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새 월화 드라마를 선보였다. KBS ‘동네 변호사 조들호’, MBC ‘몬스터’, SBS ‘대박’이 그것이다. 이는 2015년 10월 5일 KBS ‘발칙하게 고고’, MBC ‘화려한 유혹’, SBS ‘육룡이 나르샤’를 동시에 선보인 이래 5개월 남짓만의 일이다.
월화드라마 경쟁 2라운드인 셈이다. 첫 주 승자는 ‘대박’이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은 ‘대박’ 11.5%, ‘동네 변호사 조들호’ 10.1%, ‘몬스터’ 7.3% 등이다.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SBS가 사극으로 또 한 건 하는 것 아니냐는 찬탄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동시에 시작한 3개의 드라마 가운데 내가 선택한 것은 ‘대박’이다. ‘비밀의 문’에서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이른바 퓨전 사극 따위를 애써 보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박’을 고른 것은 거의 최초로 도박의 세계가 주요 제재인 사극이란 점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2주차엔 승자가 바뀌었다. 4회에서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11.3%로 9.5%의 ‘대박’을 2위로 밀어낸 것. 그리고 다시 ‘대박’은 6회에서 ‘몬스터’에게도 뒤지는, 그러니까 꼴찌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전락했다. 방송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런 시청률 변화는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더러 다른 생각을 갖는 건 각자 자유지만, 무엇보다도 ‘막장 사극’의 진수가 주요 원인이 아닌가 싶다. 역사를 현대와 조합하여 그려내는 퓨전 사극이라곤 하지만, 너무 심하게 비틀어대고 짓이겨댄 윤색이 그것이다. 정통 대하사극에 익숙해진 탓인지 모르겠으나 보기에 영 거역스러워 나도 시청을 그만 포기하고픈 마음이다.
‘대박’은 1728년 이인좌의 난이라는 실제 역사로 문을 연다. 실제 역사는 단지 그것뿐이다. 숙종(최민수)은 미복 차림으로 도박장에 행차한다. 노름꾼 백만금(이문식)과 도박을 한다. 목적은 백만금의 아내(윤진서)를 취(娶))하기 위해서다. 숙종은 목적을 이룬다. 이후 숙빈 최씨로 봉해지는데, 실제 역사의 영조 생모이다.
숙빈 최씨는 무수리 출신이다. 물 긷는 궁녀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가정을 이루고 출퇴근했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어쨌든 드라마는 최숙빈 6삭동이 첫 아들 백대길(장근석)과 둘째아들 연잉군(여진구)이 이인좌(전광렬)를 상대로 벌이는 대결과 갈등이 뼈대이다. 그 중간 중간에 잊어버릴만하면 도박 장면이 등장한다.
투견, 투계에 이어 쥐, 개구리를 이용한 도박판까지. 심지어는 후궁들 윷놀이들이 이제껏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장면이긴 할망정 ‘역사를 바탕으로 한 창작’은 너무 막장스러워 봐주기 민망할 정도다. 숙빈 최씨의 ‘숙빈’만 해도 그렇다. ‘빈’은 내명부 품계 1위인 왕비 다음 벼슬이다. 역사에서영조의 생모는 그보다 품계가 낮은 ‘숙원’ 최씨다.
연잉군의 생모에 대한 ‘어마마마’란 호칭도 말 안 되는 소리이다. 아직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때이므로 대길이 이인좌 등에게 반말로 대거리하는 것도 영 거슬린다. 스승으로 모신다는 김체건(안길강)에게까지 반말짓거리다. 왕자가 사헌부 ‘장령’이란 벼슬을 받아 설쳐대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잉군은 ‘체포하라’ 말하는데 그 수하는 ‘추포’라고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하긴 아예 안보거나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다. 모름지기 팩션은 ‘공주의 남자’(2011, KBS)나 ‘기황후’(2013~2014, MBC)처럼 되면 그나마 역사오류를 눈감은 채 재미라도 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퓨전 사극은? 물론 재미가 1차적 목표이고 가치이지만, ‘대박’처럼 막장사극은 아니다. 종영 후 쓰는 관례를 깨고 8회 만에 이 글을 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