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행정실장은 차별받는 未生신세"

2015.01.01 09:00:00

사립행정직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수준이다. 공립과 달리 훈ㆍ포장 등 상훈 수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가하면 직급기준도 공립보다 높게 책정돼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 한국사립행정실장협의회 김충실 회장은 “을미년 새해에는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창문 너머로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두어 평 남짓한 사무실엔 냉기가 가득했다. “전 겨울에 히터 안 틀어요. 전기료 아깝잖아요. 학교가 한 푼이 아쉬운데 아껴서 애들 공부하는데 더 보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사립학교행정실장협의회 김충실 회장(서울공연예술고). 졸업앨범 사진촬영을 마치고 들어선 그녀가 보일러 스위치를 올리며 녹차 한 잔에 의지하고 있던 기자를 ‘위로’했다. “학교가 영리 기관도 아니고 적은 돈이라도 학생을 위해 써야지요. 행정실은 엄마와 같은 존재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봉사하는 곳이죠.”
올해로 행정실장 20년 경력의 베테랑인 김 실장은 지난해 임기 2년의 한국사립행정실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됐다. 줄곧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전국 행정실장 대표에 여성이 올라앉은 것은 그녀가 처음.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매무새가 눈길을 끌었다. 사실 그녀는 대학교수에서 고교 행정직원으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고전 문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후 대학에서 강의하던 중 학교를 세워 2세 교육에 봉사하고 싶다는 선친의 뜻에 따라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회하지 않아요. 자식 같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잖아요.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직장이 이곳이에요.” 협의회 회장을 맡은 김 실장은 요즘 사학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규제를 없애는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사립행정실장들이 퇴직 때 훈·포장을 받지 못하는 상훈 차별 폐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교원들은 공·사립 간 차별이 거의 없어요. 공립에 준하는 신분 보장과 대우를 받기 때문이죠. 그런데 유독 행정실장만 공·사립 간 차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훈·포장 등 상훈에서 사립 행정직원은 제외하고 있는 것이죠. 그동안 교육당국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어요." 그녀는 사립행정직원에게는 왜 못 주겠다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뿐 아니다. 공립 행정실장 등 일반직공무원은 교육행정경력이 인정돼 연수만 받으면 초·중·고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지만 사립에는 그런 길조차 막혀있다며 억울해 했다. 공·사립 간 행정실장 배치 기준 차별도 김 실장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들다. “공립 고등학교는 16학급 이상이면 5급 사무관을 배치하는 데 비해 사립은 27학급 이상이 돼야 5급 대우를 해줍니다. 26학급 이하부터는 6급 대우를 하는 거죠. 인건비 차별 아닌가요? 모든 공·사립 교원이 동일한 임금 기준을 받는데 왜 행정실장만 부당한 기준이 적용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솔직히 말해 사립행정실장의 업무 강도는 시설, 인사, 급여 업무를 맡는 등 공립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재정이 열악한 사립은 법인 사무국 업무까지 보는 경우도 많고요.” 김 실장은 “이 같은 차별 대우 때문에 많은 사립행정 직원들이 피해 의식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교육 당국의 인식개선과 정당한 보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이기는 하지만 노조라도 만들어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자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부나 교육청 등 교육 당국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 그리고 징계 일변도의 처벌도 사립행정직원들을 힘들게 한다. 김 실장은 학교시설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책정해 적립금을 건물 유지 보수나 개축 등에 쓸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교육당국이 현장의 의견은 무시한 채 원칙만 고집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각종 감사가 지나치게 처벌 위주여서 단순한 규정만 어겨도 부정이나 비리 사범으로 내몰아 징계처분하고 있다”며 “사립을 정치적 행정적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친환경 급식이 말 그대로 순도 100% 친환경이라는 확신이 없는데도 비싼 값으로 식재료를 구입해야 하는 현실적 모순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자세한 경위를 밝힐 수 없지만 일부 식재료는 친환경 마크만 붙인 경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며 “교육청이 무조건 친환경 무상급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예산낭비 요인은 없는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이끄는 한국사립행정실장협의회는 지난해 12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천안상록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채택, 교육부 등 교육당국에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노력하고 일한 만큼 차별없이 대우해달라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녀의 바람처럼 을미년 새해, 사학행정인들에게 합리적 보상이라는 원칙은 실현될 수 있을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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