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

2013.06.01 09:00:00

융합인재교육(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은 기존 이론 중심의 수학, 과학교육에 기술공학과 예술교육을 연계하는 교육으로, 교육부는 2012년부터 융합인재교육을 교육과정에 20%까지 도입하도록 각급학교에 권고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 현장은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연구 및 개발에 상당한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창의·인성·지성을 키우는 융합인재교육의 중요성을 절감, 특화된 프로그램 운영으로 조명 받고 있는 의정부 호암초등학교 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를 만나 STEAM 교육의 효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 꿈 밝혀주는 작지만 큰 모임

“결론부터 말하면 꿈이에요. 공부도 꿈이 있어야 할 수 있거든요.”
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석희 교사의 말이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 모임은 융합인재교육의 핵심에 ‘꿈’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조벽 교수의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어요. 가장 먼저는 관심이 생겨야 창의력이 생기고, 창의력이 생기면 그게 꿈으로 연결된다고요. 자신만의 꿈이 생기면 그걸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거죠. 이게 바로 융합인재교육의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꿈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오랫동안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던 김 교사는 그 원인을 꿈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후 아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는 호암초등학교 교사 4명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소규모 모임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지혜정 교사는 “같은 학교 교사들의 모임이다보니 수시로 모여서 교과안 자료 개발, 융합인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수-학습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융합인재교육은 4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로 3년차이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많이 냈다”며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덧붙여 설명했다.
지 교사가 말하는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과거 영재교육, 특성화교육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우수한 프로그램들을 일반 학생들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일반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흥미와 교육적 효과를 모두 갖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평소 과학에 관심 없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면서 자신의 관심분야와 적성, 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를 얻게 됐다. 둘째, 모든 수업을 2인 1조로 진행하면서 협동과 배려, 의사소통 등 인간관계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실제로 호암초등학교는 2012년 11월 실시한 ‘청소년 인성검사’에서 인근 학교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높고, 공격적인 말 사용이 감소했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자신감, 인간관계, 생활태도 달라져!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절감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호암초 4학년 이은지 학생은 “과학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수업이 끝날 때가 되면 실험의 결과와 함께 뭔가 해낸 듯한 기분까지 든다”고 말하는가 하면 정현정 학생은 “친구들과의 사이가 전보다 더 좋아졌다. 2인 1조로 수업하니까 몰랐던 친구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고 서로 도우면서 실험하니까 우정도 깊어지는 것 같다”면서 융합인재교육에 대한 높은 만족을 표했다.
공교육이라고 하면 때마다 시험을 보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아야하므로 목적이 있는 공부가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기 쉽다. 지난해 신규발령을 받고 호암초에 부임한 김나연 교사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 교사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진도를 나가고 시험문제를 내고 평가하는 일련의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융합인재교육교사연구회에 참여하면서 교육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며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이가 바로 교사임을 마음에 깊이 새기게 됐다. 뿐만 아니라 과목 간 융합으로 아울러서 가르칠 때 흥미와 교육 효과가 높은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고 수업에 적용하는 안목도 생겼다.
이 모임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내가 만든 자동차로 물체의 속력 알아보기’를 비롯해 ‘화석으로 공룡의 모습을 예측하고 로봇공룡 만들기’, ‘전기회로를 이용해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증강현실을 이용해 계절에 따른 별자리 알아보기’ 등 호기심은 자극하고, 창의성은 키우고, 교과 간 담은 허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한 예로 고구마, 감자, 계란 등을 쪄서 물의 순환, 수증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설명하는 과학 수업이 있다. 여기서 끝나면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그친다. 하지만 융합인재교육에서는 조금 더 울타리를 넓힌 수업이 진행된다. 고구마, 감자, 계란 등의 고체가 익어가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시화를 만들게 했다.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하니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는 글들이 뚝딱, 너무도 쉽게 그리고 훌륭하게 나왔다. 학생들의 감성을 키우는 수업이 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순식간에 과학, 국어, 미술, 예술이 융합된 교육이 이뤄진 것이다. 또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이 모임이 주도하는 스팀형 현장학습도 흥미롭다. 과천과학관으로 현장학습을 나갔는데 단순히 과학관을 관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전에 교사들이 나눠준 미션지에 따라 주도적인 체험을 하도록 이끈다. 가령 과학관에 있는 역사적 인물과 연구 성과에 대해 알아보고 미션지에 답을 적어오도록 해 아이들 기억에 오래 남는 유의미한 현장학습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 운영은 김 교사를 포함한 모임 소속 교사들이 재미·흥미·교육 효과 그리고 마침내 학생들이 꿈을 찾는 데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우수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신나는 STEAM Day!
이 모임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을 ‘STEAM Day’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집중적인 융합인재교육을 실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목표 때문이다. ‘STEAM Day’는 김 교사가 융합인재교육을 담당하고 다른 세 명의 교사는 각자의 강점을 공유하는 교환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 STEAM 교육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전 평가와 사후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 모임 회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 4월말까지 호암초 4학년 학생 100명을 포함해 인근 3개 학교 4학년 학생 각각 100명씩 총 400명에 대한 1차 사전 평가를 완료했다. 5월부터 11월까지 스팀교육을 실시한 후 교육받은 학생들의 사후 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평가에는 과학태도·과학적 문제해결력·논리적 문제해결력·교육과정 만족도·인성검사 총 다섯 항목이 포함된다.
“융합인재교육의 근거와 실천적 증거를 위해 학교 간 비교 연구는 꼭 필요해요. 그래야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통계자료로 만들고 공유할 수 있잖아요.”
올해 말 사후 평가가 완료되면 이 모임은 융합인재교육의 효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해 일반화에 기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서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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