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 공현진 옵바위

2015.01.01 09:00:00

한겨울의 정점에서

한 해의 시작을 맞이하다.

진부하고 뻔하지만 송구영신의 여행테마는 일출 기행이 제격이다.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건만, 시린 겨울 새벽 찬바람을 버티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 보고 서면 새로 맞이하는 시간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문제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리는 이곳저곳에서 얽히고설킨 채 지는 해와 돋는 해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 강원도 고성 공현진 옵바위 해변은 유명 일출 명소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호젓하지만 상상 그 이상의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한겨울의 정점 1월이다.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텅 비어있는 듯 보이는 1월이 되면 비로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화려한 꽃들의 봄, 짙푸른 녹음이 절정을 이루는 여름, 황홀한 노을의 가을, 빛바랜 마지막 잎새를 떨어뜨리는 12월을 보낸 자연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2015년 1월은 계절도 겨울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상황 역시 겨울이다. 바다에서 나를 만나고 나를 버리고 다시 나를 담으면서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해보자.

▲바위, 파도, 철새의 군무가 어우러지다, 옵바위 일출 더 이상 갈 수 없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 명파리 공현진 앞바다. 한겨울 태양 아래 코발트블루의 강한 대비가 아찔하다. 수 미터 바닷속은 돌과 해초들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하다. 7번 국도를 따라가며 마주치는 해변은 거의 비슷한 표정이지만 포구는 저마다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고성 공현진 포구는 소형 어선 몇 척만이 방파제 뒤에서 거센 파도를 피할 수 있는, 항구라고 할 것도 없는 평범한 작은 포구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관광객도 끊긴 공현진 포구가 한겨울 진가를 발휘하는 이유는 방파제와 나란히 붙은 옵바위 바위틈으로 절묘하게 해가 돋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송지호를 날아오른 철새 무리가 붉게 달궈진 하늘을 채우는 광경도 볼 수 있다. 거센 바람에 갈기를 세운 파도와 어우러져 마치 달력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해 뜨는 시간을 맞추면 좋겠지만 그 찰나를 놓쳤다면, 해를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는 오전 나절에 찾아와도 좋은 곳이다. 옵바위 사이의 여백과 겨울 햇살의 고졸(古拙)함이 도시에서 가져온 스트레스와 고민, 피로를 한방에 날려준다. 해돋이의 광경은 언제 어디서든 숙연하면서도 장관을 이룬다. 새해 아침을 누구보다 가장 먼저 맞이한다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다. 시린 겨울 새벽 찬바람을 버티며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는 동안의 ‘가슴 벅찬 설렘’ 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 년은 분명 ‘나를 위한 해’가 될 것 같은 무한 긍정 에너지도 샘솟는다. 누구보다 먼저 한 해의 시작을 본다는 것은 분명, 한 해의 출발을 멋지게 여는 특별한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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