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재미와 학습효과까지

2012.12.01 09:00:00

이제 토요일은 문화, 예술, 과학 등 담장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체험활동을 통해 감성을 깨우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토요프로그램의 특징은 ‘창의성과 감성을 깨우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라는 데 있다. 먼저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특기적성도 살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학습효과까지 거두고, 지역 내 문화소외계층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경기도교육청의 토요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게임 법칙 배우고, 배려심도 키우는 ‘체스’

체스는 인도에서 처음 시작됐다. 인도의 발힛 왕이 체스를 발명한 현자에게 상을 내리려고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현자는 겸손하게 체스 판을 이루는 64개의 칸에 보리알을 채워 달라고 말했다. 첫째 칸에는 한 톨, 둘째 칸에는 두 톨, 셋째 칸에는 네 톨, 넷째 칸에는 여덟 톨…. 왕은 현자의 소박함에 놀라면서 흔쾌히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1×2×4×…64, 이렇게 곱해 나가면 마지막 칸에 놓을 알곡의 수는 2의 63승, 무려 922경3372조368억5477만5808톨이 된다. 인도 전역에서 생산되는 알곡을 다 합해도 모자랄 양이었던 것이다. 학창시절 배웠던 ‘로그’는 이렇게 체스와 함께 탄생했다. 그 후 체스는 페르시아, 아랍, 유럽에까지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강화시켜 학습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체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관심을 끌 수 있는 체스의 역사에서부터 게임의 법칙, 게임을 위해 스스로 전략을 세우고 승부욕을 절제하는 방법 등을 익힐 수 있는 체스 프로그램은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교육으로 채택하고 있는 체스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 기획자는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이 대국을 통해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얻고,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면서 페어플레이 정신도 함양할 수 있으며, 또 기물의 입체감과 공간적인 움직임을 배우면서 공간 통제에 대한 감각도 키울 수 있다”면서 “프로그램의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 역시 매회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체스에는 ‘스테일메이트’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 개념은 상대방을 너무 궁지로 몰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상대방이 움직이거나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둔 다음에 체크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남겨두지 않고 게임을 하면 신사답지 못하다고 보면서 무승부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이 스테일메이트 개념을 인식시켜주면 하나의 게임 법칙을 넘어서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체스 프로그램만의 특징이라는 게 운영자의 말이다.

역사의 재구성 ‘북아트 한국사’
‘북아트 한국사’ 프로그램은 선사시대에서부터 근현대사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1년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여 시대마다의 역사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교사는 설명하고 학생은 듣고 쓰고 외워야 했던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 탈피해 동영상과 실물자료를 중심으로 한 시각영상수업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역사 속 장면을 떠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역사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서양의 금속활자보다 70여 년 앞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는 ‘직지’를 다룰 때에는 42행 성서는 무엇인지, 구텐베르크는 어떤 사람인지, 실제 직지의 모습과 내용은 무엇인지, 직지와 42행 성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영상자료와 모형자료를 통해 직접 관찰해 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한 것.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단편적으로 역사를 읽는 것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들이 서로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되고, 같은 맥락에서 한국사 역시 세계사의 거대한 구조 속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한다.
자기만의 시각으로 역사서, 직지 등을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참여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려운 내용을 외우지 않고 이해할 수 있고, 직접 만들고 만져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지루한 내용을 생동감 있게 배울 수 있어 좋다”, “아이가 만들어 온 책을 보면서 한국사 공부를 다시 하는 느낌이다. 새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날아라, 비행기! ‘항공과학’과 ‘빨강 토요일 문화체험’
이해하기 까다로운 항공과학용어들과 관련 지식을 직접 만들고 체험함으로써 배우는 ‘항공과학’ 프로그램도 도내 인기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교구와 비행기를 활용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콘덴서와 모터를 이용하여 실제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직접 만들면서 항공과학에 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들도 처음 모형비행기를 접할 때는 장난감으로만 생각하다가 수업을 통해 비행 이론과 과학적인 원리 등을 익히면서 재미와 함께 학습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여러 개의 비행기를 합체해서 만드는 비행기, 뿔 달린 비행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쓴 비행기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실제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취감을 느끼면서 자신감도 높이고 있다.
또 ‘빨강 토요일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이색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 지역 여건을 감안해 도내에서도 문화소외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학부모를 초청, 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운영한다. 쉽게 접하기 힘든 문화공연 관람,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학습, 학생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발표회와 연극 등으로 내용을 구성했는데, 지난 3월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를 초청해서 진행한 교과서 속 클래식 공연을 시작으로 인형극, 음악밴드, 사물놀이, 버블쇼, 마술, 연극, 스니커스와 함께하는 댄스 등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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