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교육 모두를 책임지는 학교의 '알파걸'!

2014.11.01 09:00:00

교내 유일한 의료인이자 교사인 그녀들이 뭉쳤다. 용인지역 보건교사 모임인 ‘실천보건교육연구회’는 이름 그대로 이론보다 ‘실천’에 중점을 둔 연구회다. 보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교류하는 교사들. 활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의 건강&안전 지킴이

보건교사들은 ‘멀티플레이어’다. 의료뿐만 아니라 상담, 보건교육, 그 외 다른 업무들까지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내 보건교사는 단 한 명뿐. 위급상황이 발생하거나 수업을 진행할 때 모든 판단은 보건교사 혼자의 몫이다. ‘실천보건교육연구회’의 처음 시작은 이런 애로사항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데서 출발했다. 실천보건교육연구회 회장 엄미영 교사(용인 서원초)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게 효과적인지 혼자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항상 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하지 않나. 각 학교에서 실제 발생한 일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판단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교내 위기 발생 시 현명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연구회 교사들은 성폭력, 흡연, 자살 등의 예방 교육에도 힘쓴다. 경기도용인보건시범학교 ‘성안전 교육’ 공개수업, 용인 구성고등학교 건강안전체험 주간 행사, 용인 수진중학교 흡연예방프로그램 행사 등을 직접 개발해 진행했다. 성폭력, 흡연 예방은 연극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연구회 교사들이 직접 극단을 방문해 자문을 얻은 후 대본을 작성했다. 이를 토대로 학생들이 직접 역할극을 하면서 성폭력이나 흡연에 노출됐을 때 안전하고 슬기롭게 뿌리칠 수 있도록 실질적 대응법을 익힐 수 있게 했다.

연구회 교사들은 ‘욕심’이 많다. 의료인이기도 하지만 ‘교사’가 본분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보건교육 방법을 끊임없이 고안해 실제 수업에 적용한다. 주입식으로 이론을 교육하고 끝내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둔다. 점핑클레이를 활용한 생명존중교육도 그중 하나다. 자궁 안에서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이들이 점핑클레이로 직접 만들어보게 하는 식이다. 임신 과정을 이해하고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손 씻는 방법을 가르칠 때도 체험 중심으로 한다. 학생들이 직접 천연손세정제를 만들어 손을 씻은 후 ‘뷰 박스’로 잔류 세균을 확인한 뒤 세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씻는 단계를 거치게 한다. “손은 여러 번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한 마디 말보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해 실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법이다.
연구회가 개발해 선보인 프로그램 중 학생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은 용인 서원초등학교에서 진행한 ‘건강체험축제’다. ‘축제’라는 이름이 붙여진 만큼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꾸렸다. 손씻기, 하임리히법(기도폐쇄응급처치법), 천연 맨솔래담 만들기, 천연 생리대 만들기 등 10개의 부스를 만들어 운영했다. 실생활에 유용한 안전 및 건강 팁을 아이들이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제공한 셈이다. 엄 교사는 “천연 맨솔래담을 만들어 아이들이 서로 근육을 마사지 하도록 했는데 매우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부담 큰 만큼 책임감도 큰 보건교사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은 학부모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학교에서 이를 지켜내지 못했을 때 돌아오는 화살도 ‘1차 스크린’을 담당한 보건교사에게 돌아오기 일쑤다. 정금주 교사(용인 소현초)는 “아이들의 민감도가 높아져서 아주 조금만 아파도 보건실을 찾는다. 습관적으로 찾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요즘은 알러지나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알러지 같은 경우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고은경 교사(성남 수진중)는 “중학교 아이들은 초등에 비해 행동이 과격하기 때문에 얼굴을 다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들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부위”라며 “그런 경우에는 꼭 학부모께 연락을 드린다. 컴플레인을 줄이는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연구회 교사들은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평가가 그에 못 미칠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장원경 교사(용인 상현초)는 “수업일수로 평가가 되다보니 보건교사들은 항상 성과급이 하위 수준이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도 힘이 빠질 때가 있다”며 학교의 보건교사에 대한 평가 방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러 고충에도 불구하고 연구회 교사들은 의료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열정을 갖고 있다. “보건교육실이 없는 학교에서는 보건실을 비운 채 학급마다 돌아다니면서 교육해야 하기 때문에 보건실을 찾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차질이 생긴다. 보건실 옆에 보건교육실이 함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금주 교사(용인 소현초)는 의료와 교육 모두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보건교육실이 마련되길 희망했다.

조명희 교사(용인 신월초)는 “초기치료가 중요한 화상이나 골절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치를 잘해줘서 회복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뿌듯하다. 그 한 마디가 아이들 한명 한명을 더 세심히 돌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보건실을 방문하는 까닭에 놓치는 아이들이 생기는 게 제일 안타깝다는 실천보건교육연구회 교사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보람찬 ‘긴장’을 안고 사는 그녀들이야말로 진정한 ‘알파걸’이 아닐까.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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