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태리 밀라노 여행에서 손 편지로 쓴 엽서 한 장을 국내의 친구에게 보내려고 밀라노 중앙역 근처의 우체국에 들어 간 적이 있었다. 창구에 그저 대여섯 사람 정도가 줄을 서 있어서 나도 그 뒤에 가서 섰다. 나는 내 동료 일행을 역 광장에 두고 잠깐 우체국 좀 다녀오겠노라고 하고 우체국에 들어 왔기에 빨리 일을 마칠 것을 기대하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우편물 접수 처리를 하는 직원의 일 속도가 너무 느렸다. 손님의 시시콜콜한 질문과 주문에 모두 한도 끝도 없는 대답을 해 준다. 또 준비나 절차에 문제가 있는 손님에게는 그 준비를 대행해 주듯이 시간을 쓴다. 갈 길이 먼 나는 울화통이 터졌다. 한국에서라면 아마도 뒤에서 벌써 항의성 고함이 터졌을 것이다.
프랑스 파리 동부 역에서 독일 슈투트가르트 행 열차의 표를 발권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긴 행렬 뒤의 다급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느릿느릿 일을 처리하는 역무원의 한가로운 표정! 우리 일행은 그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자칫하면 계획한 열차를 놓칠 수 있다. 그러면 그 이후 일정은 낭패이다.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빠른 업무 처리 속도에 자부심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미 오래 전 일이니까 프랑스나 이태리도 이제는 이런 일들이 빠르게 전산화 되어 상당히 나아졌을 것이다.
미국에 연구교수로 간 동료 교수들의 경험담 속에도 이런 경우는 자주 발견된다. 미국의 어떤 주에서는 소지하고 있는 국제운전면허를 근거로 현지의 운전면허를 다시 확인받는 데에 모두 일곱 번을 해당 관공서에 가게 한단다. 한 창구에서 원 터치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꿈이라고 한다. 이 창구에서 저 창구로, 이 기관에서 저 기관으로 그렇게 거치고 거처서 다녀오기를 요구한다고도 했다. 석 달 가까이 걸려서야 겨우 받았다는 이야기 등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 모두는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견디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선진국인데 오죽 잘 되어 있으랴. 그런 기대가 우리들 마음에 자동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막상 그렇지 못한 상황을 경험했을 때,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