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짜증 나는 감정이 나쁜 건가요? 모든 감정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2013.12.01 09:00:00

“내가 그때 조금만 참았더라면…”, “그 친구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했더라면…”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다스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감정을 대처하는 일 또한 연습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내 감정의 색깔을 알고 조절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도 어려운 게 아니다. 감정을 잘 읽고 관리하는 교사가 업무성과는 물론 아이들 수업에 대한 열정과 몰입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하니 지금부터 함규정 한국감성스킬센터장의 조언으로 우리 모두 ‘감정의 달인’이 되어보자.

 
감정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게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감정 전도사’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에 관심이 많았어요.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책을 읽어도 인물들의 감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대기업 연구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조직사회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죠. 분명 모두가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 사는데 서로 솔직하지 못하고 그래서 소통이 안 되고 결과적으로 서로의 감정이 어그러지는 일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감정교육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한국인의 정서상,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조차 서툰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감정을 교육하는 데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2008년부터 강의를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중요한 것도 많은데 뜬금없이 웬 감정타령?’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조직 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그 중요성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황이었죠.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과거 3~4년 전만 해도 교과과정에 감성지능과 관련한 단원조차 없었어요. 지금은 거의 정식과목이 되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됐어요. 초반에는 동기부여도 잘 안 돼서 교육이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감정이나 소통의 중요성이 확실히 인식되어 있어서 교육이 수월해졌어요.

어느 상황에서나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건 피하고 싶은 일인데요. 특히 학교에서 교사들의 감정관리가 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학급 내에서 교사는 한 명이고 학생들은 다수예요. 그래서 아이들은 좋든 싫든 교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교사가 아무리 감정을 감춘다고 해도 아이들이 눈치 못 챌 리 없고 그러한 감정들이 아이들도 모르게 빠르게 전염이 됩니다. 교사들이 감정관리를 잘해서 아이들에게 잘못 전달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죠.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화나고, 짜증 나고, 괴로운 감정들 자체가 무조건 나쁘고 숨겨야 할 감정일까요? 그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적절히 표현한다면 보다 행복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학교 내에서도 구성원 간 갈등이 존재하는데, 효과적인 감정대처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학생들에게 감정을 섣불리 노출하기는 어렵고, 학부모들은 눈에 불을 켜고 평가까지 하는 상황에서 많은 교사들이 감정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교사라는 직업에 뒤따르는 윤리적·도덕적 책임감이 큰 만큼 쌓이는 건 많아도 풀 데가 없는 게 현실이죠. 어떤 교사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홈쇼핑을 즐긴다고 하는데 이게 바람직한지를 묻더군요. 문제해결 방법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어요. 사람들을 만나 풀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으며 풀기도 하니까요. 다만, 감정을 관리할 때 안전한 방법, 괜찮은 방법, 위험한 방법에 대해서는 확실히 구분하고 감정을 조절해야겠죠.
효과적인 감정대처법은 사람에 따라 달라져요. 언어나 신체전환법을 이용해 말이나 자세, 행동 등을 바꾸면서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오기도 하고 초점전환법을 활용해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 밖으로 눈을 돌려 감정을 완화시키는 방법도 있죠. 문제가 심각할 때는 사회적 지원전략, 즉 외부의 도움을 받으면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감정코칭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외국 교사와 한국 교사들의 차이점이 있는지요.
무엇보다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외국에서는 교사들이 자신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먼저 드러내는 게 자연스러워요. 반면, 우리나라 교사들은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나쁜 감정을 드러내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쁜 감정’이란 건 없습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나쁜 방법’만 있을 뿐이지요.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게 예일대에서 개발한 ‘감정 체크판’입니다. 현재의 감정을 읽는 도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수업 전에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쉽게 말해 가로축은 기분, 세로축은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좌표에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점 찍어보고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됩니다. 저는 하루에 3~4차례 정도 하는데요. 특히 퇴근 전에는 반드시 체크하고 귀가합니다. 만약에 화난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귀가 후에도 그 감정이 계속되기 때문이죠.
감정 체크판을 통해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에게 감정의 색깔을 알려주고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은 중요하게 여기지만 타인의 감정에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는 만큼 서로의 감정을 읽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EQ 즉 감성지능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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