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이중생활’에 빠졌다. 현실에서는 평범한 학생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모바일 상에서는 연예인으로 살아간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명 ‘멤놀(멤버놀이)’이 유행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이 놀이가 무엇이기에 아이들이 빠져 있는 걸까? 새롭게 번지고 있는 ‘멤놀’에 대해 소개한다.
“나는 아이유야. 너는?”
‘멤놀’은 쉽게 말해서 연예인 역할 놀이다. 한 연예인을 지정해 자신이 마치 해당 연예인인 것처럼 대화하는 것을 뜻한다.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 등 모바일 채팅방이 활동 공간이다. 친한 친구들끼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멤놀 관련 커뮤니티만 해도 10,000개가 넘는다.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다수가 함께 놀기도 하고, 모바일 채팅방을 개설한 후에 커뮤니티에서 소집단을 모으는 식이다. 모바일 채팅 어플에 개설된 그룹채팅방의 수는 커뮤니티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 절차가 꽤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관건은 ‘진정성’이다. 예를 들어 가수 ‘아이유’로 활동하고 싶다면 닉네임을 아이유 혹은 아이유의 본명 ‘이지은’으로 등록한다. 그 다음 커뮤니티나 채팅방 개설자에게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생년월일은 물론 최근 활동 사항, 평소 습관, 말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진짜 아이유’ 같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어설픈 흉내는 용납되지 않는다. 재미를 위해 하는 놀이지만 나름의 체계가 뚜렷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반면 ‘강퇴(강제 탈퇴)’ 당하기는 쉽다. 일단 멤버로 받아들여졌다 해도 대화에 잘 끼지 않거나 해당 연예인의 말투와 다르게 말하면 쫓겨난다. 탈퇴 당하지 않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하는 놀이인 셈이다.
규칙 엄수는 필수!
멤놀의 규칙은 매우 구체적이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관용이 통하지 않는다. 그 중 가장 기본 사항이 ‘도금’이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을 도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칙이다. 멤버가 중복됨으로써 일어날 혼란을 막기 위함이다. 한 명의 연예인 역할을 여러 명이 맡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외도’는 원래 담당한 연예인이 있는데 다른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일을 뜻한다. 예를 들면 원래 ‘수지’를 맡고 있는데 ‘현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외도를 원할 때는 미리 공지를 해야 한다.
멤버끼리 ‘커플놀이’를 할 때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커플놀이는 가상으로 두 연예인을 연인 혹은 부부로 연결시켜 둘이 마치 사랑하는 사이인양 대하는 놀이다. 동성, 이성 모두 가능하되, 동성 커플은 금지하는 그룹도 있다. 이때 ‘플에비율’을 정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 플라토닉과 에로스의 비율을 뜻하는 은어로써, 쉽게 말해 멤버끼리 ‘야한 대화’의 수준이나 정도를 정하는 규칙이다. 동의하지 않은 수준의 자극적인 말을 했을 때는 제재 당한다.
규칙은 각각의 커뮤니티나 그룹의 ‘팸장(패밀리 장)’이 정하기 나름이다. ‘왕따’ 적발 시에 탈퇴시키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연예인 중 아이돌 가수 멤버들만 허용되는 곳도 있다. 멤놀을 하기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더 선호하는 집단을 선택한다. 규칙이나 성향에 따라 집단 내 동질성을 띠게 되는 셈이다. 경고나 탈퇴를 강행하는 것도 팸장만의 고유권한이다. 정해진 규칙들을 지키지 않을 시에는 ‘영탈(영구 탈퇴)’ 당할 수도 있다. 영탈 당할 경우 같은 계정으로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연예인을 동경하는 데서 파생된 ‘멤놀’.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순한 호기심이나 ‘염탐’하기 위한다면 참여하기 어렵다. 어른들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그들만의 놀이 문화가 당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필요하다.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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