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진딧물과의 전쟁 선포하다

2015.06.09 16:48:00

농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농작물에 애정이 있어야 한다. 애정이 있는 농부는 가꾸는 농작물을 그냥 바라보지 않는다. 세심히 관찰하고 농작물이 건네는 말을 알아듣는다. 그리고 그에 맞게 조치를 취한다. 식물과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다.

몇 년 간 아파트 베란다에서 농작물을 가꾸면서 도시농부를 자임했었다. 그런데 올해 고추농사는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기온이 높고 가뭄이 심해서 일까? 고추잎 새순을 자세히 보면 소름이 끼친다. 그 여린 순을 빨아먹는 놈이 생긴 것이다. 바로 진딧물 무리들.

이 진딧물 어떻게 할까? 내가 키우는 것은 고추이지 진딧물이 아니다. 당연히 박멸해야 한다. 그러나 이 진딧물 방제가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담배꽁초를 주워 잿물을 만들어 붓으로 발랐었다. 그러나 그 때 뿐이다. 다시 진딧물이 번창한다.


아내와 나는 아침 기상 후, 퇴근 후 돌아와 진딧물 잡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 진딧물 그냥 대충 보아서는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돋아나는 새순 속에 숨어 있다. 그리고 꽃망울, 꽃잎에 붙어 고추의 진을 빨아 먹는다. 진딧물 대기 장소도 있다. 고추잎 뒷면에 무더기로 숨어 있다. 고추의 성장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진딧물 방제 방법으로 가장 손쉬운 것이 손으로 으깨어 죽이는 것이다. 고춧잎에 비벼도 금방 죽는다. 그러다 보면 고추잎이 흉하게 변한다. 그러나 이들의 번식력이 얼마나 센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아내는 고추의 새순을 손가락으로 ‘툭’ 건들여 털어낸다. 그러나 이 방법은 어디까지 임시방편이다.

가장 완벽한 방제 방법은 농약을 사다 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친환경 방제가 아니다. 그러나 고추 모종 몇 개가 자라는데 농약을 사 올 수 없다. 친환경적 방법으로 방제를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진딧물 번식력보다 죽이는 것이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 우리 아파트에 구원세력이 도착했다. 바로 무당벌레. 작은 무당벌레 한 마리가 고추잎에 앉아 식사 중이다. 무당벌레가 먹는 것은 진딧물. 아내와 같이 무당벌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흥미진진이다. 고추잎마다 순회를 하면서 무당벌레를 먹어 치운다. 우리 집을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다.

오늘은 새로운 방제 방법을 동원했다. 세제를 물에 풀어 분무기로 살포하는 것. 새순에 분무하면서 잎을 샤워시키는 것이다. 결과는? 이것도 완벽한 방법이 아닌가 보다. 약 70-80%만 제거되었지 잎이 마르고 나면 잔존하고 있다. 진딧물 없애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아내에게 주문한다. “당신, 무당벌레 몇 마리만 잡아 올 수 있어?” 자연방제 방법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무당벌레가 모여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내가 알 수 없다. 무당벌레 5마리 정도만 있다면 무당벌레도 좋고 우리도 좋고 상생 전략이다.

진딧물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얻은 깨달음 하나. 바로 농부는 위대하다는 것. 우선 토양의 성질을 개량하여 진딧물이 싫어하는 흙을 만들어야 한다. 위대한 농부는 농약을 뿌리지 않고 농작물을 가꾼다. 진딧물이 끼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조치를 취한다. 이번 일을 하면서 밥상에 오르는 고추 하나도 그렇게 귀하게 보일 수가 없다. 도시농부와 진딧물과의 전쟁, 과연 누가 이길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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