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게임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들

2011.02.01 09:00:00

기성세대는 게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각종 청소년 범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까지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최선일까?

청소년 야간 게임 금지, 셧다운제도의 시행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게임 셧다운제’를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명시하고 시행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게임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강제로 차단하는 것이다.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인터넷 게임을 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었다. 이는 몇 년간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이 심각하다고 주장하던 여성가족부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게임의 유해성을 강조하는 측은 요즘 청소년들의 여러 문제가 ‘게임 중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청소년 문제를 표피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 게임 중독에 의해 범죄가 일어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과연 게임 때문에 일어난 문제일까 의심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11월, 부산에서 일어난 중학생의 모친 살해사건이 있다. 기사에서는 ‘한 중학생이 게임을 못하게 하자 어머니를 죽이고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기사 내용만 보면 게임 때문에 부모까지 죽이는 패륜이 벌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면 편모 가정에서 어머니가 일을 나가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는 것이 더 근본적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어머니와 단절되었기 때문에 아이는 게임에만 몰입하게 된 것이다.

주변 청소년 상담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게임 중독인 아이들은 조손가정이나 편모가정 등 어른들의 보살핌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보다는 소득수준이 낮은 맞벌이 가정에서 게임 과몰입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게임 셧다운제’와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이러한 취약계층 가정에 대한 청소년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볼 수 있다.

실효성 없는 셧다운제
일부 어른들은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의 시행을 환영하면서 그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나 다른 이들의 주민등록번호로 쉽게 게임 계정을 생성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게임만 제한될 뿐 그 이외에 할 수 있는 게임은 무수히 많다. 즉 셧다운제도는 실효성이 전혀 없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별 효력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몇 년간 애써서 이러한 법안을 만든 것은 그저 청소년들이 게임하는 것이 싫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해를 끼친다고 여겨지는 미디어를 제한해왔다.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 만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등을 거쳐 이제 게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만큼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타 미디어들은 내용 심의를 통한 규제였지만, 게임은 아예 특정 시간대를 선정하여 차단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는 청소년이 하는 게임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감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퍼져있는지 말해준다.

애초에 여성가족부에서 게임 셧다운제도를 제안한 근거는 ‘청소년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의 보장’이었다.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서 일찍 자야한다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밤을 새우면서 공부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어른들은 자정이 넘어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대견하게 보거나, 새벽까지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종용한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의 건강이 염려되니 공부 셧다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전혀 없다. 결국 청소년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게임을 공격하기 위한 명목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 청소년들이 게임하는 것을 싫어하는 어른들은 많다. 그러나 게임을 즐겨하며 청소년들이 게임하는 것을 이해해주는 어른은 적다. 게다가 청소년들이 컴퓨터 앞에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내할 수 있는 부모들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청소년들은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쉬거나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놀거리는 별로 많지 않다. 이중 게임은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지배적인 여가활용 방법이다.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을 왕복하는 사이사이, 빠르게 몰입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취미생활로 게임을 꼽는다. 요즘 청소년들은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야 해서 친구들과 모여서 놀 시간이 없다. 막상 모일 여유가 난다고 하더라도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나 도구도 충분치 않다. 변변한 취미생활을 가질 수 없는 이런 환경에서는 게임밖에 할 것이 없다는 아이들의 호소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임 셧다운제를 조롱하는 아이들
청소년들은 셧다운제나 부모확인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어른들의 개인정보를 쉽게 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이 부모님의 주민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부모님이 확인해야 한다고 하면, 개인정보의 불법적인 거래가 성행할 것이 자명하다. 이렇듯 실효성 없는 법을 만들어버리면, 게임을 하려는 청소년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양성하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한 인터넷 게임 외에 게임을 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도 많다. 패키지로 발매되는 PC 게임을 해도 되고, 다른 게임기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소년이 요즘 많이 하는 게임은 휴대폰 게임이다. 집에 오면 컴퓨터보다 휴대폰을 더욱 오래 사용한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소용 없는 제재를 걸어놓고 자신들을 속박하려 하는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조롱한다. 오히려 어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일부러라도 게임을 더 많이 하겠다고도 한다. 자신들을 갓난애 취급하는 것처럼 보여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보이 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세대 간에 깊은 단절이 존재한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에서 누구의 어떤 시각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것은 일단 유보해두자. 중요한 사실은 이미 아이들의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게임을 셧다운제 같은 방법으로 제한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 3살만 넘어도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시작한다. 앞으로도 당분간 청소년들은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게임 말고 다른 취미를 갖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임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필요
2008년에 하버드 의과대학의 로랜스 커트너 박사와 셰릴 올슨 박사가 미 법무부의 요청으로 ‘게임의 폭력적인 묘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국내에서는 <게임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다. 이 책에서 연구자들은 게임에 의한 악영향이 실제보다 과장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히려 게임을 안 하는 아이일수록 더욱 폭력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게임이 친구들과의 친교 활동이기에, 오히려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현재의 게임 속 세상은 어릴 적 우리의 골목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게임의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게임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찾아, 이를 교육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뉴욕에서는 모든 과목을 게임의 원리를 활용해서 가르치는 ‘퀘스트 투 런(Quest to Learn)’ 실험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이 학교는 모든 과목에 게임의 운영원리를 적용해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게임을 활용한 학습 방법론이 아이들의 문제해결과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러한 게임들은 재미가 없어서 청소년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이다.

새로운 경험으로 과몰입 청소년들이 균형감을 찾도록 해야
하지만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것은 ‘게임 과몰입’과 같은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과몰입 증상은 10대가 아닌 다른 세대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걸렸다는 사회적 편견과는 달리 실제로 게임 과몰입에 빠진 연령층은 20~30대이다. 특히 20~30대 비직업인들에게 게임 과몰입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의 게임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게임 과몰입의 기준은 게임에 얼마나 시간을 투여하느냐에 따라 구분하는데, 대부분 청소년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저절로 게임 시간이 조절된다. 더욱이 학원이나 숙제 등의 방과 후 학업량도 많아 게임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게임 과몰입이 청소년층에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임뿐만 아니라 어떠한 활동도 적정선을 넘으면 문제가 된다. 활동의 균형점을 잡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활동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듯 강요하는 것은 좋은 접근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오히려 게임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반 일리치는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동시에 교통사고 역시 발명된다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문명이 발생할 때, 어쩔 수 없는 부정적 효과는 줄일 수 있겠지만, 아예 차단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게임 과몰입 문제를 절대적 악으로 규정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게임 과몰입을 줄이면서, 게임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긍정적 효과를 만들 것일지를 찾는 것이 차라리 현명하다.

무엇보다 청소년이 게임을 하는 것이 맘에 안 든다면, 게임 이외의 새로운 대안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특히 게임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면서 같이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경험의 균형점을 찾아주는 것은 청소년들만의 몫이 아닌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함께 고민할 문제이다.

양기민 사회적기업 노리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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