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해 ‘무한도전’ 중인 공주 의당초등학교

2014.04.01 09:00:00

2004년 폐교 위기,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교로 선정. 모두 같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충남 공주 의당초등학교(교장 김연화)가 그 주인공이다. 농어촌지역 방과후 돌봄교실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의당초. 비결이 무엇인지 직접 살펴봤다.


“스위밍 앤 리딩! 오예~” 선생님의 취미를 묻자 아이들이 대답한다. 서로 정답을 맞히기 위해 여린 팔들을 쭉쭉 뻗는다. 곳곳에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보인다. 의당초 방과후 프로그램의 하나인 ‘국제 교육반’의 공개수업이 있는 날. 교사, 아이들, 학부모 모두 수업에 흠뻑 빠졌다. 오십분 남짓의 수업 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역력했다.

아이들의 ‘성공DNA’를 찾아주는 프로그램

“학교가 아이들의 ‘조화로운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적,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학생 개개인은 한 가지 이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봐요. 저는 그 가능성을 ‘성공DNA’라고 불러요. 이것을 찾아내 개발해주는 게 학교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당초등학교 김연화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2011년 부임한 김 교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돌봄교실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서 학생들에게 내재돼 있는 ‘성공DNA'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우선 SWOT분석을 통해 철저한 수요조사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틀을 짜고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문화예술, 생태탐구, 스포츠, 정보·과학교육으로 나눠 개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최대한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작년에 수업이 끝날 무렵 한 아이가 넘어져서 턱 밑이 조금 찢어지는 사고가 있었어요. 바로 응급실에 데려갔는데 응급처치만 마치고 다음 날 꿰매기로 하고 귀가조치 시켰죠. 그런데 다음날 아이가 병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 온 거예요. 부모님이 겨우겨우 설득해서 오후돌봄 시간에 병원에 데려갔는데, 저녁돌봄 때 다시 학교로 왔어요. 집에 가서 쉬어도 되는데 말이죠. 그 아이처럼 학교를 떠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요”라며 작년까지 돌봄교실 ‘전담마크맨’이었던 강한별 교사는 회고했다.

아이들을 찾아가는 돌봄교실

보통 돌봄교실은 학교에서 운영한다. 당연히 학생이 학교로 찾아와야 돌봄이 가능하다는 게 통념이다. 이를 김 교장은 뒤바꿨다. 교내에서 운영하는 저녁돌봄교실 외에 아이들을 위해 학교 밖으로 ‘찾아가는 마을 공부방’을 꾸렸다. 농촌 학교 특성상 학교와 집의 거리가 먼 아이들이 있다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도전이었다. 유례없는 의당초만의 혁신이자 가장 큰 특성이다. 김 교장은 “스쿨버스가 오후돌봄이 끝나는 5시 10분까지만 운행을 해요. 저녁돌봄을 학교에서 운영하다보니 귀가 문제 때문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녁돌봄을 마을회관이나 작은 도서관 같은 유휴공간을 이용해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마을회관 한 편을 공부방으로 이용하겠다고 노인 분들에게 양해를 구했어요.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하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아이들도 늦은 시간에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껴요”라고 김 교장은 전했다.
강한별 교사는 “늦은 시간까지 혼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부모님의 무관심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케이스는 전국 모델 학교 중에서도 저희뿐이에요. 아이들이 가깝게 오갈 수 있는 친숙한 환경 안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대만족’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과 찾아가는 마을 공부방 덕분에 의당초는 공주시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언제 폐교위기를 겪었냐는 듯 이제는 학부모가 아이들을 보내고 싶은 학교, 아이들도 머물고 싶어 하는 학교로 거듭난 셈이다. 2011년 73명이었던 학생수는 작년 114명으로 늘었다. 의당초에 3학년, 5학년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마을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줄었어요.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때문에 애들도 즐거워해요”라며 학교와 선생님들의 노고에 고맙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흔히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하면 시설과 예산을 먼저 따져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에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기반으로 열정을 쏟으면 따라오는 게 시설과 예산이라는 것을 의당초에서 실감했어요”라며 아이들을 위한 일에 두려움은 잠시 접어두기를 권했다.


작년은 의당초에 뜻 깊은 해였다. 방과후학교 장려상, 교육정보화연구대회 우수학교,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교의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교직원들의 남다른 열정이 일궈낸 갚진 열매였다. 의당초 교사들은 올해도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 중이다.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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