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에 언론 사회면 가십코너에 대서특필된 사건이 있었다.
서울 건국대 후문 쪽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몇 마리가 탈출한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 몇 마리는 우리에 집어넣었는데, 세 마리가 조련사들과 함께 동물원으로 돌아오다가 무엇에 놀랐는지 어느 음식점으로 들어가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일이 생겼다.
때마침 음식점 직원들과 손님들이 코끼리떼를 몰고 가는 진풍경을 구경하다가 난데없이 코끼리가 식당 안으로 몰려오자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식당에 난입한 흥분한 코끼리는 식당 기물을 부수고 풍비박산을 낸 것은 불문가지.
음식점 사장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식당에서 피해본 것은 어찌 동물원에서 변상이야 해주겠지만 앞으로 장사할 것이 걱정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음식점 사장은 창의적 발상을 하였다. 가게 간판에 “코끼리가 들어온 집”을 써넣고, 코끼리 세 마리를 그려 넣기까지 한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음식점 앞에다는 코끼리 모형을 세워 놓았다나. 때마침 외신을 비롯한 국내언론에서는 코끼리 탈출에 따른 난장판을 취재하려고 가게에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오히려 코끼리 덕분에 전국방송으로 그 가게가 알려지고, 사장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고 한다. 돈 한 푼 안들이고 홍보를 한 것이다. 음식점 벽면에는 당시 뉴스에 나왔던 화면들을 잘 갈무리해서 걸어놓기까지 했다. 한편 ‘코끼리정식’이라는 8천 원짜리 저렴한 음식메뉴도 내놓아서 입맛과 함께 입소문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그 가게는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고 한다.
이것을 단순한 사회면 가십성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여기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생각의 역발상’이라는 것이다. 코끼리로 인해 음식점이 난장판이 된 것만 생각하고 한숨만 쉬었더라면 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장은 위기를 곧 기회로 활용하였다. 일종의 실패에서 홍보라는 것으로 잘 활용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도 우리 교육정책에 적용할 수 없을까.
교육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수많은 반대와 이견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모든 정책이란 것이 완벽할 수 없어서 반드시 사회적 의제를 통해서 다듬어지고 의견이 수렴되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정책추진이 늦어지거나 혹은 좌초되는 일도 많다.
문제는 정책이 무난하게 성공했을 경우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공을 거둔 사례일 경우는 두드러지지 않으나, 좋은 의도의 정책이었지만 반대 때문에 좌초한 정책의 경우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단지 도중에 좌초했다는 것이 곧 정책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데도 완전 실패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중간에 좌초한 교육정책 중에서 바람직한 사례들을 발굴하여 정책입안부터, 사회적 의제 설정, 정책 추진 상 드러난 문제점, 개선점 등에 대해서 한 번 더 반성을 해 보고,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한 정책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 정책을 추진했던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 일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일이 괴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다시 한 번 그와 비슷한 일을 한다면 업무노하우가 생겨서 정책실패 확률을 상당히 낮출 수 있는 값진 교훈은 얻지 않았던가.
정부든 학교든 간에 공무원이 한 자리에 머무는 기간은 길어야 5년이다. 그 자리를 벗어나면 당시 업무를 처리했던 사람이 당시 경험을 기록하고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연기처럼 사라져서 후임자들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다시 한 번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지식인 암묵지(暗黙知)에 대해 공유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명시지(明示知) 뿐만 아니라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정책실패에 대해 단지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고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처럼 정책실패를 단지 실패로만 볼 것이 아니고, 거기에서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교훈을 얻어 발전시킨다면 더 나은 교육정책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