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있는 풍경 속으로 사람들이 들어갔다

2014.12.01 09:00:00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작은아씨들>에 나오는 장면처럼 큰 나무에 기대고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것이었다. 지금은 호젓한 시골에 아궁이 때는 황토흙집을 짓고 나만의 서재를 만들어서 하루 종일 책과 함께 뒹굴 거리는 것이다. 최근 파주 출판단지에 나의 로망을 고스란히 아니 그보다 더 거대하게 실현한 곳이 있다고 해서 한걸음에 찾아가보았다. 대리만족일 뿐이었지만 너무 행복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기약이 있어도 언제나 끝을 바라보는 것은 마음이 시리다. 서둘러 여기저기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지만, 12월의 겨울은 왠지 허전하다. 겨울여행지로 빙어낚시, 눈꽃축제, 빛축제 등 야외활동도 많지만,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의 숲으로 나들이를 해보는 것을 어떨까. 누구에게나 365일 24시간 무료로 개방되는 새로운 개념의 아주 멋진 책들의 숲, ‘지혜의 숲’ 도서관.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책 폭식’을 하고 돌아왔다. 
 
책을 즐기고 책과 소통하는 곳, 파주 ‘지혜의 숲’ 도서관
화장실 입구까지 책으로 진열된 곳 ‘지혜의 숲’ 도서관은 자유로웠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책 한권을 골라 넓은 쇼파에 두 다리 쭉 펴고 누워서 책을 읽어도 될 만큼. 사람들은 자유롭게 서가를 오가며 담소를 나누었고, 아이들은 제집에서 책을 읽듯 편하게 책과 마주했다.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운 어마 무시한 8m 높이의 서가는 어릴 적 나의 로망을 대리만족 시켜주기에 충분했고, 기역ㆍ니은ㆍ디귿… 한글 자음을 형상화한 독특한 디자인의 서가는 아이들의 책 놀이터가 되어주기에 적합했다. ‘지혜의 숲’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 때나 달려가도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이다. 근처에 게스트하우스까지 있으니 눈 뜨는 순간부터 눈 감는 순간까지 주구장창 책만 볼 수 있다. 또 다른 매력은 책장 뒤에 숨어있는 비밀 공간들이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 공간에는 ‘낚싯줄에 매달린 책’들이 전시되어 있거나, 일러스트 그림들이 반겨준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에 비밀장소를 찾는 쾌감까지. 마음이 절로 힐링된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열리는 ‘인문학당’ 공연과 다양한 기획 전시들은 책을 통해 오감만족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스마트폰에 매달려있는 젊은이들에게 다시 책을 가까이 하자는 취지로 지어졌다는 이곳은 ‘책을 열람하고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즐기고 책과 소통하는 곳’이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기증한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이나 생각, 취향 등을 엿볼 수도 있다. 물론 전통적인 분류법이 아닌 기증자별로 책이 꽂혀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한민국에 한 곳정도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려도 괜찮지 않을까. 잘 분류되어 찾기 편한 도서관은 동네 어디에도 있으니까. 책 속에 파묻히는 ‘책 폭식’에 답답함이 느껴진다면 야외테라스에서 바람을 쐬보자. 책들의 숲, ‘지혜의 숲’을 걷는 기분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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