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라 또 만나라, 들어라 잘 들어라

2010.08.01 09:00:00

요즘 ‘소통’이란 단어는 시대의 화두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자율권을 갖고 보다 학생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하는 학교에 있어서도 ‘소통’이 갖는 의미는 무척 크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 여러 교사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모두 수렴해 함께 공유하고 발전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 바로 그것이 성공적인 학교운영의 출발점이다.

교직원과 通하라
교사는 분명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뭔가 도와주어야 하는 핵심적인 존재다. 그런데 현실은 마음속에 목적이 있어도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가 대다수이고, 아예 목적의식조차 망각한 사람도 있으며, 교직을 부업으로 생각하는 이들까지도 있다. 이들이 있는 한 학교교육의 비전과 목적은 절대 성취할 수 없다.
수준별 수업이 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교과나 교사가 아니라 학생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선생님은 없다. 그런데 수준별 수업 이야기만 나오면 운영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만 하고, 여전히 학생들에게 체벌과 반말을 하는 선생님이 있으며, 자기의 교과를 살리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펴거나 자리 확보를 위해 교과를 편성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분명 억지가 통하는 학교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매사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교 내에서 충분히 대화하면 해결될 일이다. 미국의 CEO 531명에게 “과거로 되돌아가서 한 가지를 바꾸고 싶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은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상향식의사결정을 존중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실제적인 효과를 증진하는 방법이다’, ‘직원회의를 이슈에 대한 협의회로 전환하라’ 등은 모두 교직원 간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끊임없이 신념과 비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학교교육의 목적과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하지 않는 구성원이 있는 한 학교교육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설정하기는 어렵다.
학교에서 교직원 간, 교육공동체 간, 학생과 선생님들 간에는 서로 소통하는 채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러면 무엇을 소통해야 하는가? 그것은 학교교육의 비전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왜 학교에 있으며,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우리에게 배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졸업한 학교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자기를 가르쳐준 선생님을 사회의 모델링화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소통해야 한다.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인성 ·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협의회에서 한 교사가 심각한 얼굴로 질문을 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교육적으로 유익하지만, 나중에 대학입시에서 실적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요?” 일반계고교의 교사로 당연한 질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하나다. 학교교육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리고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을 강조해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장은 비전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하며, 수시로 교직원들이 공유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선생님, 우리가 지금 미래사회의 주인이자, 이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인 서비스 차원의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집니다. 오로지 우리가 가르친 학생들이 사회가 나간 후에 ‘저는 와부고등학교를 졸업했고요, 그 학교의 000선생님에게 배웠습니다’ 라는 말을 자긍심을 갖고 할 수 있도록 지도하면 됩니다.”
학교장과 교사들은 항상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에 대해 물어야 하며,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교원들의 솔선수범, 존경받는 언행, 부단한 동기유발 행동, 나로 인해 학생은 반드시 변화한다는 생각, 늘 꿈을 이야기하고 꿈을 실현하면 어떻게 되고 이의 실현을 위한 실천적 행동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 등이 학교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는 기본 요건이다.

경청을 잘하는 이가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
미국 최고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회장 제프 킨들러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10센트짜리 동전 10개를 주머니에 넣고 출근하는데, 직원들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 싶으면 동전 한 개를 옆 주머니로 옮긴다고 한다. 엄청난 인내와 끈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그의 행동이 지금의 화이자제약을 만든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보통 열 마디를 듣고 한마디를 한다고 해 ‘듣기형 리더’로 통한다. 고 이병철 회장이 후계를 위해 현 이건희 회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첫 출근하는 날 직접 써 준 휘호가 ‘경청’이라고 한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야 말로 리더의 금과옥조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경청의 기술 3가지는 귀담아 듣고, 사소한 메일이나 메시지에도 답장을 하며, 작은 제안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듣고 칭찬해줘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의견들에 대해 부단히 칭찬해 주는 것은 학교 교육활동에 획기적인 시너지 효과로 돌아 올 것이다.
경청은 중요한 정보를 습득한다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경청 그 자체가 상대방에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주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샘솟게 하기도 한다.
경청하는데 있어 가장 안 좋은 태도는 ‘음, 저 애기가 끝나면 이런 애길 해야겠어’ 하다가 상대방이 한숨을 돌릴 때 이때다 싶어 말을 가로채는 것이다. 이와 같이 듣다 보면 자꾸 끼어들어서 상대방의 말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 나쁜 버릇이다. 이런 경우에는 고현숙 씨의 <유쾌하게 자극하라>라는 책에서 소개한 방법을 써보면 효과적이다. 마음속에 어떤 존재를 설정해 놓고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도 모르게 내 안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어나면 마음속으로 외치는 것이다. “철수야 지금은 네가 나올 때가 아니야, 나중에 이야기 하자” 이런 유의 말을 좀 더 강하게 마음속으로 외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별하게 회의와 대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의견을 소수의 의견이라 여겨 무시하는 태도도 좋지 않다.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라는 말이 있듯이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상대방을 포용하는 태도로 경청해야 한다.
또한 협의회, 회의, 토론회 등에서 핵심 논제에 대한 최소한의 내용도 모르고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동일 뿐더러 듣기의 기본에서도 어긋난 행동이다. 듣기는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고도의 지적활동이므로, 사전에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잘 들어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무리 사전 준비를 하고 들어도 들었던 내용의 25%만 기억한다고 하는데, 준비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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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소통하기 위한 조건은 ‘존중’
사람 사이에 진정어린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조직은 너무 커지고 복잡해졌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 양태가 나타나고 외부의 간섭과 규제도 심해졌다. 마음 둘 데가 없는 선생님들은 입직 당시의 설레임과 꿈을 잃어가면서 무기력한 모습만 남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대화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괌에서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비행기 조종사들의 경직된 문화(상명하복)를 지적했다. 부하조종사들이 상급자에게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게 하는 문화, 하향식 의사결정이 지배하는 문화 때문에 부하 조종사들이 위기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개진할 수 없었고, 그것은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했다.
학교에서도 학교장과 교직원 간에 민주적 의사소통구조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거나, 대화와 토론의 여건을 조성해 주지 않는다든지,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의사를 무시한다든지, 일관성과 원칙에 어긋난 결정을 반복하는 경우 심각한 갈등과 대립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2009년 초 교직원연수의 토론 주제 중 하나가 ‘고교 3학년 여름방학은 없앤다’였다. 여기서 “교장선생님, 3학년 교과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은 방학이 없어지는데요”라는 질문에 대해 “원래 교사는 방학이 없습니다”라고 강경하게 말하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표를 잘 계획해 최소한의 방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수능 이후에도 시간계획을 조정해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봅시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과 달라져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학생들을 위해 우리가 변화해 봅시다”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전교직원이 함께 예상되는 문제점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충분히 토론했다. 이렇듯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합의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항만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가 한마음이 되어 비전을 함께 할 때 학교는 행복해지고,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예기치 않은 긍정적 성과로 이어진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하여 얼굴을 꾸민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예양이란 사람의 말이다. 다른 사람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를 알아 준 사람, 자신을 인정해 준 사람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엄청남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어 줘야 한다. 히스 교수는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 각각 역할을 부여한 후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두드리는 사람은 생일축가 같은 누구나 다 아는 노래의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리게 했고, 듣는 사람은 그것이 무슨 노래인지 맞추게 했다. 결과는 2.5% 밖에 맞추지 못했다. 이는 두드리는 사람은 노래의 선율을 귀로 듣는 듯이 테이블을 두드리지만 듣는 사람은 테이블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소통이 잘 안된다면 혹시 자신이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요한 메시지는 수백 번 반복해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핵심가치를 수립했다 해도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공유하지 않으면 학교장 혼잣말로 끝날 수 있다. 특히 학교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수시로 반복해 역설하는 것은 소통이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일부에 의한 독점적 의사소통을 견제하는 핵심방법이 된다.
끝으로 학교 조직 속에 내재해 있는 사일로(Silo) 타파에 힘써야 한다. 사일로란 ‘학교 내에서 성이나 담을 쌓은 채 다른 부서나 선생님과 소통하지 않고, 스스로의 이익만 쫓으면서 따로 놀아 폐해를 끼치는 부서나 선생님’을 말한다. 이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사고를 치지는 않지만 서서히 조직의 에너지를 분산시켜 병들게 한다. 따라서 이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학교교육의 목적과 비전에 입각해 이의 실현을 위해 서로 마음을 열어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와 문화적 토대를 만들어 공감대를 갖지 않는 사람들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선생님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교장선생님 ◯u9711 과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해야 합니다”, “과학은 Ⅰ과목을 먼저 들어야 Ⅱ과목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희 교과 시간이 줄면 ◯u9711 ◯굳塤纛?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입시를 위한 수학능력시험 중심 체제는 곤란합니다”, “교장선생님, 저희들이 교과협의를 통해 결정하면 그대로 하실 거지요?”….
최근 각 학교마다 교육과정 편성 · 운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교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의 주장들은 “선생님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면 모두 무의미한 주장이 되고 만다.
필수교과는 절대 정하지 말고 필수이수단위의 범위 안에서 교과목 또는 교과군 속에서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데, 어떻게 특정 과목은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배울 필요가 없는 교과가 어디 있는가? 과학 교과의 경우 Ⅰ과목과 Ⅱ과목은 단계형 학습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 왜 Ⅰ과목을 먼저 배우고 Ⅱ과목을 다음에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단 말인가?(지난 교육과정은 그랬지만) 솔직히 내년 입학하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치를 때는 수능에서 사회 · 과학 탐구 영역이 많아야 3과목 반영되는 데 왜 학생들에게 모든 과목을 듣도록 하려는가? 교사의 전보는 학생들의 선택교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되는 것인데, 교사의 잔류를 위해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은 교과를 편성하자면 다른 교과의 이수 단위를 줄여야 하는데 “다음해 전보를 위해 한시적으로 편성 · 운영하고, 나중에 편성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닙니까?” 하는 선생님들은 정말 양심이 있는 것일까? 정말 자기 자식이 그 학교를 다녀도 그럴 것인가?
내년부터는 문과 이과의 구분이 없으니 가능하면 대학교식 학점이수제로 운영하되, 학생들의 진로에 맞추어 다양한 트랙을 만들어 주고, 그에 맞는 교과들을 선택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즉, 예체능 관련 영역에 지망하는 학생은 예체능 교과 중심으로 자율선택 이수단위 만큼 해당 중심으로 교과를 선택하도록 하고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 과학 탐구 교과 등을 묶어서 이수단위만 제시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다.
전 교과의 교사들이 교과협의회를 충분히 하도록 하고, 이어서 관련 교과 간 협의회와 전체교과 협의회를 하도록 하되 “선생님 자녀가 이 학교를 다녀도 그럴 것입니까?”라는 말을 되새기며 결정한다면 분명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일본이나 유럽의 초 · 중등학교는 대부분 정규수업이 끝나면 저녁 6〜시까지 특기 · 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도교사는 대부분 무보수로 해당학교 교사들이 담당한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정규교육과정에 편입하고자 하는 것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교육과정이다. 그런데 여전히 단위학교들에서 봉사활동과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체험활동을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에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학년 초에 동아리를 구성하고, 지도교사를 정한 후 동아리 중심으로 체험활동(소풍, 수학여행 등), 봉사활동, 진로 방향 설정 등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 위의 고민은 손쉽게 해결된다. 문제는 고착화된 사고이다.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에 대한 의지와 열린 사고만 있다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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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학교 욕을 하지 않는 이유
필자는 때때로 “그 학교 선생님들은 왜 학교 욕을 안 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사실 매일 파김치가 되는 와부고 교사들은 체력적인 어려움을 털어놓곤 한다. 그렇지만 학교 프로그램이 너무 좋고, 학생들이 모두 좋아해서 좀 힘들어도 재미는 있다고 한다. 필자 입장에서도 교사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전혀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각 프로그램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하다.
필자는 교사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의사결정 방식에서 찾는다. 와부고에서는 모든 프로그램이나 학사운영에 대해서는 직원회의와 하계 · 동계 연수 및 연말 평가회의 등에서 끝장 토론을 통해 결정한 후 실행한다. 새로운 교육활동에 대한 논의는 최소한 6개월 전부터 시작하고, 반드시 전 직원의 의견을 반영한다. 그 결과를 평가해 다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고, 해당 부장교사의 전 직원 연수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것이다.
학교의 사소한 문제도 항상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세, 전체 토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존중하는 태도, 선생님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 정신 등이 교사들을 더불어 살면서 주인의식을 갖고 근무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단위학교에서 소통을 활성화 하는 제도적인 방법
학교의 비전과 목표를 수시로 제시해 모든 교직원이 그것이 충분히 인식하도록 했다면 그것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직원들이 실질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우선 월 1〜회 실시하는 직원회의를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의사소통의 기회이자 현안 문제에 대한 대화와 토의의 장, 그리고 연수의 장으로 만들어 공감대와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회의 1〜주전에 논의주제를 정하고, 간부회의에서 사전에 논의해 논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교직원 모두가 상황을 인지한 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관리자는 대화와 토론, 문제해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말고 전체의 의견이 잘 조화되도록 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는 주1회 실시하는 교과협의회의 활성화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교과별로 매주 1회씩 4교시나 5교시를 비워 해당 교과 교사들이 만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점심을 같이 하든, 만나서 협의회를 하든지 하면서 교과 내의 문제 뿐 아니라 학교 전반의 상황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고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과협의회 활성화는 정기고사 출제 협의, 모의고사 분석, 출제경향 분석, 방과후 프로그램 선정, 교수 · 학습 방법 개선, 교육과정 편성 · 운영 등에 있어 결정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셋째는 동 · 하계 연수의 활성화다. “일 년에 두 번 놀러가는 것인데, 꼭 그래야만 합니까?”라고 할 수도 있으나, 이것은 일부 학교의 연수 파행으로 인한 부정적인 의견이다. 다음 학기에 실시하게 될 교육활동과 프로그램 등에 대한 논제를 정해 1개월 전에 모든 교직원이 인지하도록 한 후 충분히 생각하고 참여하도록 해 연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공적인 일로 참여가 어려운 교사가 학교에서 근무토록 하고, 나머지 전 교직원이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1박 2일의 경우, 부득이 당일 귀교해야하는 직원이 있으면 대화와 토론 시간 후에 교통편을 조치하면 된다.
그러나 사적인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 교직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참석치 않는 행동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동이며,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가를 스스로 느끼게 할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본교의 경우 매 연수 시 마다 10개 정도의 논제를 가지고 끝장 토론을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본인이 얼마나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넷째, 자율 연구모임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교사들은 형식적인 연수보다는 동일한 흥미와 취미 등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모인 학습 및 취미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하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교사 자율 연구모임은 교직문화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준다. 승진점수나 경제적 보상과 상관없이 교사로서의 자기 성장에 대한 욕구로 모임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대개의 구성배경은 좋은 수업과 생활지도를 방해하는 구조적 요인들과 무기력한 자신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교사 개인의 참여 동기는 ▲학교 내의 단절적 문화, ▲전문성이 부족한 자기 자신 발견, ▲학생들과의 소통 욕구, ▲공동체를 통한 전문가로서의 성장 욕구로 밝혀졌다2). 교사 자율 연구모임은 학교가 관료주의 모델에서 공동체 모델로 변모될 수 있는 가능성과 아래로부터의 개혁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교사들은 교실 현장에서 수업과 학급운영, 생활지도상의 어려움을 겪는다. 교사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주된 원인은 현상에 따라 국가주의의 폐해나 잘못된 교원양성, 비효율적 연수 시스템,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업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혹은 교사 개개인의 무능함과 무기력함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교사들은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고, 그 일환으로 자율 연구모임이 구성된 것이다.
동기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는 자신이 보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결핍된 것을 해결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그러한 결핍을 단위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여건 및 체제가 구축되지 못했으며, 공유와 나눔을 가능케 하는 교직문화가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학생 및 아동과 충분히 소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내용을 학습하기 위해서이며, 넷째는 공동체를 통해 학습함으로써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게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들의 학습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개개인의 고민을 나누며 공동체적으로 해법 모색이 가능한 단위를 조직하거나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근무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학교 안에서 동료교사들과 함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결국 답은 ‘기본’에 있다
대중교육의 위기가 오고, 교권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양태와 요구사항 등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학교의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져 학교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교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바로 세워 전 교직원이 공감대를 통해 공유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도록 하며, 이를 위해 모든 교육활동을 총 집중한다면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장이 학교 교육활동에 전반에 대해 완벽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교직원의 학교생활과 일상생활까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선생님들 또한 열정적으로 학생들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우리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무엇을 서비스할 것인가를 고민 하는 것 역시 기본이다. 미래사회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어떻게 서비스 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부단한 반성적 사고 없이는 대중교육의 미래는 없다. 아니 학교가 없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학생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소통을 해야 한다.
동맥경화가 당뇨, 암 등 무수히 많은 현대병을 유발하듯, 소통의 부재는 학교교육 발전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학교 전반에 소통을 위한 기본 여건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의 결과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학교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을 다져가야 한다.
김학일 경기 남양주 와부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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