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와 자사고 惡緣인가 因緣인가

2014.04.01 09:00:00

자사고(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에 ‘핫’한 논란거리들이 뒤따르고 있다. 자사고에는 폐지 논란이, 일반고에는 ‘황폐화’라는 수식어가 생기면서다. 교육부가 고교체제를 세분화하면서 탄생한 자사고. 세분화의 ‘나머지’를 담당하게 된 일반고. 두 학교가 처한 현실을 보다 솔직하게 듣고 싶었다. 그래서 대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주인공은 자사고 전환 후 운영 5년째를 맞이한 최은혜 교감(서울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과 일반고 서준형 교감(서울신목고)이다. 두 교육자에게 잇따른 논란과 체감하고 있는 학교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한명섭

[자사고/일반고 교감 대담]



자사고 폐지 논란, 축소에는 공감하지만

최= 자사고 숫자가 많다는 건 문제다. 고교다양화 정책 때문에 숫자를 늘려놓아서 자사고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다보니 정원미달인 학교도 많다. 게다가 부정입학 사건이 터지면서 폐지 논란에 불이 붙었다. 워낙 사회적으로 파급이 큰 사건이었다.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사건 이후 사회통합 전형 기준이 강화됐는데, 현실적으로 할당 인원을 채우기가 더 어렵게 됐다. 언뜻 산술적으로 생각하면 정원의 20%를 모집하는 일이 쉬울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힘들다. 현재 서울시에서 사회통합 전형 할당 인원을 채운 학교는 우리학교를 포함해 세 곳뿐이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서= 자사고를 설립한 원론적 이유는 ‘다양성’이다. 하지만 사실상 ‘다양한’ 학생 보다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다. 이런 우수 학생들을 특목고가 아닌 자사고를 통해 수용하려고 했다면 왜 일반고가 아닌 곳에서 교육해야 하는지, 우수학생들의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했어야 했다. 그게 안 되다보니 현재 미달되는 자사고도 많고 각종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닌가. 수를 줄여야 한다.

최= 하지만 축소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졸업한 선배들과 학부모의 항의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려고 하자 항의가 빗발쳐 무산된 일이 있었다. 애초에 자사고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다시 돌리려고 하면 후유증이 심할 것이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로써는 학교 스스로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자구책을 찾는 일이 최선이다.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은 자사고?

서= 지역에 따라 자사고에 영향을 받는 학교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강남지역 일반고의 경우 주변 자사고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고보다 대학에 잘 보내기도 한다. 게다가 일반고라고 해서 다 같은 ‘일반고’가 아니다. ‘과학중점학교’의 경우 주로 특목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굉장히 우수하다. 각 일반고가 처한 지역적 환경에 따라 상황이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로 묶어 말하기가 애매하다.

최= 자사고 입장에서 보면 좀 억울하다. 언론에서 부추기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마치 일반고 문제가 전부 자사고 탓인 듯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사고로인한 영향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과학중점고 같은 선호도 높은 일반고보다 우수학생 수가 적은 게 사실이다. 자사고도 고충이 많다. 등록금이 일반고의 세배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이 그만큼 원하는 게 많다. ‘무덤에서 요람까지’라는 말처럼 ‘입학에서 졸업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 주기를 바란다. 한데 요구들을 하나하나 충족시키기엔 재정이 빠듯하다. 등록금은 세배 높지만 요구는 무한대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자사고가 지닌 강점은 선도학교로서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잘 된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다.

서= 자사고가 생기기 전부터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낮았던 지역의 경우에는 타격이 크다. 중상위 수준의 학생들이 자사고로 빠져나가면서 학교 내에 이질감이 커졌다. 게다가 주변 자사고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일반고로 편입되는 일도 있다. 최상위 학생과 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 간 격차가 커진 셈이다. 그러다보니 두 집단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하는 일반고 입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일반고가 짊어진 가장 큰 문제다. 심지어 어떤 학교에서는 입학 설명회 자료에 작년에 퇴학시킨 학생수를 싣는다. 그런 아이들은 골치 아프니까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문제아들을 분산시켜보자는 접근을 하는 학교가 점점 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섣부른 결정은 금물!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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