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와 얌체를 아는가?

2016.01.25 09:07:00

병신년 새해가 시작 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자신에게 다짐했던 약속이 작심삼일이 된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이 허물어지는 것을 두고 보는 일은 스스로 염치없는 얌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붙잡는 화두가 염치와 얌체이다. 염치는 사람으로서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일컫는 것으로 작은말인 얌치와 같은 뜻이다. 그러면 얌체란 무엇인가? 이는 얌치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만 해서 얄미운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염치가 희미해지고 얌체가 활보하고 있다. 더 염려되는 것은 염치란 정의의 기준을 넘어선 상황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눈이다. 이런 바이러스의 확산은 사회의 기본을 무너뜨리고 있다.

청나라 때 중국번이란 사람은 난세의 조짐을 세 가지로 보았다. 첫째는 흑백을 가릴 수 없다는 것으로 틀린 것이 염치없이 옳은 척 하니 틀린 건지 옳은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선량한 사람들은 조심스러워지고 하찮은 사람들이 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선량한 사람은 그나마 염치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죽이고 살지만 염치를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은 자신의 주의와 주장을 줄기차게 외친다는 것이다. 셋째는 문제가 심각해지면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 갈대처럼 흐느적거리는 우유부단한 행동이 범람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살면서 분명히 부끄러운 일인데도 전혀 안 부끄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누가 틀리고 누가 맞는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럼 이런 현상이 우리 주변에는 없을까?

종종 대중목욕탕을 이용한다. 그곳에선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는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나 편하면 그만이라는 얌체 모습이 있다. 분명히 금연이란 문구가 있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양 목욕탕 안 화장실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며 볼일을 보고 담배 냄새를 고스란히 탕 안으로 퍼지게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 대하여 누구 하나 책하는 사람이 없다. 혹시 봉변이나 당할까 싶은 두려움 때문에 피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그런 행동은 그만두는 일이 얌치 있는 사람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용객들의 편리를 위해 마련한 등밀이 기계에 발을 문질러 각질을 벗기는 사람, 비누를 듬뿍 묻혀 등을 밀고는 물 한 바가지 부어놓고 가는 얌치 등 다음 사람에 대한 배려를 전혀 생각지 않는 얌체 형태이다. 이런 염치없는 모습을 보면 몸의 때 보다 마음의 때를 벗기는 목욕탕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바라본다.

다음은 가진 자의 얌체 행동을 살펴본다. 지난해 말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과 대국민 사과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가진 자의 갑질과 몰염치의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의 해결 추이를 지켜보면 실망감과 더불어 가진 자의 염치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가진 자에게 필요한 것은 돈보다는 염치란 것을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현대문명의 이기 자동차 운전자의 염치다. 방송에서 종종 주차 시비 때문에 일어난 사건․사고가 보도되지만 이 문제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허다하다. 나날이 늘어나는 차량으로 주차장이 부족한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주변 인근 도로는 무단주차가 무질서 그 자체다. 이로 인해 아침 출퇴근 양방향 통행은 한 쪽 차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차주들도 나름으로 애로가 있겠지만, 최소한 다른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위한 배려는 지켜야 하는 게 양심이 아닐까 한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 편하면 그만이다는 생각이 협소한 도로변에 뒹구는 차주의 양심인 것이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하고 있을까? 그것은 염치의 실종과 얌체의 득세다. 어떻게 되든 나만 잘 되면 그만이고, 무슨 짓을 해도 나만 잘살면 그만이란 생각, 한번 잡은 권력은 최대한 오래 누려야 하고, 한번 오른 자리는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하고,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최대한 잇속을 챙겨야 한다는 염치 실종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누구를 탓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을 지긋이 돌아보며 염치 있게 사는 마음 기부를 해야 한다. 돈이면 제일,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 양산의 근원을 파헤쳐 고쳐야 한다. 그 시작의 근본은 자신의 변화부터이다. 나아가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이 배려와 염치를 다시 깨워 세워야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나와 남 모두 유리하게 사는 분위기를 만들고 반쪽이 아닌 온 쪽을 계산하고 모두가 합일적 포괄적 사고방식으로의 확장을 통해 살아가는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데서 의가 시작된다고 했다. 변화는 자신부터이다. 자신의 오점을 합리화로 덮지 말고 한 번 더 추스름일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염치를 챙기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장현재 경남 상주초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