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미래를 결정한다

2010.06.01 09:00:00

교사의 경쟁력이 교육의 질을 좌우함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교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러 가지가 지적된다. 그중에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학교현장과 교사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문제들도 적지 않다.

교사의 경쟁력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
‘좋은 교사가 최상의 수업을 할 때 모든 교육문제는 해결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교육에서 교원은 그만큼 중요하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모든 규제와 제도 등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껏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선생님이나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면, 그 학교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매우 높은 관심과 배려를 하고 있으며, 동시에 열정을 갖고 수업에 임해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수업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을 하지 못하는 일부 선생님에 대한 생각에 머리가 아파온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달려있다’고 한다. 이는 전통적인 측면에서 보면 교사의 지식 정도가 학습자의 학업성취나 미래 진로를 결정한다는 의미이나, 현대적으로 보면 교사의 교수 · 학습 방법과 배경지식에 대한 전문성 정도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나 미래를 결정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행하는 공적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를 살아가게 될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합의한 내용들로 구성된 교과서를 매개로 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수 · 학습활동을 전개해 교육과정을 이수토록 해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가르치는 직업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풍토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교실붕괴로 인해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고, 혹자는 학교는 사라져야 할 곳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언론, 학부모, 교사들의 부정적인 시각의 팽배는 도미노 현상으로 학생들에게까지 파급되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져만 갔다. 그러다 보니 스승의 날 미담사례는 없고 촌지만 생각하게 되었으며, 아침과 저녁시간을 이용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은 학생인권 침해로 매도되고, 올바른 인격형성을 위한 생활지도는 정신파탄자의 행위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사실 학교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와 간섭이 그대로 남아 있고, 늘어나는 잡무와 교육활동 이외에 급식, 보육, 생활지도 등의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입시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교수 · 학습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나 교육격차 해소에 대한 국가적인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을 줄이라고만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좋은 교사가 최상의 수업을 전개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수업은 개별화 수업이나 이의 실현이 대중교육에서는 어려우므로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관심 제고를 통해 수준별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교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다.

새로운 교수방법과 기술 도입에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학교조직은 교육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므로 전문적인 학습공동체로서 상호의존적인 감정에 의한 결속, 규범, 가치, 동료애 등에 의한 내적 통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개인의 헌신과 동료 간의 협력 등이 강조되기 때문에 여타의 일반조직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학교의 주된 활동은 교육과정 운영이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은 지대하다. 교사의 노력 여하, 말투 하나하나, 다양한 자료의 활용 여부, 부단한 연수 참여, 동료 교사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 동기유발과 흥미를 나타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선택 등은 수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다양한 교육개혁 운동을 통해 교실수업의 실제를 혁신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왔음에도 그 결과가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교육에서 새로운 교수방법이나 첨단의 교수 · 학습 매체를 활용해 교실수업을 개선하고자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사실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정보는 풍부해지고 있고, 다양한 교육공학적 교수 · 학습매체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수업환경이 조성되어 있음에도 학교현장은 여전히 전통적인 교수 · 학습 방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아무리 좋은 교수 · 학습기법 및 교육용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갖추어 놓는다 해도 교사나 학생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일반적인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형적인 교실수업의 특징들에 대해 Shank(2007)1)가 비판적으로 지적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교사가 주로 지식 · 정보의 기억촉진을 위한 설명을 너무 많이 해주는 경향이 있다. ② 명제적 지식의 학습에 치중하고 있다. ③ 교수 · 학습과정이나 학습활동에서 정서나 감성적 상호작용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④ 모든 학생들의 모든 교수 · 학습활동에서 실패나 실수는 허용되지 않으며, 모두가 만점을 받기를 기대하며, 교사는 수업하고 학생은 학습한다. ⑤ 대부분의 학습활동들은 단순한 지식정보의 암기식 수업에 치중하고, 학생들의 학습참여, 경험학습, 탐구학습, 실험학습 등의 실제적 학습은 매우 적은 편이다. ⑥ 학생들은 학습활동에서 필요로 하는 학습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학습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 학습활동을 마치게 됨으로써 항상 불완전한 학습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Shank가 지적한 교실수업의 실상은 우리나라의 현재 교실수업 실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학습자들마다 각양각색의 학습특성들을 지니고 있음에도, 학생들에게 동일한 학습과제를, 동일한 교수방법으로, 동일한 매체를 사용해서, 동일한 속도로 가르치는 방식의 획일적 수업처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학습자의 특성이나 개인차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교육적인 방법이며, 학습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는 학습장애 또는 학습결손을 초래하는 요인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습에 역행하는 특성들이며, 학습자들에게 비자각적 지식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러한 교실수업의 취약점 때문에 학생들은 잠재능력과 실제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로 신장시키지 못하게 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은 학습 시 주로 행동하고 말함으로써 학습내용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대체로 한 가지의 교수방법(즉, 교사는 말하고, 학생은 듣는 것으로 학습을 마친다)을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많은 교사들이 말하는 것(Talking)과 가르치는 것(Teaching)을 거의 동의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능동적인 학습자를 수동적 학습자로 가르치고 있어 학생들을 단조롭고 지루한 교실수업에 타성화되어 ‘학습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실제로 전효선 등2)이 수행한 초등학교 교실수업실태를 보면 학생들의 흥미, 관심, 이해도에서나 민주시민성의 함양 면에서 선진국(영국, 프랑스, 일본) 학생들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수업이 재미있다(35.2%)’, ‘공부시간이 좋다(18.3%)’, ‘학습내용을 완벽히 알려고 노력한다(26.7%)’, ‘수업시간에 공부에 집중한다(16.5%)’ 등으로 상당히 낮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잘하려면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72.6%)’ 항목은 프랑스(1.0%) 일본(0.9%) 영국(0.8%)에 비해 현격히 높은 비율이다. 반면에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잘 이해한다(19.9%)’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와 같이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데도, 교실수업에 대한 흥미, 관심, 이해도는 매우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교실수업의 실태에 관한 김정원 등3)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과교육 관련 문제점 하나는, 교사들이 교과목표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교과의 본질적 목표가 입학시험에서의 성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여 교육과정의 변화 방향이나 새로운 교수 · 학습 방법론을 반영한 수업보다는 참고서를 활용해 교과서 내용을 차례대로 해설해 나가는 수업, 문제풀이식 수업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조석희 등4)이 전국의 69개 중학교의 345명의 교사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과서 중심의 개념설명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으며(46.7%), 학습활동지를 배부한 후 지도하는 방법(25%)이 뒤를 이었다. 또한 교사가 어떤 수업방법을 활용하는지 조사한 결과, 강의식 또는 설명식 수업방법을 매일 사용한다는 응답이 43.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종종 사용한다는 응답도 27.3%에 달해, 전체의 약 70%의 교사들이 강의식 설명식 수업방법을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소집단 협동학습과 토론 · 탐구수업, 시사적인 문제의 활용, 개별적인 학습지도 등의 방법은 가끔 활용하며, 현장학습이나 체험학습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PAGE BREAK]
미래사회는 이런 교원을 필요로 한다
세계화 속에서 살게 될 차세대 학생들에게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교육체제는 어떻게 구조화돼야 하며,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식 · 정보의 획득과 기억을 강조하는 전통사회의 교육목적관에서 고도의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고등사고력 등에 기초한 아이디어 산출물을 가치롭게 생각하는 교육목적관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목적관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교수 · 학습 방법도 <표 2>와 같이 변화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사회를 대비해서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핵심능력은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의사소통 능력, 정보화 능력, 리더십 및 EQ(감성지수)와 SQ(Social Quotient)의 능력이다.
교사는 이를 위해 필요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부단히 연찬해야 한다. 즉,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교사란,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이론적인 이해능력뿐만 아니라, 교직에서 발휘해야 하는 실천적인 수행능력을 갖춘 교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능하고 훌륭한 교사에게는 지식과 이론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여건과 상황을 적절하게 관련 지식과 이론 등을 활용해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직수행지능’의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교사가 담당하는 여러 직무 영역 중에서도 핵심적인 교과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이론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에서의 ‘교수역량’을 조화롭게 신장 ·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전문가들이 찾아낸 최고의 교수 · 학습 방법은 개별화 학습이다. 그러나 현대의 대중교육 체제하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생에게 맞는 맞춤식 수업이라 할 수 있는 학급 내에서의 수준별 수업을 강조하나 이는 요원한 실정이고, 일부 과목에서 형식적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의 도입 취지는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속도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과목의 내용을 세분화한 교육과정을 편성 · 운영하고, 학생들의 능력이나 적성에 따라 교과목별 이동 수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준별 교육과정의 운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별화 교육이었으나, 이후 10여 년간 단위학교의 제반 수업 체제의 한계로 인해 그 대안으로 몇 개의 집단으로 편성해 교육의 적합성과 수월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5)
향후 학교현장에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나 교원에게 자율성이 많이 주어지면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따라 책임질 능력도 더 많이 요구되게 된다. 이때 교원이 책임지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일반적인 능력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수한 성과를 가능하게 하는 차별화된 능력이 필요하다. 차별화된 능력이란 배우는 학생들의 심리를 타 교사보다 더 잘 파악해 이를 수업시간에 활용함으로써 해당 교과의 학업성취도에 우수한 성과를 보이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INTASC(Interstate New Assessment and Support Consortium)에서 초임교사 표준(Standard)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은 교사가 이행해야 할 10개의 원리를 지식, 태도, 수행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 교과의 핵심개념, 탐구방식, 구조 등에 관한 이해와 학생들에게 이를 의미 있도록 하는 학습경험을 제공한다.
② 학생들의 학습 · 발달에 관한 이해와 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는 학습경험을 제공한다.
③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방식에 대한 이해와 이에 적합한 수업기회를 제공한다.
④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수행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수업 전략을 이해하고 활용한다.
⑤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적극적인 학습 참여, 자발적 동기를 격려하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개인과 집단의 동기 및 행동에 대해서 이해하고 활용한다.
⑥ 적극적인 탐구, 협력, 우호적인 상호 작용을 지원하기 위해 언어적 비언어적 그리고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 기법에 관한 지식을 활용한다.
⑦ 교과목, 학생, 지역사회, 교육과정 목표에 관한 지식을 기초로 수업을 계획한다.
⑧ 학생들의 지속적인 지적, 사회적, 신체적 발달을 평가하고, 보장하기 위해서 공식적 · 비공식적 평가 전략을 이해하고 활용한다.
⑨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학생, 학부모, 학습공동체의 다른 전문가에 대해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또 전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반성적 실천가가 된다.
⑩ 학생들의 학습과 복지를 지원하기 위해서 동료, 학부모, 지역사회의 유관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NBPTS(The National Board for Professional Teaching Standard)에서는 경력교사를 대상으로 ‘교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또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5가지 핵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① 교사는 학생들에게 헌신하고 또 그들의 학습에 헌신하여야 하며, ② 교사는 자신이 가르칠 교과목과 이를 학생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③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을 관리하고 점검할 책임이 있으며, ④ 교사는 자신의 교육실제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경험으로부터 학습해야 하고, ⑤ 교사는 학습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늘 자각해야 한다.
Botstein은 “교육의 새로운 도전은 초 · 중등학생들에게 자율적 학습참여 능력을 길러주고 또한 그러한 능력을 가능한 조기에 습관화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일”이라며 미래 학습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초 · 중등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학업에 효과적으로 집중하게(몰입)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한다.
여기서 논어의 확장 문구가 생각난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樂之者 不如狂之者”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며, 즐기는 사람은 미치는 사람만 못하다)
[PAGE BREAK]
교원의 책무성, 이제는 대세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청소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교사는?’이라는 설문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어디 배울 차례지” 하는 선생님이고, 더 짜증나게 하는 선생님은 이어서 “ 안 온 사람 손들어”라고 하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이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노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명확하게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만길 · 박상철(2005)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부적격 교원의 사례를 경험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가 교사(68.3%), 부장교사(70.4%), 관리자(80.1%), 교육전문직(86.3%), 전문가(91.4%), 학부모(43.4%)로 나타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결과가 어느 정도의 온정주의가 있는 교육관계자들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존경할만한 선생님이 없다’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 또한 우리 교육계는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원평가 결과는 승진과 전보 자료로만 활용되었지 자질이나 전문성 개발과는 무관했고, 그 과정도 비밀리에 관리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에서 불만이 팽배해 왔다. 게다가 기준도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교과지도 능력이나 학생생활지도 능력을 제대로 가늠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어서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평가와 연수 및 전문성 신장과의 연결 방안 마련과 부적격 교원의 문제 해결의 필요성 등이 대두되었고, 결국은 교원의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한 뚜렷한 방안의 부재로 인해 대표적인 대안으로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교원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온 것이다. 처음에는 교수 · 학습방법 중심으로 평가해 연수를 받는 정도로 그치겠지만 앞으로 법제화 등을 통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것은 모두 예측하는 일이다.

실효성 있는 교원평가 방안은 없는가?
우선 교원평가와 관련해 학교현장에 나타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집어 보자. 다면평가를 하면서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20%)의 평가 항목에 연구부장 몇 점, 연구부원 몇 점으로 되어 있는 사례를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연구’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자기교과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인데 뜬금없이 연구부가 왜 등장하는지 황당하다.
성과급의 기준을 규정하면서 관리자의 배점을 높인다든지, 연가, 조퇴, 외출, 심지어는 장기출장을 감점하는 학교가 있다. 왜 성과급에 관리자가 개입하려고 해 학교 공동체의 분란을 조장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연수나 출제를 위해 장기출장을 가는 것은 교사의 자기연찬과 전문성 신장 차원에서 장려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을 감점 대상으로 해서 이러한 활동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담임을 기피하는 학교에서는 담임과 비담임의 격차를 최대한 늘리고, 보직교사의 업무수준을 최대한 동등하게 하도록 보직교사 업무영역을 새로이 정하고, 수업시간이 많은 교사가 무조건 유리하게 하는 것이 정당한지, 3학년 교과담당 교사의 경우 오히려 타 학년에 비해 근무 여건이 절대적으로 유리함에도(10월이면 수업이 끝남) 가점을 준다면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모든 평가가 공정하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전 교원이 공감하는 기준과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 학교의 ‘교원능력개발평가 규정’, ‘다면평가 기준에 대한 규정’, ‘성과급 운영에 대한 규정’은 반드시 전 교원이 참여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매년 반복하게 될 세 가지 평가에 대해 교사들이 공감하고 활동하게 되고, 학교의 행정처리도 매년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일이 없게 된다.
그래서 와부고의 사례를 기술하면, 우선 학교 이 세 가지 평가의 규정과 기준의 초안을 만들기 위한 ‘사의(四宜)위원회’를 설치해 세 가지 평가에 대한 논의와 규정 및 기준의 초안을 마련했고, 이를 전 교원회의에 상정해 결정했다. 결정된 안 중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해서는 관련 협의회에 상정하고, 다면평가와 성과급은 규정과 기준대로 이해하기만 되기 때문에 전 교사가 이에 대해 특별한 이의가 없는 한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몇 가지 특징은 먼저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수업지도에 대한 동료평가 결과를 계량화해 다면평가에 40%, 성과급에 40%를 반영하도록 했으며, 생활지도에 대해서도 평가지를 개발해 동료평가를 통해 다면평가에 20%를 반영했다. 다면평가자의 평가는 40%만 반영해 이들 평가자의 주관적인 평가를 배제하고자 했다.
성과급에서도 앞서 언급한대로 40%는 수업지도에 대한 동료평가를 반영했고, 보직교사와 담임교사는 구분 없이 점수를 부여하도록 했으며, 연수 이수 정도, 수업시수가 18시간 이상 교사와 2개 교과 또는 2개 학년 지도교사와 대외수상지도 교사에게는 가점이 부여되도록 했다. 관리자가 부여하는 점수는 5%가 반영된다.
특히, 교원능력개발 평가에서 학생의 경우에는 랜덤방식으로 학급당 10여 명을 선정해 일정 평가 장소에 모여 기간을 두고 하루에 한 개 교과 교사를 평가하도록 하며(학생 선정 → 이동 → 교사명단과 사진 제시 → 평가 → 결과처리), 학부모는 일정시점의 수업공개와 함께 전 교사의 수업동영상을 홈페이지에 탑재해 확인한 후 만족도를 평가하도록 할 예정이다.

교원평가를 학교 발전과 교육공동체의 합심의 기회로 삼자
영국의 세계적 명문사립고 이튼칼리지의 리틀 교장은 우리나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국도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과는 다르다. 교사를 돈이나 자리로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교원평가제를 교사들이 동료 교사나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지, 나쁜 점을 지적해내기 위한 ‘채찍’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교원평가는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었고, 어떻게 하면 리틀 교장의 말대로 교원평가제를 교사들이 동료 교사나 학생과의 관계 속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교사들의 능력에 대해 전 교사가 평가하는 동료교사 평가는 기준안이 교과부로부터 명확하게 나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실시하게 된다. 이 결과는 계량화가 가능하며, 이 데이터는 가장 객관적인 평가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세 가지 교원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수업지도 평가의 핵심이고, 그러면 교사들의 반발이나 이견은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모든 기준이나 규정은 전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야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교의 만족도는 선생님들의 열정 어린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의 결과이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정말 잘 지도할까 생각하도록 모든 여건을 마련해주고 이를 위해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부적응 학생과 학습장애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소홀함이 없도록 입체적인 상담망을 마련해 가동해야 한다.
학교와 미래 사회의 주인은 학생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들을 위한 봉사자임을 늘 자각해야 한다. 내 자식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최소한 자신의 이기심은 버릴 수 있을 것이다.교직에 대한 매력으로 인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 학교에 들어오는데도 이들에 대한 관리나 학교현장의 여건이 일정수준에 못 미쳐 입직 3년 이내 교사 중 70% 이상이 후회한다고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탈피해 이들 우수한 교사들이 학교에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관리자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김학일 경기 남양주 와부고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