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2011.08.01 09:00:00

앞으로의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교육의 본질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나무의 뿌리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다운 인간 육성’,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이다. 결국 교육은 미래의 삶을 위해 ‘통찰의 힘’을 키우는 활동이다.

새롭게 변모하는 세상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대중가요인 <붉은 노을>이 실렸다. 이 노래는 1988년에 가수 이문세가 불러 히트한 대중가요로서 아이돌그룹 빅뱅이 2008년에 리메이크해서 청소년들에게서도 인기를 끌었다. 또한 1989년 박인수 교수가 정지용의 <향수>를 대중가수 이동원과 함께 불렀다. 클래식의 두꺼운 벽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켰지만 대중가수와 노래한 것에 대해서 성악계에서는 성악을 모독했다며 비난과 질타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요즘은 성악가들이 가수들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박인수 교수는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1980년대 당시 우리가 20년 후 윤심덕, 이미자, 산울림, 조용필 등과 아이돌 그룹의 댄스음악 등 대중음악에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의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 더욱이 이제 문화는 격(格)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무장하고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을 타고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6월 10일 파리에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f(x))등 우리나라의 아이돌이 펼친 K팝 공연이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의 밤을 뜨겁게 달구었지 않았는가. 이렇게 시대는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직업의 양상에서도 과거와는 크게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은 종신 고용의 시대가 아니다. 개인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기업의 존속 기간을 넘어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식 근로자들은 ‘어느 직장에 근무하느냐’ 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속보다 ‘Creative Director’라는 자신의 전문 지식 분야가 개인을 대변해 주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또한 지식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습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의 경우 3년을 주기로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했고 그것들이 다양한 분야와 융합을 통해 깊이 있는 통찰력을 낳았던 것이다.

새로운 가치의 중요성
지식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인재, 브랜드, 디자인과 같은 무형 자산이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재는 특히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보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사업화시켜 성과로 이끌어 내는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를 하는 인재들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등 새로운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969년 7월 21일 오전 11시 56분 20초는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날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과학 선생님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것은 4㎞ 전방에 바늘을 세워 두고 실을 던져 바늘귀에 끼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의 도킹 장면을 볼 수 있다. 지난 5월 23일에 미국의 우주왕복선 에덴버호가 지상으로부터 고도 355㎞에 떠 있는 ISS(우주정거장)와 도킹하는 모습을 소련 우주선 소유즈호가 촬영했다. 이를 위해 소유즈호는 ISS에서 183m 떨어진 우주 공간에 잠시 멈춰 섰고, ISS는 동체를 130도 회전시키며 포즈를 취했다고 한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던 과학 선생님은 이런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우리 아이들이 삶의 현장으로 나갈 10년, 20년 후의 세상을 어떻게 상상해야 할까. 어느 영화에서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현재와는 전혀 다른 물리적인 형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미래인재의 조건
“세계에서 하루 동안 소비되는 피자는 몇 개인가? 그리고 맨홀 뚜껑은 왜 둥근가?” 어느 글로벌 기업 면접 현장의 풍경이다.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것을 묻고 있다. 그것은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생각의 힘을 알아보는 것이다.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글로벌 환경에서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정확한 판단은 정답이 아니라 해답이다. 순발력과 창의성 및 침착성이 강조되는 이러한 페르미식 사고방식이 실생활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가 우리가 알고 있던 예전의 이야기에서 변했다. 더운 여름 겨울 식량 준비를 위해 일하던 개미가 과로로 허리디스크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반면 베짱이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음반을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그로 인해 억만장자가 되어 개미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던 개미의 행동이 각광받았다면 요즘은 베짱이처럼 하이콘셉트와 하이터치로 무장한 인재가 미래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바둑과 장기에서도 미래인재의 조건을 찾아볼 수 있다. 바둑과 장기의 가장 큰 차이는 역할이다. 장기는 알 하나마다 역할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졸은 후퇴할 수 없다. 거기에다가 왕을 제외한 모든 부하들은 자신이 죽으면서까지 왕을 보호해야 한다. 부하들과는 상관없이 왕이 죽으면 모든 게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둑알은 역할과 직책이 동일하다. 그리고 자신부터 살아야 하며, 혼자는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바둑알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장기판의 시대가 아닌 바둑판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제는 장기알처럼 ‘내가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고 바둑알과 같이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내가 어떤 사람이냐’가 더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 전문 지식을 갖춘 영특함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얼마나 잘 통제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읊조린다. 뒤로 달리다 보니 뒤의 것들을 챙기게 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거 속에 미래로 가는 길이 있다.

세상살이의 기본, 인문학
2007년 2월에 미국의 하버드 대학이 30년 만에 학부생들의 교양교육 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미국 중심의 편협한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사회와 가치를 다루는 ‘종교와 문화’, ‘미학과 해석’, ‘불확실한 세상에서 마주치는 각종 결정에 대응하는 방법교육’ 등 8개의 과목을 교양필수과목에 편입했다. 단순한 지식습득이 아니라 인성, 창의성, 전문성 등의 역량을 향상시켜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능동적인 인재로 키우고자 함이다.
교육의 본질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나무의 뿌리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다운 인간 육성’,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이다. 결국 교육은 미래의 삶을 위해 ‘통찰의 힘’을 키우는 활동이다.
지식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공 서적이나 인터넷을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통찰의 힘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매번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직접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사고(思考)해보거나,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문제를 고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문학과 철학,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고, 인문학이 주는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애플이 아이패드와 같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서 있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그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종종 언급하면서 대학시절에 읽었던 고전이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위키 백과에 나오는 인문학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인문학의 분야로는 철학과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 신학 등이 있으며 크게 문학, 역사, 철학으로 요약되기도 한다.
인문학은 있으면 그저 좋은 것이 아니라 생존의 필요조건인 공통의 가치관이자 문화이고,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인문학이 언뜻 보기에는 무용지물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삶에서 겪는 어려움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큰 쓰임이 있는 학문이다.1)
특히 인문학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시도해 보게 하고 더 나은 삶을 사는 자양분을 제공해 주며, 세상살이의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굴곡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하고 삶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어떠한 미래가 오더라도 ‘내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나는 어떠한 가치의 안내를 받아 내 삶을 기획하고 인생을 꾸릴 것인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자는 것이다.
순수를 꿈꾸며
얼마 전, 충북 옥천에 있는 시인 정지용 문학관에 들렀다. 시 <향수>도 그렇지만 일본 도시샤[同志社] 대학에 있는 정지용 시비에 새겨진 시 <압천(鴨川)>을 대하고 나서는 정지용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특히 그가 쓴 대학 영문과 졸업논문은 내가 좋아하는 영국의 계관시인(桂冠詩人, 본래 영국왕실이 영국의 가장 명예로운 시인에게 내리는 칭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에 관한 것이라 더욱 그러하다. 논문 제목이 <윌리엄 블레이크 시에 있어서의 상상력(The Imagination in the Poetry of William Blake)>이다. 그리고 <그들의 문학과 생애, 정지용>이라는 책에서 이 논문의 서두를 발견했다.
논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블레이크의 시를 읽는 사람들은 <봄에게(To Spring)> 등과 같이 아름다운 환희를 노래한 초기 작품과 <아벨의 유령(The Ghost of Abel)> 등과 같이 난해한 후기 작품 사이에서 다양한 변화와 발전이 있음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이 변화와 발전은 매우 독창적이어서 다른 시인들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될 수 있을 것이지만 필자는 그가 항상 찬미했던 상상력의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나는 블레이크의 시 <순수를 꿈꾸며(Auguries of Innocence)>를 애송한다. 미래를 살아갈 통찰의 힘을 얻을 것 같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우주의 모든 개체들 속에는 완벽한 삼라만상의 조화가 숨어 있음을 일러준다. 그리고 우리 인간 또한 무한한 능력과 조화를 갖춘 소우주이며 지금 이 순간 속에 내 과거와 미래의 영겁이 있다. 지금 여기는 무한한 우주 공간과 맞물려 있음을 알려준다.

조갑룡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