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인생교육이모작센터’를 마련하고, 올해 안에 퇴직교사 1000여 명의 인재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퇴직교사만을 위한 전문센터가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쉽게 말해 퇴직교사들의 노하우를 살리는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교육청이 직접 나선 것이라 할 수 있다.
센터 마련은 설문조사 결과가 큰 힘이 됐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연구정보원이 퇴직 또는 퇴직예정 교사 1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능 기부 의사가 있다’고 한 응답자가 83.0%였다는 것. 센터는 이를 반영해 매년 1500여 명에 이르는 퇴직교사들을 서울시내 800개 학교와 500개 각종 체험기관에 무료로 소개해줄 예정이란다.
응당 반갑고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교사 누구나 재임중에는 수업이나 학생지도 등 모든 일이 결과적으로 월급을 받고 하는 셈이었지만, 퇴직교사의 경우 순수한 ‘기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기부란 돈만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나 특기를 나누어주는 것도 기부이다. 이른바 재능기부가 그것이다.
32년 재임중 필자가 수업외 열심히 한 일은 글쓰기 지도였다. 그리고 학교신문과 교지제작 지도였다. 글쓰기 지도는 나로선 신명나는 일이었다. 나는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의 사생활도 반납한 채 학생들을 인솔하여 백일장에 다녔다. 집사람으로부터 “열녀났다”며 비아냥을 들어도 상관없었다.
나의 지도로 인해 부족한 실력을 갈고 닦은 학생들이 이런저런 백일장이나 현상공모에서 상을 받을 때면 보람과 기쁨은 어느새 두 배가 되었다. 마치 내가 상을 받은 것처럼. ‘3D업종’이라는둥 많은 국어교사들이 맡길 꺼려했지만, 내게는 그것처럼 신나고 보람된 일이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안돼’라는 기본적 열패감에 빠져있는 후기 일반계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이 나의 지도로 상을 받고 좋아할 때면 교사라는 사실이 너무 뿌듯했다. 너무 기뻤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안겨주는 일이 일반고 학생들을 소위 SKY 들어가게 지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학교신문이나 교지제작 역시 글쓰기 지도와 다르지 않은데, 막상 교단을 떠나고 보니 그런 일들이 그리워진다. ‘인생교육이모작센터’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퇴직교사 활용법’이라 할 그것이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필자가 재직했던 학교의 소식만으로도 퇴직교사 활용법이 절실해 보인다.안타깝게도 학교신문이며 교지 제작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다. 교외 백일장이나 공모전에서 상 받는 학생들이 현저히 줄었거나 아예 없다는 소식을 듣고 있어서다.
그런 일들은 유급이 아니어도 좋다. 퇴직과 함께 받게된 연금에다 아내 모르는 비자금까지 노후를 궁하지 않게 지낼 만큼은 벌어놓은 셈이니 그런 일이 무보수여도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불러만 준다면 나의 노하우가 필요한 학교들을 방문, 무료로 봉사할 것이다.
불러만 준다면 일단 학교를 찾아가 ‘글쓰기 특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글쓰기 지도만큼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도 내가 할 수 있는 영원한 나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떠나면 그만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노하우의 퇴직교사들이 적극 활용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