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교육 책임지는 “우리는 어벤저스!”

2014.10.01 09:00:00

대전초등수업방법연구회





‘대전의 문화유적 체험학습’, ‘실생활 주제중심’ 융합인재교육(STEAM) 연구… 32명에 달하는 대전의 ‘어벤저스’는 따로 또 같이 모여 좋은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느라 오늘도 분주하다. ‘대전초등수업방법연구회’의 목적은 단 하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까?’ 2학기 수업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연구를 위해 모인 대전초등수업방법연구회 교사들을 만났다.



사진 | 대전초등수업방법연구회 제공


고민은 DOWN! 연구는 UP!
“당시 우리 대부분은 10년 이상의 교직 경력을 갖고 있었다. 그쯤 되면 교직 생활에 갈등이 일기 시작한다. 나 또한 교사로서 고민이 깊었다. 스스로 만족하는 만큼 아이들 또한 만족하는지. 그래서 친분이 있던 교사들끼리 같은 고민을 나누면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대전초등수업방법연구회의 ‘원년멤버’인 김진호 교사(대전 글꽃초)가 연구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다른 교사들의 동기도 다르지 않았다. 수업, 궁극적으로는 아이들 교육을 향한 고민이 연구회를 꾸리게 된 핵심 동인이다.



연구회는 이중재 회장(대전 삼성초 교감)을 필두로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6년차를 맞았다. 10명이서 시작해 현재는 32명의 회원이 뜻을 모으고 있다. 처음에는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방법과 자기수업촬영물 분석, 서예와 배구 같은 예체능 활동 등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러다 연구회에서 공유한 것들을 보다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각종 공모에 참여했다. 2009년에는 연구회가 개발한 ‘대전의 문화유적 체험학습’ 장학자료가 대전광역시교육청역사교육강화 교과교육연구회 공모에 선정됐다. 이 자료는 대전 관내 학교에 배부돼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2010년부터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지원하는 교과연구회에 5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회에서는 매년 국어, 수학, 과학, 창의인성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주제를 정해, 연구 및 교육 자료 제작·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꾸준히 연구해 온 ‘실생활 주제중심’ 융합인재교육(STEAM)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STEAM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자료가 충분치 않은 학교 실정을 감안해 회원들이 직접 실제 학교에서 활용 가능한 주제들을 선정하고 수업방안을 개발했다. 아이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실생활과 가까운 주제들로 접근한 점이 장점이다. ‘비눗방울 이야기’, ‘우리는 환경 지킴이’ 등 과학교과를 중심으로 한 13가지 주제를 학년별로 나눠 교수·학습과정안 등을 개발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전 소재 5개 초등학교 10개 학급 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수업에 적용했다.


이상부 교사(대전 글꽃초)는 “과학의 경우 실험과 이론이 분리된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과학교과를 어려워하고 지루해 한다. STEAM 교육자료를 수업에 적용해봤더니 아이들이 상당히 재밌어 하더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작년에 한국창의인성재단에서 공모한 전국단위 교과연구에 선정돼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전국단위로 사례를 발표하는 쾌거를 이뤘다.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연구회 교사들
초등학교 교단은 여초현상이 심하다. 학교에서 남교사들이 동료 교사들과 고민을 나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회에 참여한 지 4년째가 된 복장순 교사(대전 노은초)는 “아무래도 학교에 여선생님들이 많다보니 소통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연구회에는 남자 선생님들만 있어서 평소 수업 방식에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묻고 해소하는 데 수월하다. 선배들이 먼저 걸어 간 길이 후배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비단 후배들만 배우고 가는 모임이 아니다. 배움에 있어서 선후배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연구회 모임의 장점이기도 하다. “오히려 후배에게 배울 게 많다. 교단에 선 지 17년이 됐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생기더라. 그런데 후배들은 창의적이다. 아이들을 다루는 스킬은 선배가 낫지만 후배들의 아이디어는 따라가기 어렵다.” 김대환 교사(대전 산흥초)는 선배와 후배가 서로 윈윈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실례로 김 교사는 스마트중앙선도위원을 하고 있는 연구회 후배교사에게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배워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선후배 간 배움의 벽이 없는 까닭은 연구회 회원들이 그만큼 동료로서 유대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적은 수의 교사들이 시작한 만큼 친목 다지기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뜻을 쉽게 모을 수 있었다. 불어난 회원 수가 반가우면서도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깊게 다져온 유대감이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32명 회원 전체가 모이는 월 정기모임 이외에 연구 주제별 소그룹을 만들어 각각 상황에 맞게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유대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연구회가 마련한 대안이다.
이중재 회장(대전 삼성초 교감)은 “연구회를 운영하다보면 재정문제에 봉착할 때가 있다. 회비 없이 공모를 통해 받은 지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는 단단한 유대감으로 모임이 지속된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연구회의 가장 큰 장점인 회원 간 끈끈함을 유지해가며 수업연구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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