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가 어려운 이유

2006.10.01 09:00:00

전제상 | 경주대 교수


평가는 인간이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는 한 어디서나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을 뜻한다. 교원평가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사람에 대한 평가, 즉 주관적 가치를 전제로 판단하는 것이므로 아무리 타당한 평가기준을 새롭게 설정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나름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교원평가를 둘러싼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 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와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다.

지난 8월 11일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장(50%)과 교감(50%)이 교사를 평가하는 현행 시스템을 교장(40%), 교감(30%), 동료교사(30%)가 교사를 평가하는 개선방안을 확정․발표하였다. 당초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사평가에 학생 및 학부모(10%)를 참여시키는 개선방안을 제안하였다가 교육계의 거센 반발 등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철회하였다.

현행 교사근무성적평정은 1964년부터 지금까지 교장과 교감만이 참여할 뿐 다른 이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폐쇄적 운영시스템 때문에 교사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줄기차게 진행되었지만 교육공동체간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교사평가과정에 교육공동체, 특히 학생 및 학부모가 참여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일정 부분 향상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평가의 신뢰성마저 완전하게 담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평가는 교사의 자질과 태도를 비롯한 직무수행 능력과 과정, 그리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고도의 가치판단 활동이다. 교육공동체가 교사를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교사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교육활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식견을 갖췄을 때 평가하는 사람이나 평가받는 사람이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다.

물론 교육공동체의 일원인 학생 및 학부모가 교사평가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교육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가진다. 특히 학부모는 학생 교육을 위임한 자로 학생의 학습권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지를 확인할 권리가 있으며, 학생은 교사 교육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교사평가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사평가에 있어서 누가 평가자로 설정할 것인 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교사평가의 결과는 특정 교사의 현재와 미래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교사평가의 결과가 주로 승진에만 활용되는 시스템 속에서는 동료평가, 학부모 및 학생평가의 결과가 일정 비율로 승진점수에 반영된다면, 해당교사들의 평가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 담보장치에 대한 요구가 빗발칠 것은 당연하다.

만약 이러한 교사평가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학교현장은 교원승진을 둘러싼 막심한 갈등과 혼란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 물론 교사평가에 대한 교감과 교장에 의한 폐쇄적인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동료교사, 학생 및 학부모에게 평가참여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교사근평의 결과가 승진에 반영된다는 현실적인 점들을 고려한다면 학생 및 학부모의 교원평가는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수준에 국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선진국의 경우에도 평가자는 평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가진 자로 평가결과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질 수 있는 사람에 국한하여 참여하고 있다. 미국교육연구소(Educational Research Service)가 909개 교육구의 교원평가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관리자 평가 99.8%, 동료평가 6.0%, 학생평가 3.0%, 학부모 평가 1.0% 등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조사 결과는 미국의 경우에 교사평가의 결과가 교사의 재임용과 보수 및 승진 등에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교사평가시 평가자가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의해 특정 교사에 대한 평가점수가 낮아 해고되거나 연봉 등이 삭감될 경우에 해당 교사는 평가자 및 교사평가위원회를 대상으로 각종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법정의 판결은 일차적으로 평가자 등이 특정 교사의 학생교육 과실에 대한 책임을 입증을 해야 하는 등의 절차를 가지며, 이 과정에서 교사의 교육활동 과실에 대한 인과관계 불명료성을 인하여 교사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선진국들이 학생 및 학부모의 교사평가에 참여하는 방식은 대부분 교사에 대한 만족도 정도를 알아보고 이것을 교사의 교육활동에 참고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은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적인 가치판단의 활동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등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과이다. 평가에 있어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상실한다면 평가로서의 존재 가치가 상실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평가는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전문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때 평가 존립의 의의를 가진다는 기본을 인식한 결과이다.

따라서 새로운 교사평가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외국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장 교육실정에 어느 것이 부합되는 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즉, 교사다면평가시스템의 장․단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더불어 교사다면평가 설계시 고려사항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 지, 그리고 평가자를 어떻게 구성하고 평가자의 비중은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 또한 평가요소와 평가척도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 평가결과의 활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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