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예우 이대로 좋은가?

2015.09.14 13:12:00

누구나 좋아하는 화창한 가을이 왔다. 가을이 되면 학생도 마음이 맑고 밝아지며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학생들 중에는 건강의 리듬을 잃고 헤매는 이도 있고 선생님들 중에도 건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도 계신다. 환절기에 건강에 유의하는 것이 학교생활을 더욱 알차고 보람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학교에서 가장 바쁘게 지내는 선생님 중의 한 분이 교감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교감선생님은 학생을 돌보랴, 선생님을 돌보랴 정신이 없다. 쉴 새가 없다. 밤낮이 없다. 고등학교에 근무하시는 교감선생님은 야자 때문에 일찍 집에 들어가지를 못한다. 매일 별을 보고 가야 하고 달을 보고 가야 한다. 하루이틀이 아니다. 매일이다. 나도 그러했다.

아침에도 누구보다 먼저 출근을 한다. 선생님이 일찍 출근을 해서 학생들을 돌보는데 교감이 늦게 출근하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교감의 자리는 힘든 자리다. 외로운 자리다. 희생하는 자리다. 그렇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분도 없다. 당연히 해야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가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선생님이 교감선생님이다.

교감선생님의 직책은 교장을 도우는 자리다. 교장이 안 계실 때는 교장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학부모님들로부터 온갖 듣기 싫은 소리는 다 듣는다.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교장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밤낮을 뛴다.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의 중간에 서서 중재역할을 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교감을 해보지 않은 분은 모른다.

어떤 교감선생님은 스스로 말하기도 한다. ‘교장이 되지 않고 교감만 하라만 할 수 없다'고 한다. 위로부터 치이고 아래로부터 치인다. '가장 불쌍한 자리가 교감의 자리라고 선생님들도 공공연히 말한다.
이런 교감선생님에게도 예우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장선생님은 교감시절을 잊으면 안 된다. 교감을 거치지 않고 교장이 된 사람은 교감의 심정을 모른다. 교감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 역할을 분담하면서 함께 학생들의 교육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야자를 교감에게만 맡기는 것은 무리다. 이러면 얼마가지 않아 쓰러지고 만다.

여러 선생님들도 교감선생님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교장의 지시를 받고 학교를 운영하다 보면 선생님들과의 의견과 상충할 때가 있다. 이 때 교감의 고뇌는 심각하다. 해결하다 못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다. 여러 선생님들이 교장선생님의 방침을 이해하고 따르는 심정으로 교감선생님의 말씀에 따라주는 것이 교감선생님을 도와주는 일이라 생각된다.

교감 수당도 너무 적다. 한 번 정해 놓으면 올라갈 줄 모른다. 그것도 너무 적다. 수석선생님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석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같은 급이라고 한다면 수당도 같은 급의 예우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왜 교감선생님에 대한 수당에 대해서는 인색한지 모르겠다. 교감선생님도 선생님들에게 학교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의논을 할 때도 있고 위로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교감선생님들에게도 교장 못지않은 수당을 책정해서 교감다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교감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교감이 손을 놓고 있으면 학교는 마비가 되고 만다. 선생님들과 교장과의 갈등이 생길 때 교감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교감의 예우 중의 하나는 명칭에 대한 것이다. 중국의 광저우에 있는 월수외국어학교에 방문했을 때 그 학교는 교감이 여러 명이 있었다. 역할마다 교감이 달랐다. 명칭도 교감이라하지 않고 ‘부교장’이라고 불렀다. 교감보다는 부교장이 훨씬 듣기가 좋다.

한 학교에 교감의 숫자를 늘이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하겠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의 토료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교감이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교감을 몇 명으로 배치해서 학교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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