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좋은 것은 선(善)'이고 '나에게 싫은 것은 악(惡)'이 되는 기준에 익숙한 아이들. 타인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따뜻한 마음의 불씨를 틔울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교실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의 방법을 들여다봤다.
개인보다는 협동이 우선시되던 시대가 있었다. 집단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희생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대, 지금의 40~50대는 그런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권과 개성이 중요시되면서 협동은 신경 쓰지 않는다. 모둠수업을 하자고 해도 여기저기 불만이 터져 나온다. 무임승차 효과를 들먹이며 자신만 손해 본다고 아우성이다. 자신보다 수업능력이 부족한 학급친구를 도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체육대회나 합창대회를 위해서 학급전체를 소집할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뭔 개인적인 사정이 그렇게도 많고 스케줄이 바쁜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미룰 수 있는 사정이건만 일단 ‘나는 NO’, 서로 ‘네가 양보해’라며 선생님을 외면해버린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크면 다 알아서 한다’고. 사회생활 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착각일지 모른다. ‘나에게 이익이 되면 선’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자라는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리 만무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행동은 일종의 굳어진 습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아이들이 습관처럼 타인을 배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몇 가지 소개한다.
교실 안에서 존댓말 사용하기
존댓말 사용의 가장 큰 효과는 ‘감정 억제’이다. 존댓말은 뇌의 전두엽이, 감정은 측두엽이 담당하는데 존댓말을 사용하면 전두엽은 활성화되고 측두엽은 억제되어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게 된다. 때문에 화를 내기 보다는 천천히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대화로 풀 수 있게 된다. 설령 아이들이 “개XX님, 아이고 그러셨어요”라고 할지언정 고비를 넘기로 습관화될 수 있다면 아이들의 감정은 누그러지고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언어 순화는 덤이다.
심부름하기
일본 작가 다쓰미 나기사는 ‘심부름 시키기’가 ‘배려심 키우기’에 최고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선택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에게 심부름 잘못시켰다가는 “왜 하필 나한테 시키냐”며 볼멘 항의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런 아이일수록 배려심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을. ‘선생님이 왜 하필 너를 선택했는지, 네가 해준다면 어떤 점이 너무 좋을 것 같은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심부름을 시킨다면 교육적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심부름이 끝난 후 ‘귀찮았을 텐데도 선생님을 위해 애써 준 점’을 칭찬해준다면 아이들 입가에 미소가 번질 것이다.
친구 반성문에 댓글달기
다툰 아이들을 불러다가 들어보면 자신의 잘못은 없고 친구의 잘못만 이야기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잘못은 없다. 이럴 때 각자 자신의 입장을 반성문에 적게 하고, 서로 반성문을 바꿔 읽게 한 후 밑에 자신의 입장을 댓글형식으로 달아보게 한다. 주변에 목격한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도 댓글을 달게 한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오해가 풀리면서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노려볼 수 있다.
실천일지 쓰기
월별로 배려, 협동, 양보 등 항목을 정하여 실천일지를 쓰게 하는 것도 좋다. 실천일지를 따로 만드는 것보다는 초등학생의 경우 글쓰기장(일기장)에 일기 또는 글쓰기를 한 후, <내가 오늘 배려한 일>을 한두 가지 적어보게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적을게 너무 없었는지 “아빠에게 내 마이쭈를 까드렸다”고 기록했다. 자신이 하루 종일 한 일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비록 일기에 적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할지라도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습관이 된다. ‘배려’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일 년 동안 지속적인 실천 활동을 하기에 좋은 활동이다.
보드판에 스티커 붙이기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월별로 보드판에 ‘배려를 위해 필요한 것’,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 등의 항목을 적어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붙여보게 하는 것도 재미있다. 의외로 아이들은 스티커에 열광한다. 학급단위로 하거나 체육대회나 축제기간을 활용하여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해도 된다. 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나름 효과적이다.
학급단위 기부하기(결연아동 돕기)
기부할 단체와 아동을 학기 초에 함께 선정하여 학급단위로 기부활동을 하면서 배려심을 키울 수도 있다. 결연아동 돕기 월기부금은 3만 원정도. 학급당 인원을 생각하면 일인당 천 원꼴이다. 학년이 바뀐 후, 뜻을 함께하는 몇몇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급해서까지도 기부활동을 이어나간 사례도 있다. 중?고등학교 경우 욕하지 않기, 물건부수지 않기 등 학급규칙을 정하고 벌금대신 기부금을 받거나 지각비 대신 기부금을 받아 연말에 불우이웃성금으로 기부한 경우도 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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