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우주학 최규홍 교수_ “운석은 지구의 생성과정을 알 수 있는 연구 자료”

2014.05.01 09:00:00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됐다. 경남 진주에서는 네 번째로 ‘우주에서 온 운석’이 발견됐다. 71년 만이다. 최근 우주와 운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운석의 값어치를 두고 ‘운석 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운석은 정말 ‘대박’일까? 평생을 우주에 바쳐 온 최규홍 교수(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에게 물었다.



사진_한명섭 기자



경제적 가치 < 천문학적 가치
진주에서 발견된 네 번째 운석은 국내 최대 규모의 운석이다. “사실 운석의 내용 구성물만 보면 철광석이에요. 금보다 비쌀 이유가 없죠. 하지만 운석이 지구에서 발견될 확률이 낮기 때문에 금값보다 높이 거래되는 겁니다.” 최 교수는 소치 올림픽 때 안현수 선수가 ‘운석 금메달’을 받은 것 때문에 국내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소치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난해 2월 15일 러시아 우랄산맥에 낙하한 첼랴빈스크 운석 조각을 넣어 금메달을 제작했다. 운석이 떨어진 지 1주년이 되는 날 나온 금메달리스트에게 운석 금메달을 수여하기로 했다. 때마침 그날 안현수 선수가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승을 했고 ‘운석 금메달’을 받게 된 것이다.
“운석은 경제적 가치도 높지만 천문학적으로 굉장히 가치 있는 연구 자료입니다. 우주에는 수없이 많은 운석들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진주 운석은 그 중 하나죠. 수많은 운석들 중 이 지구에, 그것도 경남 진주에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희소성 때문에 경제적으로 가치가 높은 거죠. 하지만 천문학적 가치가 더 높아요. 지금 떨어지는 운석은 45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될 당시의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는 운석 연구를 통해 지구의 생성과정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발견 즉시 보관 처리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천문우주학 발전의 일등공신
최 교수는 미국에서 천체물리학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정부초청으로 귀국해 29년 동안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처음 교수직을 맡았을 때만 해도 국내 천문우주학 분야는 불모지와 같았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한 발 내디딜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다. 인공위성 우리별 1호(KITSAT-1)를 띄우고, 나로호를 연구·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후학 교육에 애썼다. 천문우주학 분야의 인적자원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다.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제자들의 미국 유학을 도왔다. 미국 대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GRE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최 교수는 ‘GRE특공대’를 꾸렸다. 제자들과 함께 일산 천문대에서 숙식하며 GRE를 가르쳤다. 최 교수는 그때 당시의 삶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회고했다. 그리하여 석사 84명, 교육대학원 석사 34명, 박사 44명을 배출했다. 아직까지 천문우주학분야에서는 이 기록을 깰 사람이 없다고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달려온 인생의 결과다.

‘청색기술’로 경제적·과학적 의미 창출
최 교수는 정년퇴임 후 ‘청색기술 연구회’를 꾸렸다. 현재 회장직을 맡아 왕성히 활동 중이다. ‘청색기술’은 자연 모방 기술이다. 속칭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는 도꼬마리 씨앗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청색기술의 한 사례다. 녹색기술이 환경오염의 사후처리에 중점을 둔 기술이라면, 청색기술은 친환경,지속가능한 기술인 셈이다. 최 교수는 우주에 바쳤던 열정을 우리 사회에 쏟으면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청색기술은 경제적,과학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기술이다. 우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다. 청색기술 연구회에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청색기술이 촉진될 경우 2017년까지 15만 명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신기술에 의한 신산업 창출과 벤처 창업, 중소기업 활성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색기술은 ‘자연중심 기술’로서 과학을 자연친화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한다. 과학의 스펙트럼을 넓혀 현재보다 인간 삶에 가까운 과학으로 나아가는 데 유용한 기술인 셈이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청색기술 분야에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2017년까지 청색기술 3대 강국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을 ‘위대한 스승’이라고 지칭한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천문우주학과 청색기술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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