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경기통진중 교사와 우선영 무용예술 강사

2013.02.01 09:00:00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춤의 날’ 행사에 참가해 무용 전공자들 틈에서 눈길을 모은 팀이 있다. 비록 전공자의 섬세한 표현력과 기술은 없지만 표정만큼은 생기가 넘쳤고 박진감 넘치는 몸짓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들이 얼마나 순간을 즐기고 있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즐거움을 전이시킨 통진중학교 무용단, 이들을 이끌고 있는 김성기 교사와 우선영 강사를 만났다.


통진중학교 김성기 교사와 우선영 예술 강사는 2006년 처음 만났다. 그러니까 올해로 8년째 함께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다. 예술 강사는 학교의 예술교육활성화를 통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다. 국악, 무용, 연극, 영화, 만화, 사진, 공예, 디자인 등 총 8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강사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워주고 있다. 김 교사는 학교에 있는 교사는 물론 외부에서 활동하는 좋은 강사들이 참여해 동아리를 지도할 때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생각에서 김 교사는 직접 예술 강사 파견을 신청했고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 강사와 끈끈한 교육적 연대를 형성해오고 있다.

교사와 무용 전문가의 인연
이들의 지도로 탄생한 무용단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15명으로 구성된 ‘남무단(남자무용단)’, 다른 하나는 10명으로 구성된 ‘미소단(미소를 머금은 무용단)’이다. 이들은 2010년 봄방학을 기점으로 지역 내에서 열리는 각종 경진대회나 공연 등에 참가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김 교사와 우 강사의 환상적인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체육수업 중 1시간 무용수업이 있었어요. 이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예술 강사를 파견 받아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어요. 한국창작무용이라는 수업이었는데 무용수업을 들은 남학생들이 남무단이라는 팀명도 만들고 수업을 이수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갔어요.”
김성기 교사의 역할은 학생을 모집하고 우선영 예술 강사가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김 교사는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방과후 특성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김포시 동아리 공모사업, 문화체육관광부의 토요프로그램 지원사업, 기타 지원사업 등에 공모해 재정적 지원을 받아냈다. 김 교사의 노력으로 ‘남무단’과 ‘미소단’은 무용을 배우고 싶은 학생이라면 누구든 재정적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조성됐다.

“콘셉트가 명확했어요. 몇몇 영재를 키우는 전문가 양성이 아니라 무용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배우고, 즐기고, 또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소비자로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었어요.”
김 교사의 말대로 아마추어 정신으로 무대에 오르는 학생들 중에는 실력이 뛰어난 학생과 부족한 학생이 골고루 섞여 있다. 이들은 서로 실력의 넘침과 모자람을 재거나 따지지 않는다. 물론 무대 한가운데에 서는 것도 실력 순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경쟁의식 따위는 없다. 관객들과 호흡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우선영 예술 강사는 세종대학교 무용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인재다.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일한 경력도 있다. 인터뷰 내내 그가 누차 강조했던 말이 있다.
“김성기 선생님과 같은 분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예술 강사는 매년 계약을 통해 학교에 남을지 떠날지가 결정되잖아요. 김 선생님은 제가 마음껏 가르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세요. 제 영역을 지켜주는 것을 넘어서 더욱 넓혀주시죠. 이런 선생님이 또 계실까 싶어요.”
우 강사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탱해 준 힘을 김 교사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찾았다. 더불어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신의 역할은 “큰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동작이나 구성 등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더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사회 경험하는 무용동아리
김 교사의 온전한 지원과 우 강사의 열정으로 성장하고 있는 ‘남무단’과 ‘미소단’에는 여타의 무용단과 차별화되는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안무로 창작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스토리 제작 과정에 참여해서 직접 만든 ‘조강거리가면춤’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통진에는 한강과 임진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나루터인 조강이라는 곳이 있는데 해방 전에는 황해로 가기 전에 건너야 했던 곳이라 매우 번성했던 곳이죠. 장터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음식냄새가 퍼지는 그런 곳 말이에요. 이 조강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춤으로 재구성했어요. 한삼을 착용하고 탈을 쓰고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무로 짜면서 번화했던 조강을 되살린 거예요.”
이들의 창작 무용 작품은 경기도 청소년 민속예술제, 경기도 4-H 경진대회 등에서 각각 장려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예방 심포지엄, 김포시 농업인의 날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우 강사도 공을 인정받아 문화체육부 장관 표장을 받았다.
각종 수상과 공연 초청이 쇄도하는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위 ‘인기’를 얻게 되자 학생들의 생활태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학교생활에서도 훨씬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을 대할 때에도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 속에서 사회를 배우는 것이 장점이다. 동아리 활동이 학습태도와 생활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학생들 생각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열린 축제를 계기로 ‘미소단’으로 활동하게 된 3학년 서정은 학생은 “평소 관심이 없던 친구였는데 무용단에 들어오면서 친해졌다”고 말했고 3학년 전혜린 학생 역시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김 교사와 우 강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성장’이라는 공통의 목표 향해
사실 이 무용동아리 성장의 토대에는 풍성한 문화체험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통진중학교 김동석 교장의 역할도 컸다. 연습할 공간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고등학교 기숙사 건물 1층에 다목적실을 만들고 마룻바닥을 깔아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남무단’으로 활동하던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하자 직접 고등학교 교장에게 부탁해서 고등학교 무용부도 만들었다. 교사와 강사가 학생들의 꿈을 펼쳐줄 수 있도록 학교 운영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지원하기까지 재정적, 행정적, 그리고 무엇보다 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목적은 하나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 동아리로 모여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즐기면서 문화를 체험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그래서 ‘남무단’과 ‘미소단’ 소속 학생들의 꿈은 각양각색이다.
“우리 학생들은 경찰청장, 범죄심리학자, 판사, 스튜어디스, 건축가, 설계사, 만화가 등 정말 다양한 꿈을 꾸고 있어요.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 중에 동아리 활동이 있는 거죠.”
김 교사는 하나의 꿈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서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한다.
“동아리 활동이라는 게 문화적 흐름을 타요. 참신한 스토리라고 해도 언젠가는 퇴색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이제부터 제가 해야 할 숙제는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찾아올 때 상황에 맞게 잘 변모하면서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하는 것이에요.”

김 교사와 우 강사는 지역사회와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으로부터 받은 자원과 혜택을 다시금 환원하는 데에 뜻을 같이 한다. 덕분에 ‘남무단’과 ‘미소단’은 지역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노인대학이나 지역농업인의 날, 동문행사 등을 통해 지역 내 소외된 이웃과 지역민들에게 문화나눔을 시도해 왔던 것이다.
학교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교사와 같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학교에 예술이라는 꽃을 피우는 이도 있고, 우 강사처럼 전문성을 나누면서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도 있다. 이들에게는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학교를 풍성하게 만드는 김 교사와 우 강사가 키워낼 아이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서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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