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는 공부를 먼저 하게

2016.09.05 09:11:00

세종과 다산에게 배우는 독서와 글쓰기



가난한 자, 책으로 인하여 부유해지고 (貧者因書富)
부유한 자, 책으로 인하여 귀해지며 (富者因書貴)
어리석은 자, 책을 얻어 현명해지고 (愚者得書賢)
현명한 자, 책으로 인하여 이로워지니 (賢者因書利)
책 읽어 영화 누리는 것 보았지 (只見讀書榮)
책 읽어 실패하는 건 보지 못했네 (不見讀書墜)
-중국 송나라의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왕안석(王安石)의 권학문(勸學文)

"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무엇보다 먼저 사람이 되는 공부를 하게."  -정민 교수의 <다산어록청상>에 나온 다산의 충고

철인 정치가 세종의 독서력

세종은 경서를 100번이나 반복해서 읽었고, 역사책은 30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책 내용을 다 외울 정도로 깊이 있는 독서를 했다. 그것은 독서로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였고 독서를 통해 쌓인 소양으로 사람됨을 우선시했다. 자기성찰이 되지 않고서 어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까?

세종은 플라톤이 <국가>에서 말한 바로 그 철인 정치를 실현한 왕이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는 철인이 다스리는 국가라고 했다. 정조 임금이 존경한 왕도 세종이다. 정조 임금이 조선의 마지막 문예 부흥기를 이끌어 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만약 정조가 요절하지 않았다면, 세종 임금처럼 철인 정치가 성공했다면 우리 역사의 물줄기는 달라졌으리라.

작금의 혼란스러운 나라 형편을 보면서 다시금 세종의 위대한 정치력이 그립다. 방대한 책을 읽고 신하들과 경연하며 질문하고 토론하기를 즐겼으며 아프고 가난한 백성들을 가슴으로 품었던 진정으로 위대한 철학자였던 세종의 지도력은 <세종실록>곳곳에 나오는 세종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산다.  -세종실록, 1423년 7월 31일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우선 믿음을 보이는 데 있다.  -세종실록, 1425년 4월 14일
그러니 백성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이 한글을 낳게 했으리라.

이 책의 저자는 세종의 독서 습관을 10가지로 제시하고 있다.(206~207쪽)
1. 조건 없이 읽었다.
2. 가슴으로 읽었다.
3. 반복해서 읽었다.
4. 사가독서제로 독서 휴가를 권했다.
5. 신하들과 함께 읽었다.

6. 토론하고 의견을 존중했다.
7. 온 세상이 다 책이었다.
8. 자연을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삼고 독서에 임했다.
9. 경전과 역사서를 읽었다.
10. 책을 통해 자신을 읽고 세상을 읽었다.

아울러 다산의 10가지 쓰기 습관도 소개하고 있다.(207쪽)
1. 외로울 때마다 글을 썼다.
2. 기록하고 분류했다.
3. 좋은 모범을 찾아 내 음성으로 썼다.
4. 뼈대를 세우고 교통정리를 했다.
5. 첨삭하고 가공했다.

6. 솔직하고 진실하게 썼다.
7. 연애편지를 쓰듯 달콤하게 썼다.
8. 자신만의 글쓰기 시스템이 있었다.
9. 순수한 자연의 소리를 글에 담았다.
10. 아름다운 글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붓을 들었다.

여기에 올린 후기는 필자의 생각보다는 베껴 쓰기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 다이애나 홍의 목소리로 짧은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신이 그토록 읽고 쓰기를 강조한 이유는 뭘까. 읽지 않으면 세상과 타인을 쉽게 원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자기성찰이다,"

필자는 이 책을 덮으며 지금 이 나라의 난맥상은 독서와 글쓰기의 빈곤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넘쳐나지만 독서 인구는 날로 줄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과학적인 글자인 한글은 있으나 그 글자로 일기조차 쓰지 않는 학생들과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자기성찰을 할 시간도 기회도 갖지 않으니 어디서나 불협화음이 넘친다.

가을이다. 이제 차분히 책을 펴자. 서늘한 가을바람은 자연이 선물한 멋진 책이다. 그 가을이 전하는 아름다운 밀어를 일기장에 써 보자. 위정자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같은 책을 읽고 국회에서 집중 토론하는 멋진 경연이 열리는 모습을 기대하면 안 될까. 선생님들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보고 싶다.
 
9월에는 우리 1학년 아이들도 같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이야기식 토론을 할 계획이다. 1학기에는 매월 독서평가와 독서퀴즈 행사를 해서 독서 근육을 키웠으니, 독서 토론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이 책이 선물한 아이디어를 실천하며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사랑하라는 세종 임금과 다산에게 얻은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초록을 남긴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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