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러닝의 달인 광주 숭의고 안세희 국어교사

2012.07.01 09:00:00

딩동! 시나리오, 카메라, 휴대폰, 음악이 접목된 국어 수업이 시작됐다. 국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엎드려서 자던 학생들이 하나둘 일어나 수업에 참여하고,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어 포기했던 학생들도 다시금 문학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낸 장본인 광주 숭의고 안세희 교사, 그에게 스마트러닝의 진수를 들어봤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스마트한 수업

“고등학생이 되면서 공부만 해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제 예상이 빗나갔어요. 국어 시간에 시나리오 쓰고,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또 UCC도 만들 줄 몰랐거든요. 제가 원래 국어 점수가 55점이었는데 안 쌤 수업을 듣고 나서는 90점으로 올랐어요.”
“책에 어려운 단어가 많은데 안 쌤은 어려운 단어를 다 설명해주시니까 기초가 부족했는데도 따라갈 수 있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아이들도 국어시간만큼은 집중해서 들어요.”
“수업에 리듬감이 있어요. 문학이 이런 거구나 새삼 느낀다니까요. 수업이 끝날 때쯤 되면 아쉽기까지 해요.”
안세희 교사의 국어 수업을 통해 스마트러닝의 효과를 온몸으로 체감한 3학년 국은송, 박지홍, 홍두영 학생의 말이다. ‘스마트러닝’이라고 하면 최첨단 기자재를 바탕으로 신기술을 적용해 수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 교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자재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재료를 이용해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서 스마트러닝의 출발점을 찾았다.
“각 지역에 있는 스마트러닝 시범학교나 연수를 가서 보니까 수업을 위해 고안된 첨단 장치들이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하지만 시범학교에서 몇 천만 원씩 들여가면서 수업 선진화를 도모하지만 그것을 모든 교육 현장에 한 순간 적용해서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봐요. 적어도 당장은 쉽지 않다고요. 그렇다고 스마트러닝을 포기하자는 뜻은 아니에요. 일반적인 수업 진행의 설계만 조금 변경하면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효과적인 스마트러닝을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실제로 그의 수업 시간 교실 풍경은 타 교과 수업과 큰 차이가 없다. 당연히 첨단 기계는 등장하지 않는다.
학기 당 학습 분량을 충실히 진행하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소설 한 편 정도는 UCC로 직접 만들어 보게 하는 것, 이것이 그가 선택한 ‘스마트한’ 수업 방식이다.

흥미와 학생 참여율 UP! 성적도 덩달아 UP!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 거기서 안 교사의 고민이 시작됐다. 현재 그의 스마트러닝 교수법은 2003년 상인천중학교에서 교생으로 있을 때 연구수업을 설계하면서 적용한 것으로 지금까지 조금씩 수정·보완·발전되어온 수업 모형이라고 한다.
“학생협력학습에서 UCC를 제작했는데 아이들의 참여와 성과가 예상 밖으로 좋았어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에서 학습의 요소를 찾아내고자 했던 그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한 휴대폰을 관찰하게 됐다.
“휴대폰은 학생들이 24시간 갖고 다니는 분신과 같은 것이더라고요.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학생이라고 해도 휴대폰을 수업의 요소로 사용한다면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작품을 새롭게 해석해서 간단한 UCC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각자의 적성과 관심 분야에 따라 모둠을 나누고 구성원들끼리 협력하면서 뉴스, 시 낭송,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장르를 선택해 작품을 만들게 한다. 여기서 안 교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내용학습이다. 선정한 작품을 교과서로 먼저, 다음으로는 도서관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가며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지도했다. 그래야 ‘창작과 변형’, 즉 장르에 따른 시나리오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국어 교과에 대한 흥미를 느끼면서 종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의 참여율을 보였다. 이는 학습능력 신장은 물론 성적 향상이라는 성과까지 이끌어 냈다.

그의 수업을 듣고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대에 진학하는 학생들까지 속속 배출됐다. 인근 중학교에서 중간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숭의고에 진학했던 전소현 학생은 안 교사의 수업에서 글쓰기, UCC 제작, 팀장 등을 경험하면서 공부의 맛을 알아가는 동시에 점차적으로 성적이 향상돼 서울대학교에 입학했고, 중학교 성적이 80%였던 이진경 학생 역시 그의 스마트한 수업에서 공부에 재미를 붙이면서 고려대 어문계열로 진학했다. 그는 이렇듯 변화되는 학생들이 있기에 힘들어도 스마트한 수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제가 쓴 논문 평가를 받을 때 심사하시는 분이 논문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더군요. 주저하지 않고 ‘흥미와 참여’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학생들의 흥미가 높아졌고, 전통적으로 수업을 했다면 앞자리 두 줄 정도만 참여했겠지만 스마트러닝 수업에서는 모둠별로 역할이 주어지니까 자기 역량에 맞게 전원이 참여하면서 학급 분위기도 매우 밝아졌어요.”
실제로 1·2차 지필평가 결과를 비교해 보면 53.8%, 과반수의 학생들이 성취도 등급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그의 스마트러닝 교수법이 단순한 흥미 위주의 수업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문학의 맛을 느껴라!
최근 그는 스마트러닝을 통한 학습능력 신장을 인정받으면서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교총에서 주관한 지도안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업선진화대회에서는 교과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국어교사가 국어 과목에 대한 학문적인 것만 가르친다면 반쪽짜리 교사라는 그의 철학처럼 가르치기에 앞서 학생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려고 했던 노력이 빚어낸 성과이다.
그는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문학의 맛을 알아가면서 기쁨, 사랑, 슬픔, 아픔 등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 개발되길 소망한다. 학생들의 감성을 깨워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스마트러닝 수업의 외연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시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고 학생들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죠. 그래서 학생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거기에서 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적 요소를 찾아낼 필요가 있죠. 그것은 결국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이거든요.”
숭의고 입구에는 그의 수상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에게 더 겸손하라는 한 장의 현수막이 걸렸다”라고 썼다. 겸손하게 행동하면 사람이 더 빛날 것이라는 지인의 말을 떠올리며 쓴 글이라고 한다. 동시에 교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초심을 되찾으면서 진심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2학기가 되면 그는 학생들과 함께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시낭송대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시낭송을 다양한 장르의 UCC로 만들면서 시가 가진 매력을 알려주고 싶은 것. 그는 스마트러닝을 도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학업에 흥미를 잃은, 시대의 경향을 더 좋아하는 학생들에 대한 손짓”이라고 대답했다. 변화의 파도에 힘차게 올라타 학생들에게 문학의 즐거움, 확대하면 학문의 즐거움까지 전하고 있는 안 교사의 ‘스마트한’ 손짓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서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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