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긍정, 행복구역’,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

2014.08.01 09:00:00

아담한 교정에 들어서니 ‘감사, 긍정, 행복 Zone’이라는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마주치는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배꼽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밝게 인사한다. ‘학교 전체가 인성교육의 장’인 듯 느껴졌다.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섬세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를 인성교육실천연합회와 동행 취재했다.



사진 _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 제공


“공손한 자세와 올바른 마음가짐은 습관처럼 저절로 나와야 합니다. 머리로 하는 게 아니죠. 이를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기도록 지도해서, 습관처럼 몸에 배도록 해야 합니다.” 박영조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이하 인천전자마고) 교장은 인성교육은 ‘공수 인사하기’, ‘부모님께 안부 문자보내기’처럼 아주 사소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나 쉽게 실천이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인천전자마고의 인성교육프로그램은 생활밀착형이다. 자주 노출되도록 배너를 곳곳에 배치하고, 효 체험관을 4층 복도 전면에 꾸몄다. 오며가며 가랑비에 옷 젖듯 학생들은 인성교육에 노출된다. 또한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자칫 소홀해 질 수 있는 부모-자녀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부모님께 안부 문자 보내기’를 실시할 정도로 세심하다.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처음엔 귀찮고 쑥스러워하던 학생들이 어느새 시키지 않아도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살갑게 문자를 보낸다. 굳어진 습관이 된 탓이다.


인성교육의 중추 ‘창의·인성·감성프로젝트’
인천전자마고의 모든 인성교육을 아우르는 핵심은 영 마이스터(Young Meister)양성과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MCP(Meister Creativity Personality, SensitivityProject:창의·인성·감성프로젝트)이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학생생활복지부, 인성상담교육부, 기숙사생활체육부, 창의체험부 교사들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댔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그 중 독서교육은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독서 대출 로또’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책을 반납할 때 5줄 이상의 감상평과 줄거리를 적어 로또함에 넣으면 한 달에 한 번씩 이들 중 세 명을 추첨해 문화상품권을 수여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은 “도서 대출건수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응모권에 감상평을 기록하게함으로써 실질적인 독서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 년에 3~4회 열리는 ‘명사와의 대화’ 역시 인기 있는 독서교육 프로그램이다. 신경림, 도종환, 김용택, 이철환 등 유명한 인기 작가를 섭외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 듣고 배우며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방송이나 책에서만 접하던 유명 작가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어 신기했다”면서 “유명세 이면에 숨겨진 노력과 과거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고 말한다.


박 교장은 “인문학적, 문화·예술적 소양이 창의성을 낳는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적 경험을 쌓아 삶의 지평을 넓히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제동행 119’는 학생-교사 간의 유대를 높여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찾아주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인천전자마고는 전문계고 특성상 힘든 환경에 놓인 학생들이 많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전기밥솥을 사줘야 했을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었어요. 공부에 대한 의욕도 없고, 꿈도 없이 방황했죠. 그런데 이 녀석이 교사들과 진솔한 만남을 갖더니, 눈빛이 달라졌어요. 결국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습니다.”
곽배현 진로교육부장은 학생-교사 간의 유대가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인천전자마고의 모든 교사들은 각각 학생 2~4명과 결연을 맺고 개별 상담 및 집단 상담을 진행한다. 연극관람, 등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함께 하며 담당 학생들과 친밀감을 높인다. 교사들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세심한 관찰과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곽배현 진로교육부장은 “과거에는 학생 생활지도에 애를 먹었는데 MCP를 운영하면서부터 한결 수월해졌다”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사들이 MCP운영으로 인해 업무 과중을 토로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교장은 “산업체에서 인천전자마고 출신들이 인성평가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인천전자마고가 매년 전자·통신분야에 영 마이스터를 배출해 압도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달성한 데에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디테일한 인성교육’의 공이 크다고 귀띔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반별로 모여 급식소 입구까지 두 줄로 나란히 걸어간다.
그리고 입구에 서 있는 담당교사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학생들의 맑은 인사 소리가 하늘 끝까지 닿을 듯 높이 울려 퍼졌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려던 학생도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당당히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학교. ‘창의·인성·감성’삼박자를 두루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는 학교·교사·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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