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교권, 두 번 우는 특수학교 교사들

2015.04.01 09:00:00

오는 4월 20일은 제35회 장애자의 날.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는 교육을 약속한 날이다. 장애학생의 인권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시되는 지금, 특수교육현장의 교권은 어떨까. ‘장애’라는 장막에 가려진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본다.


지난해 서울 A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특수학교 학부모가 자녀가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교장은 물론 담당교사와 보조강사 및 공익근무자까지 11명을 상대로 10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학교 측은 1년 가까이 곤욕을 치렀다. 결국 학부모의 오해와 고의성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혐의 처리됐지만 교사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학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소형 녹음기를 숨기고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의 말을 모두 녹취, 증거로 제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B 학교 C 교사는 지난해 학교에 휴직계를 냈다. 첫아이를 임신했던 그는 수업 중 한 학생이 느닷없이 머리채를 잡아 밀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유산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이 실수로 한 것이니 참아야 한다는 말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학부모로부터 정식 사과도 받지 못했다.

경기도 D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E 씨의 경험은 충격적이다. 그는 수업 중 한 학생이 갑자기 동료 학생을 폭행하는 것을 보고, 이를 뜯어말리다 온몸에 멍이 드는 폭행을 당했다, 덩치가 큰 가해 학생을 힘으로 막을 수 없었던 E 교사는 피해학생을 온몸으로 껴안고 바닥에 뒹굴었다. 힘으로 당해낼 수도 없었지만, 가해학생을 때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은 피해학생을 몸으로 감싸는 것뿐이었다.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특수교사의 교권
이처럼 특수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돌발행동으로 교사의 신변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특수교사는 기간제 교사를 포함 1만 7992명. 법정 교사 확보율은 61.1%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교사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476명을 늘린 것이 고작이다. 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지난해 말 현재 8만 7278명. 매년 2,400여 명 씩 증가하는 추세다. 장애아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는 데 비해 특수교사 교권 보호와 정원 증원 등 지원대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반 학교와 달리 장애아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사안이 발생해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우발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모두 교사 폭행으로 몰고 갈 수도 없는데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교사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했다 할지라도 장애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것이었다면 이를 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이 많아 교사들로서는 하소연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특수교사들의 겪는 정신적·육체적 피해는 일반학교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또 학교 측 역시 이를 교권침해 등 폭력 사건으로 처리할 경우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 가급적 교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도가니'이후 커진 불신, 무조건 참고 견디는 교사들
특수교사들의 가슴앓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예민한 반응도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극히 일부의 사례지만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생이 조금만 상처가 나거나 일탈행동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다툼이 생길 경우 ‘폭력교사’로 내몰려 학부모들의 항의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서울의 한 특수학급 교사 F 씨는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다간 체벌교사로 몰리기 쉬워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이 다쳤다면 교사에게 책임을 묻게 되지만 반대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했을 때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치료비 받는 게 고작”이라며 “폭행 등 교권침해를 당해도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하는 등 두 번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교사들은 ‘도가니’ 사건 이후 학부모들이 학교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 같다면서 부모로서 가슴 아프고 불안한 심경은 이해되지만 많은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학무모들 반응은 다르다. 장애학생이 일으킨 폭력이 기질적인 과잉행동이나 장애 때문에 나타난 경우, 이를 가해자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장애학생의 과잉행동에 대한 원인은 무시한 채 결과만 가지고 폭력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은 특수교육대상자와 특수학교 교사들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전담하는 ‘특수교육분쟁솔루션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장애학생의 부적응행동으로 인한 가·피해자 간 교육 분쟁을 해결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중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특수교육분쟁솔루션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단 2건. 그것도 장애학생과 교사와의 폭력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이 줄어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폭위’를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한 경우가 많아 실제 접수 건수는 극히 적었다”며 “올해부터 장애아동 심리 치료 등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 건도 없었던 장애학생의 교사폭행 중재 요청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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