 표현을 할 줄 안다. 봄에 피는 꽃들이 그들의 특유의 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낸다. 그들의 표현방법은 아름다움이다. 사랑이다. 그들의 표현방법은 향기다. 그들의 표현방법은 침묵이다. 이들을 보면서 나도 표현할 줄 아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사랑으로 표현하고, 향기로 표현하면 학생들은 찾아오고 즐기고 추억을 남긴다.

표현방법이 꼭 말로써 하지 않는 것이 꽃의 방법이다. 이들은 날리기만 하지 말을 하지 않는다. 말로 나타내지 않고 행동으로 나타낸다. 아름답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찾아간다. 멈춘다. 사진을 찍는다. 관찰한다. 미소를 머금는다. 표현방법이 꼭 말이 아니라도 된다. 아름다운 행동으로 다가오는 봄의 꽃처럼 표현하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희망이 있는 사람은 푸름으로 자신의 희망을 나타낸다. 생명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조그만 싹들을 보면 신기하다. 그들에게 희망이 있기에 푸른 옷을 입고 나타난다. 보기는 초라해보이고 약해보이지만 활기차다. 힘이 솟는다. 강해보인다. 조금만 더 있으면 땅에도 푸름이, 나무에도 푸름이, 산에도 푸름이, 들에도 푸름이, 온 세상이 푸름으로 다가올 것이다.

봄은 장래의 각오가 대단하다. 머지않아 열매로 다가올 것을 약속한다. 꽃이 핀 자리에 잎이 나고 나중에는 열매로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선생님은 참 좋다. 장차 열매로 나타날 것을 다짐하는 선생님은 존경스럽다. 하나하나의 과정을 보여주는 선생님은 믿음직스럽다. 성실하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생님은 미덥다. 이런 과정의 모습들을 보는 학생들은 마음에 평안을 얻는다. 함께 배운다. 함께 노력한다. 함께 진보한다.

봄을 괴롭히는 이가 있다. 바람이다. 찬 바람이다. 싹을 피우는 데 찬 바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람 같이 선생님을 괴롭히는 이가 주위에는 있을 수 있다. 찬 바람처럼 썰렁하게 만드는 이도 있다. 찬 물을 끼얹는 이도 있다. 남의 일에 줄줄이 간섭하는 이도 있다. 이들이 있어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봄은 참는다. 봄의 꽃들도 참는다. 봄의 식물도 참는다. 참는 이가 용사다. 참을 줄 아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다.

봄을 괴롭히는 것이 또 있다. 황사다. 미세먼지다. 이들은 사람을 못살게 만든다. 봄을 즐기지 못하게 한다. 심심하면 찾아온다. 심술을 부린다. 이런 것 겁을 내면 안 된다. 지혜롭게 미세먼지를 잘 이겨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차에 먼지가 너무 많다. 이게 사람 속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봄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봄의 세상을 더럽게 만들고 있다. 이것 잘 극복해야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잘 할 수가 있다.

봄을 괴롭히는 것이 또 있다. 일교차다. 아침저녁은 춥다. 낮에는 덥다. 이런 날씨는 선생님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요즘 감기환자가 많다. 선생님들이 감기 들면 학생들이 손해를 많이 입는다. 선생님이 몸살이 나서 하루 결근을 하면 그 많은 학생들에게 수업결손을 가져오게 된다.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고, 가족을 위한 것이고, 동료선생님들을 위한 것이고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에 건강관리 잘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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