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천년의 혼이 서린 곳

2012.08.01 09:00:00

쨍한 햇빛 아래 무더위로 지쳐가고 있던 여름날, 강릉은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다. “여기 날씨는 지금 한 달 째 이래요. 그렇다고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대관령을 넘어올 땐 잠시 비를 만나기도 했으니, 비가 오지는 않을 거란 강릉 주민의 말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파란 하늘은 없었지만 마치 엄마의 품 같은 아늑함을 주는 강릉의 정취는 금세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었다. 관동지방하면 떠오르는 도시 강릉을 찾아 경포호의 낭만과 옛 사람들의 추억을 만나보았다.

시를 떠올리게 하는 맑은 호수, 경포호
거울같이 맑은 호수라 해서 이름 붙여진 ‘경호’는 예로부터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조선시대 가사 문학의 대가인 정철은 강원도 관찰사에 제수된 뒤 관동지방을 유람하며 지은 ‘관동별곡’에서 물결이 일지 않는 경포호의 맑음과 잔잔함을 비단에 비유했다.
경포호 둘레에는 자전거 길과 함께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 시구가 적힌 돌이나 예술 조각들이 늘어서 운치를 더하고, 앉아서 경포호를 감상할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경포호는 본래 둘레가 12㎞에 이르렀다고 하나 현재는 흘러드는 토사의 퇴적으로 4㎞ 정도로 축소되어 자전거로는 10~20분, 걸어서는 한 시간 내외로 일주할 수 있다고 한다.
경포호 북쪽에는 누각인 경포대가 자리 잡고 있다. 고려시대 처음 지어져 1508년(중종3) 이 자리로 옮겼고, 600년이 넘는 지금까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경포호를 찾는 이들을 맞이해왔다. 강릉이 고향인 율곡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수많은 문인들이 이곳에 와서 시를 읊었다. 현재 경포대는 강원도유형문화재 6호로 지정되어있다.

절제된 소박함이 주는 여유, 허균·허난설헌 생가
경포호 근처에는 경포대 외에도 들러볼 만한 곳이 많다. 허균·허난설헌 생가는 경포호 산책길 밖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5~10분 만에 닿는 거리에 있다. <홍길동>의 저자로 유명한 허균의 동네라 그런지, 경포호에서 허균·허난설헌 생가로 향하는 길에는 기백이 넘치는 의적 홍길동의 동상들을 볼 수 있다.
조선의 유명 여류 시인인 허난설헌과 최초의 한글소설을 쓴 허균이 태어난 이곳은 소나무 숲 사이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 남아있는 조선시대 여타 명문가들의 집과 비교하면 소박한 느낌을 준다.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힘들고 강릉의 다른 명소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방문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적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박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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