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고 급격한 정부 정책 피해야
내가 우리나라 국민의 0.3%에 해당하다니? 이제 부자가 되었다고 웃어야 하나 세테크를 못한 미련둥이라고 울어냐 하나?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지난 달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안내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 독자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필자의 통장에 들어 있는 금액을 대강 가늠할 것이다. 이 정도면 필자가 대한민국 갑부 대열에 끼일 정도다.
금융소득 연 2천만 원이 넘을 정도면 연이율 2%로 계산하고 최소 통장에 현찰 10억을 넣어 두어야 한다. 현찰 10억을 굴릴 정도라면 얼마나 좋을까? 실상은 그게 아니다. 난생 처음으로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조금 상회하여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고 추가로 세금을 납부할 처지에 놓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 내용을 추적해 본다.
필자는 평범한 시민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작년까지 중학교 교원이었다. 한마디로 평범한 공무원이고 샐러리맨이라는 뜻이다. 어쩌다가 그렇게 금융소득이 많이 나왔을까? 재테크를 잘했단 말인가? 아니다. 세테크를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이다. 그러니까 2012년 4월, 증권회사 ELS(주가연계증권)에 5천만 원 가입했다. 저금리 시대이기에 조금이라도 재산을 불리고자 고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한 것이다. 고수익을 제시하지만 원금 손실 위험성이 있는 상품이다.
주식 특정 종목을 기준으로 정해 4개월마다 목표 도달 여부를 확인하여 조기 상환하는데 8차에 거쳐 목표 도달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 4월, 손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2천 5백만 원은 해약하고 나머지 금액을 3년만에 만기상환했다. 한 마디로 50% 금액이 구사일생한 것이다. 여기에서 배당액 1천 8백만 원이 발생한 것. 그리하여 2015년 이자와 배당액을 합쳐 2천만 원을 넘긴 것이다.
수원세무서에서 통지한 안내문을 보고 국세청 홈텍스에 들어가 나의 금융소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국세청의 놀라운 세원 자료다. 거기에는 수협 휴면계좌 이자 1원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조합원에게 배당한 300원 이자까지 총 2천 2백여만 원의 내역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물론 증권회사 ELS의 배당금 1천 8백만 원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ELS를 제외하면 순수 이자소득과 주식 배당금을 합쳐 4백만 원에 불과한 것이다.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고자 세무사를 찾았다. 세무사는 말한다. 몇 년 전 금융소득 종합과세액 4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의 하향 조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국가에서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거두어들이려고 이런 조세정책을 썼는데 국민들에게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겼다. 그 동안 소득 발생분에 대하여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원천 징수했는데 2천만 원이 넘었다고 이중과세를 한 것이다.
필자의 경우, 금융소득 2백만 원이 초과하여 세무서에 신고하는데 세무사에게 대행 신고 수수료가 들어간다. 종합소득 자진신고로 필자가 추가로 납부할 세액이 나왔다.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포함하여 27만여 원이다. 수수료와 추가 납부액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잔머리를 굴리면 된다. 즉, 내 통장에 있는 돈을 아내 통장에 넣으면 되는 것이다. 국가의 잘못된 조세정책이 국민들에게 잔머리를 굴리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문득 30여 년 전, 우리 앞집에 살고 있는 60대 노인의 사건이 떠오른다. 그는 한평생 농사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기 농토에서 농사를 지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는데 세금이 부담이 되어 극단의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그에게 땅은 있었으나 세금 낼 돈이 없었다. 세금을 내려면 땅을 팔아서 내야 하는데 그는 자기 땅을 팔 줄 몰랐던 것이다.
지금 수원시에서는 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 저지를 위한 ‘수원시민 세금 지키기’ 100만인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갑작스러운 정부의 일방적인 지방재정제도 개편 발표로 수원시는 조정교부금 863억 원이 감소하고 법인지방소득세 936억 원 감소하여 매년 1,800억 원의 막대한 재정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수원시에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세로 바꾸어 31개 시군에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조세정책의 문제라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금융소득 4천만 원 기준을 2천만 원으로 50% 하향 조정하고, 기초자치단체 수입인 법인지방소득세에서 50%를 빼앗아간다고 하니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부익부빈익빈을 구실로 하여 개인의 잘 살려는 의지를 꺾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기초자치단체가 구태어 기업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 복지, 균형발전도 좋지만 전 국민의 하향평준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정부는 갑작스런 급격한 조세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종합과세대상 금융소득이 50%로 너무 급격하게 하향 조정되었다. 국민들에게 충격과 피해 예방 차원에서 10% 이내로 조정되어야 한다. 지방재정제도 개편도 방향이 잘못되었다. 잘 사는 기초자치단체 세금으로 못 사는 기초자치단체를 도와주겠다니 이건 ‘다함께 못 살자’에 다름 아니다.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빼앗아가겠다니 이렇게 시민의 반발이 거센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적이다. 정부는 협의, 협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