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명문' 급성장한 인천국제고등학교

2012.09.01 09:00:00

인천국제고등학교는 2008년 개교하자마자 ‘2009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교’, ‘2010년 인천광역시 학교평가 최우수교’에 선정되었다. 이어 2011년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1위, 2012학년도 수능에서 전국 8위로 공립·국제고 중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개교 5년 만에 입시명문고로 자리 잡았다. 공교육의 성공적인 모델로 교육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인천국제고의 성공 비법과 특화된 프로그램을 들여다본다.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 자발적 학습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2학년도 수능 결과를 토대로 각 고교 재학생의 언어·수리·외국어 평균 1·2등급 비율을 분석한 결과 인천국제고는 79.3%로 전국 6위, 국제고와 공립고 중에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인천시교육청이 글로벌 시대에 국제화된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성공적인 학교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이 학교를 설립한 지 5년만이다.
인천국제고는 입시 명문하면 흔하게 따라오는 유명 사설 학원은 물론 편의점이나 문구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백운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핸드폰 사용도 금지다. 학생들이 답답함을 느끼거나 공부에 지쳐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찰나 수업 중인 교실에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세히 보니 온통 환한 표정의 학생들이 교사와 활발히 상호작용하는 활기찬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정규 수업 시간 이후엔 방과 후 활동이 이어지는데, 학생들은 스스로 보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찾아 수업을 듣거나 자기만의 방법으로 공부를 한다. 교사 한 명이 단 네 명의 학생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하는가 하면 같은 시간 도서관에는 혼자 앉아 책을 읽는 학생, 친구들과 함께 신문을 뒤져보며 무언가 찾아보고 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밤 12시까지라도 교사와 따로 약속을 잡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은 학생들의 자발적 의사로 이루어진다.
꼼꼼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은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에 만족을 표시한다. 학교 안에서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배우고 충분히 성취할 수 있기에 모두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즐긴다.
박경훈 교장은 이 학교의 높은 학업 성취율에 대해 “뛰어난 학생과 열정적인 교직원, 학교와 학생을 믿어주는 학부모,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학교 운영 시스템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 교육
특목고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면 학교 목적에 따라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고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립목적에 맞춰 교육과정을 갖추고 특별히 해외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국제반을 개설했다.
아이비리그 등 외국 대학 진학을 위한 영어 전문 교육 과정을 편성하고 해외 대학 준비에 필요한 ACT, SAT, AP과정을 정규 수업에서 다룬다. 진로 진학 TF팀은 대학별 논술 지도와 심층 면접 지도를 하고 학생과 학교 프로파일을 관리한다. 물론 별도의 사교육이나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유타 인턴십으로 미국 대학에 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어요. 국제 관계, 그 중에서도 이민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이 주제를 가지고 외국의 교수들과 논문을 썼어요.”
2학년 홍석희 학생의 말이다. 이 학생은 외국대학 진학을 꿈꾸며 이 학교에 입학했고, 국제반의 맞춤식 수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UN에서 일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 유타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국제반 학생 파견 교육을 실시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중에 3주간 이루어진다. 현지 교수 1명과 학생 2~3명이 한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지 문화 체험과 논문 및 학습 방법을 배우고 영문 논문을 작성한다. 그 결과를 소논문 저널에 발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활동이 기반이 되어 인천국제고는 교과부와 영재재단이 주관한 ‘제3회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를 6개 팀 19명을 배출하며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제반 뿐만 아니라도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해주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국 대학을 경험하고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 해외 학교와 교육 과정을 연계한 해외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글로벌 임팩트’는 테마별 공동 수업과 봉사활동, 개별 연구 및 보고서 작성 등으로 이루어진다. 2011년에는 역사·문화체험의 일환으로 미국 서부를 탐방했다.
그 밖에 외교관 및 각계의 명사를 초청하는 ‘글로벌 명사 초청 강연’, 2009년 유네스코 협동학교로 지정된 뒤 지속적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네스코 협동학교 사업’ 등의 프로그램이 학생들이 국제적 시야를 갖춘 글로벌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나’를 찾아주는 ‘아로’ 프로그램
국제반을 비롯한 다양한 해외 연계 프로그램들이 알찬 학습을 이끈다면, 이 학교의 탄탄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구체적인 목표와 미래를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천국제고의 진로교육활동은 아로(AROW, 我路)라는 말로 총칭한다. ‘AROW’는 ‘한 줄로, 줄지어, 잇따라’라는 의미이며 한자어 ‘我路’는 ‘나의 길, 나의 진로’라는 뜻이다. ‘내 삶을 보람찬 행복거리들로 줄줄이 이어 아름답게 아로새기자’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이 학교는 입학 전부터 ‘예비 인국인 캠프’를 열어 아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흥미·적성을 탐색한다. 입학 후에는 각자에 맞는 진로 탐색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1회 진로탐색활동과 학술동아리, 예술동아리 등의 학생활동이 진행된다. 특히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직접 결성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어, 경제나 외교 등 학업과 관련된 부분은 물론 농구나 배드민턴 같은 스포츠까지 그들의 흥미에 따라 마음껏 원하는 분야를 탐구하고 활동하며 자신의 꿈을 구체화시키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로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졸업생, 전문가와 함께하는 진로 컨퍼런스인 ‘아로 본딩’이 있다. 이 학교 선·후배들이 만나 동일 계열 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선배가 자신의 전공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것이다. 지난 7월에도 경제경영, 정치외교, 사회과학부터 시작해서 의약학, 디자인·의류, 경찰대·사관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진학한 1, 2기 졸업생들이 모교를 방문, 해당 분야의 진학을 원하는 재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을 꿈꾸는 2학년 이윤석 학생은 “경찰 제복을 입고 등장한 1기 양지애 선배가 제일 멋있었다. 공부만큼 체력단련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졸업한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학교는 인근 중학교 학생들에게 교육기부 활동을 펼친다. 바로 ‘찾아가는 아로 콘서트’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기회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진로진학 목표 설정과 실천 과정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금년 들어서만 이미 40여 개 학교를 방문,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학교차원에서 하는 교육기부활동이 ‘아로 콘서트’라면,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육기부는 ‘지식나눔이’이다. 공항중학교, 운서초등학교 등 인근 초·중학생과 인천국제고 학생을 1대 1 멘토와 멘티로 연결하여 1년간 멘티 학생의 학습 결손 부분에 대해 개별 지도한다.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제가 가진 것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멘토링 시간이 기다려져요.” 2학년 정민선 학생은 ‘지식나눔이’ 활동에 대해 애정과 함께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학생과 교사, 상생의 에너지
학생들 각자가 원하는 것이 다양하고 학교의 프로그램도 많다보니 교사들이야말로 정말 한시도 쉴 틈이 없다. EBS 방송, 교과서 집필, 수능·학력평가 출제 등에 참여하는 인천국제고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공부를 돕다가 함께 학교에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60여 명의 교사에 전교생은 420명. 학생 수가 많지 않은 편이라 모든 교사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고 성장을 도울 수 있다.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진 교사들과 학생들의 끊임없는 탐구심의 상생작용이 이 학교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힘든 것도 잊어버립니다. 그 열정에 오히려 교사들이 자극을 받기도 하지요. 수업 시수 부담이 적어 1시간 수업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아이들이 양질의 학습을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데서 보람을 느낍니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정구복 교사의 말이다.
단지 입시 명문고라는 이름은 인천국제고를 수식하기에 부족하진 않을까. 이 학교의 진짜 매력은 입시 명문이라는 간판이기 보다는 학생들 개개인의 능력을 꺼내주고 키워주어 100%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인지도 모른다. 높은 성취도는 그 안에서 학생들이 쉼 없이 분출해내는 맑고 밝은 에너지의 결과물이었다.
박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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