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관심' 높이는 풍토 조성하자

2007.01.01 09:00:00

교육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주체가 교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교사를 행정적, 정책적인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오히려 교사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교사가 교직을 택하게 되는 동기와 교직생활 중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즉 교사가 어떤 생각과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 교사들은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을까?

양명희 | 경희대 교수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교실 수업 개선, 교원평가제 도입, 우수교사 확보, 수업 전문성 개발 등이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도적인 장치만으로 교육혁신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진정한 변화는 교사의 의지와 참여를 수반할 때 가능하다.

교사동기에 대한 관심 높아져야
교육혁신의 주체로서 교사의 중요성은 교사가 교수·학습 과정을 주도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우선 찾아볼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며, 교사의 행동과 사고는 학생들의 사고, 태도, 가치관 및 행동 변화로 연결된다. 따라서 교사가 수업과 학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각을 이해하는 것은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중요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나라는 교사에 대해 주로 정책적이고 거시적인 접근을 취함으로써, 교사들이 수업, 학생과 관련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교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아이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이나 사회 심리적 욕구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동일한 논리로 교사가 교직에서 지각하는 어려움이나 경험하는 문제에 대해서 귀 기울이고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3단계로 나눠지는 교사관심사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나 그들이 지각하는 문제점은 교사관심사라는 틀 속에서 연구되어 왔다. 교사관심사는 교사교육 분야의 한 주제이며, 미국의 Fuller가 1960년대부터 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탐구한 영역이다. Fuller는 교사양성 프로그램이 의도한 교육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교육을 받는 대상인 교사의 관심사와 흥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교사 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교사들이 경험하는 문제점과 관심사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그의 이러한 생각들은 그가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다. 11주간 그룹면담 연구를 하던 중 예비교사들의 관심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주목한 것이다.

학기 초에 예비교사들의 관심은 어떻게 새로운 교직환경에서 적응,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나 후반에는 수업이나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학생들의 학습 향상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관심을 전환하였다. Fuller는 이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집단에 반복 연구를 실시하였으며, 1차 결과와 동일한 결과를 얻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후 Fuller의 개념은 다른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경험적으로 확인되고 정교화되고 확장되었다. 현재 세 종류의 관심사(자기관심, 직무관심, 효과관심)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직 생활 초기에는 교직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부분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자기(자기관심)'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관심은 주로 학생 및 수업 통제 능력, 교직 생활에 대한 적응, 교사로서의 이미지 관리, 생존 및 위기 상황 극복, 교사 자질의 적합성, 학부모와 교장·교감의 기대 부응, 학생 및 동료교사로부터의 평가 등에 관심이 높다. 교사불안에 대한 연구에서도 초임교사들이 학생 통제, 교사로서의 능력 부족, 학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 수준이 높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초임교사가 교직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생존과 관련된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면, 수업을 비롯한 '직무과제'를 만족스럽게 수행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관심사가 이동하게 된다. 이제 관심은 직무 과제로 향하는데 수업이나 직무 수행에 있어서 숙달성과 효율성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

따라서 직무관심도가 높은 교사들은 전문성 성장을 위한 기회 부족, 학급당 과밀한 학생 수, 교사에 대한 많은 규칙과 규제, 불충분한 행정 지원, 수업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 부족 등과 같이 효율적 직무수행에 방해가 되는 문제들에 주목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점차 수업에 필요한 기술이 향상되고 직무 수행에 있어 숙달 수준이 높아지면, 만족감을 지각하면서 교사의 관심사는 이제 학생에게로 향하게 된다. 이는 '효과관심'이라고 불리는데, 교사관심사의 마지막 단계이며 가장 성숙된 형태이다. 이 단계에 있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향상 및 학업성취, 학생들의 사회적·정서적 욕구에 대한 이해, 학습 동기 유발, 학생의 잠재력 극대화, 학생들의 지적, 정의적 성장 유도, 배움의 가치를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요컨대 교사관심사는 교사로서의 자기 적응과 생존의 문제해결에서 수업과 직무 수행의 효율성 추구로, 다시 학생에 대한 자신의 교수 효과성 추구로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관심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이러한 결과는 주로 서구의 나라들을 중심으로 확인된 결과이다. 이에 우리나라 중·고교 교사들에게도 교사관심사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신규교사 연수(초임교사)와 1급 정교사 자격 연수(경력교사)에 참여하였던 중·고교에 재직 중인 교사 1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교사들에게도 자기관심, 직무관심, 효과관심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관심사임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외국의 교사들은 '교사로서 받는 외부로부터의 평가'와 '교실 통제'를 모두 자기관심으로 인식하는데 비해, 우리나라 교사들은 외부로부터의 평가와 교실 통제가 분리되어 오히려 직무관심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평가'와 '직무 수행'이 섞여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중·고교 교사들이 외부 평가를 자신의 과제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지어 지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외부 평가를 자신의 직무 수행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독특한 구조, 환경, 풍토를 반영하는 결과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는 초임교사가 교사관심사의 세 영역 모두에서 경력교사보다 더 높은 관심을 나타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Fuller는 초임교사가 자기관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경력교사는 직무수행이나 교수효과와 관련된 영역에 높은 관심도를 보인다고 하였는데, 한 단계의 관심이 다른 관심으로 변화하는 것은 지각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초임교사가 자기관심이 높은 것은 외국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바이다.

그러나 경력교사가 초임교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높은 자기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경력교사가 자기와 관련하여 지각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사관심사는 교사들이 교직을 수행하면서 지각하는 동기적 특성과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교사들의 자기결정성과 교직에 대한 내재적 동기와의 관련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 세 영역의 교사관심사가 자기결정성이나 내재적 동기와 같은 교사의 동기를 차별적으로 설명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자기관심이나 직무관심은 자기결정성이나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반대로 효과관심은 교직수행에 있어 유능감, 자율성, 즐거움, 내재적 가치 지각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매우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내재적 동기 높이는 해법 찾아야
나아가 교사관심사와 교사동기 간에는 일정한 관계 패턴이 형성되어 존재하였는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교사의 유형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었다. 그 첫 번째 유형은 자기관심과 직무관심이 낮으면서 효과관심이 높은 교사들이다. 이들은 자기결정성이 높고, 교직에 대한 내재적 동기도 높으며, 압력 및 긴장감을 지각하는 수준이 매우 낮았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의 교사들은 생존이나 직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자로서의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효과관심으로 관심이 이동된 상태에 있는 교사들로 추측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은 효과관심과 더불어 자기관심 또한 높은 유형이다. 이들은 교직에 대한 가치를 높게 지각하고, 교사로서 다양한 노력을 투자하며 동료 교사와의 관계 또한 친밀하고 소속감을 강하게 인식하면서 동시에 교직 수행에 대한 압력 및 긴장감도 더불어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행동의 주체가 되어 의사결정권을 갖고 활동이나 직무에 대하여 가치를 인식할 때 느끼게 되는 자율성이라는지, 개인의 능력을 행사하여 주어진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를 원하는 내적 욕구에 해당하는 유능감이 높지 않았다.

마지막 유형은 자기관심이 높지만, 직무관심과 효과관심이 낮은 교사 유형이다. 그런데 이들은 교직수행에 있어 즐거움, 노력 투자, 유능감 지각과 마이너스의 상관을 나타내었으며, 교직에서 지각하는 압력 및 긴장감이 높았다. 이 경우 첫째 유형과 비교한다면, 교직에 대한 동기는 매우 부적응적이라 할 수 있다.

자기결정성이라는 심리적 특성은 삶의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특성이다. 또한 교직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가진 교사들은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활동과 관련하여 즐거움과 내재적 재미, 성취감, 자아실현을 경험하고 만끽하게 된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 이외에도 교사의 내재적 동기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노력, 지속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교수 상황에서 교수전략과 같은 교사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교직에 대한 내재적 동기가 높은 교사의 학생들이 학습에 대해 더 높은 흥미를 보여준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한다면 교사동기를 교사들이 보이는 여러 개인차 중 하나로만 인식하기에 앞서, 그 중요성을 새삼 검토하고 확인할 필요가 여실한 것이다.

결국 교사관심사는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요구를 나타내는 것이며, 유능한 교사가 되고자 하는 하나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가 변화의 핵심이며 그들에 대한 이해가 교육혁신을 위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면, 교사들이 수업과 관련하여 지각하는 어려움과 문제 등이 파악되어야 하고, 해결되도록 이를 지원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사가 자기관심이나 직무관심에 머무르지 않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효과관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들의 어려움과 문제를 충분히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교육적인 풍토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또한 교사의 의지와 참여를 수반할 때 가능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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