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일까? 가정을 귀중히 여길 줄 아는 선생님이라 하겠다. 가정을 돌보고, 아내를 돌보고 남편을 돌보는 이를 팔불용, 팔불취, 팔불출이라 하여 못난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그렇지 않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자식을 돌보지 않고 부모님을 돌보지 않고 아내와 남편을 돌보지 않는 이는 지혜로운 것 같으나 어리석음을 행하는 자라 할 수밖에 없다.
어찌 가정을 돌보지 않고 학교일에만 전념한다고 좋은 선생님이라 할 수 있겠나? 가정이 밑바탕이 되어야 학교도 잘 돌볼 수 있다. 학교일이 힘들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어디서 생기나? 가정에서 생긴다. 아내가 격려하고 자식이 위로하고 부모님이 힘을 북돋워주기 때문에 넘어지다가도 다시 일어선다. 학교를 그만 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학생 때문에, 동료선생 때문에, 학부모 때문에, 교장, 교감 때문에, 여러 이유로 말미암아 그만 두고 학교를 영원히 떠나려고 하는 마음을 누구나 다 가졌을 것이다. 이러한 때 든든한 가족이 없다면 진짜 그만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 두면 그 때부터 해방이 아니라 그 때부터 구속이다. 그 때부터 불행이다.
다른 직장이 기다리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내가 원하는 직장, 내가 꿈꾸던 직장, 내가 하고 싶은 교직이 아니던가? 힘들다고 그만 두면 되겠나? 아니다.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족이 제일 잘 안다. 그 고비를 잘 넘기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은 언제나 나의 따뜻한 보금자리다. 나의 힘과 용기를 주는 곳이다. 나의 안식처다. 그러기에 가정을 귀중히 여길 줄 아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라 할 수밖에 없다. 가정을 소홀히 하면 그 때부터 후회가 된다.
가정이 흔들리면 교직생활을 편안하게 잘 할 수가 없다. 가정이 흔들리면 직장도 흔들린다. 가정이 흔들리면 가르치는 것도 제대로 안 된다. 가정이 흔들리면 교재연구도 안 된다. 가정이 흔들리면 생각도 온전치 못하다. 가정이 굳게 서야 학교생활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가 있고 학생도 제대로 가르칠 수가 있다. 이것을 모르면 좋은 선생님이라 할 수가 없다.
가정에서 한판 아내와 싸우고 출근을 하면 그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하루종일 손해를 입는다. 선생님의 싸움이 그대로 표출되고 만다. 말로써, 행동으로써 다 나타난다. 말도 거칠어진다. 괜히 짜증을 부린다. 괜히 잔소리를 한다. 괜히 화를 낸다. 괜히 수업외적인 것으로 시간을 때운다.
가정에서 자녀들과 한판 싸우고 나면 학생들에게 잘 지도할 수가 없다. 계속 머릿속에는 애와 한판 싸운 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양심의 가책을 받아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할 수가 없다. 자기 자식도 바르게 가르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자식 가르치느냐고 양심이 찌른다. 가정에서의 불화는 학교의 불화로 이어진다. 가정에서의 평화가 학교의 평화로 이어진다.
옛날 대학 다닐 때 한 교육학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셨다. ‘너들은 장차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그 중의 한 학생이 ‘나는 좋은 남편이 되겠다.’는 말을 하였다. 교수님은 그 순수한 답변에 오랫동안 칭찬의 말씀을 이어가셨다. 좋은 교사가 되겠다. 훌륭한 인물이 되겠다가 아니라 좋은 남편이 되겠다, 가정부터 지키겠다는 말은 우리 모두의 소박한 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남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이제 남편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좋은 남편이 되는 게 꿈입니다.’ 이런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라 말할 수 있겠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선생님,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