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컨닝 대학생’에 퇴학 처분 논란

2006.11.01 09:00:00


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시험에서 부정행위의 유혹을 받았거나,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도한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험에서의 부정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을지라도 어떤 식으로 소위 ‘커닝’이라고 부르는 시험 부정행위가 이루어지는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하여 이러한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나 그 행위의 방법들이 다양하게 변하고 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었을지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 한두 번 시도하는 추억거리로 생각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행위도 심하면 학생의 학적을 박탈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한 논쟁이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신학기가 시작되던 지난 9월 초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는 기말고사에 있어서의 부정행위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제명조치가 부당하다는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의 결정문을 받고 이에 승복할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베이징대 시험부정행위자에 일벌백계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학기말고사를 치르던 이 학교 학생 10여 명이 시험부정행위로 학교 측에 적발되면서 시작되었다. 학교 측은 이들이 시험에 나올 내용을 요약한 쪽지 및 자[尺]를 몸에 지닌 채 시험장에 들어간 행위에 대해 엄중한 시험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퇴학조치를 내렸다.

학교 측의 입장은 대학생들의 관리를 위해 중앙정부에서 정한 ‘일반대학교 학생관리규정(普通高等學校學生管理規程)’에 명시된 ‘시험에서 타인이 대신 시험을 본 행위, 타인을 대신해 시험을 본 행위, 부정행위를 한 행위, 통신설비를 이용한 시험부정행위 등 기타 시험부정행위가 엄중할 경우 학교는 학생의 학적을 박탈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퇴학을 당한 10명의 학생은 모두 이러한 엄중한 시험부정행위를 저질렀고 학교 측에서는 앞의 교육부 명령에 따라 이들에게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이는 정당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학교 측의 조치에 대하여 몇 명의 학생들은 불복하였고, 베이징 시교육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였다. 학생들의 주장은 이 학교에서 교육부의 명에 따라 자체적으로 마련한 ‘시험에 있어서의 부정행위에 관한 결정’이 시험에서의 사소한 부정행위도 용납하지 않고, 이를 저지른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퇴학조치를 내리도록 해 학교의 권한 남용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참가한 시험에서 휴대한 쪽지 등이 직접 시험부정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시험부정으로 간주되어 퇴학처분을 받는 것은 너무 심하기 때문에 학교 측의 퇴학조치에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교위 ‘커닝 대학생’에 복학 판결
8개월 동안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학생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됐다. 시교육위원회는 대학 측에 이들 4명에 대한 퇴학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문을 내려보냈다. 시교육위원회가 수긍한 이들의 주장은 학교는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기관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마땅히 이들을 교화시키는 교육을 다시 할 필요가 있는바, 이러한 학생들에 대한 재교육의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손쉬운 조치인 퇴학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학교는 퇴학이라는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학생 개인과 가정에 매우 큰 영향을 가져오게 될 것이므로 학교 측은 이러한 강경조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번 시험부정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지나치게 강경했다는 시교육위원회의 지적에 대해 아직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학교 측은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습 분위기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타인에 귀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이러한 학교 측의 주장은 현재 중국에서 치러지고 있는 모든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사회문제가 되는 것에 대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엄정한 조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대범해지는 온갖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는 이제 중국 전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강경한 조치로 따끔하게 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각종 시험에서의 부정행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의 대학시험에 해당하는 까오카오[高考]에서는 물론이고, 각종 자격증 시험, 심지어는 어학능력시험에서조차 빈번하게 대리 시험 및 첨단 장비를 이용한 부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를 퇴치하기 위해 각 시험담당 부서들에서는 대안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실시하게 된 ‘일반대학교 학생관리규정’의 54조 4항을 통하여 시험에서의 엄중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학적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바 있다.

中 각종 시험 부정행위로 골머리
교육부의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현재 각 대학은 자체적인 학교 규칙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베이징대학[北京大學]의 경우 학생이 시험 중에 부정행위를 위한 종이 등의 물건을 휴대할 경우 그것을 보았건 안 보았건 간에, 이는 시험부정행위 혹은 엄중한 학술규범 위반행위로 규정하여 시험 성적을 영점으로 처리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또한 런민대학[人民大學], 중국정법대학(中國政法大學) 등 기타 대학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시험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는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게 현재 중국 대학의 학생 및 학교 측에게 형성된 공감대이지만 이를 퇴학으로까지 결부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학생 측의 의견과 이를 통해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교의 기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학교 측의 의견 갈등 속에서 이번 베이징 시교육위원회의 ‘퇴학처분 철회’ 건의가 향후 각 대학의 시험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관련하여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관심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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