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기존 수업을 뒤집어라! 아이들의 말문이 트일 것이다!

2015.06.01 09:00:00

‘기존 수업을 뒤집어라!’ 이것이 ‘거꾸로 교실’의 핵심이다. ‘거꾸로 교실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교사들의 마음을 거꾸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만큼 변화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하지만 거꾸로 교실은 ‘거꾸로 교실의 마법’이라 불리 울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교육현장을 바꿔놓고 있다. 그 비결을 알아보자.



‘Flipped Classroom(거꾸로 교실)!’ 요즘 교육현장에서 화제가 되는 수업 방법이다. 거꾸로 교실 수업을 처음 접하게 된 날 ‘바로 이거야!’라고 속으로 외쳤다.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을 공부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시간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도 정작 물어보면 모르기가 일쑤이고, 자세히 강조하며 설명해도 학습의 개인차로 다시 설명해달라는 학생이 있다. 또한 보통은 수업시간에 학생활동보다 교사가 설명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거꾸로 교실의 의미 속에는 기존의 수업을 뒤집는다는 것이 들어 있다. 기존의 교실수업에서 일어나던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학생들의 개별화된 학습공간에서 일어나도록 하고, 교실수업에서는 개념들을 적용하고 문제해결에 창의적으로 참여하도록 안내함으로써 수업시간을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학습 환경으로 바꾸려는 교육적 시도이다. 즉, 거꾸로 교실은 교사의 지식전달 수업에서 학생의 지식구성 수업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수업을 바꾼다
수업 개념은 아주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원래 교실에서 하던 강의식 수업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수업 전에 미리 보도록 하고, 교실에서는 강의 대신 다양한 활동으로 재미와 공부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것이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수업 중에 자는 아이가 없어지고, 학습 성취도가 놀랍도록 변화를 가져온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거꾸로 교실의 열풍이 불고 있다. 2012년 카이스트(KAIST)와 울산과기대(UNIST)를 중심으로 국내에 도입되어 2013년 서울대까지 적용되고, 현재는 전국 초·중·고에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학업성과뿐만 아니라 교실붕괴, 학원폭력, 컴퓨터중독 문제까지,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육문제의 근원적 치유와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획기적인 교육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수업문화 속에 거대한 물결로 퍼져 나가고 있는 거꾸로 교실. 학생들의 말문이 트이고, 스스로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를 키워주는 거꾸로 교실은 분명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거꾸로 교실의 탄생 배경 및 의미
거꾸로 교실 창시자는 존 버그만(Jon Bergmann)이다. 시골의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24년간 근무를 한 그는 많은 학생이 수업에 자주 빠지고, 그로인해 진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해결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일반적인 내용은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으므로 굳이 면대면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실제 수업시간은 온전히 그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개념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데 쓰자는 결론을 얻었다. 2007년 봄부터 스크린 캡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수업을 녹화한 후, 그 파일을 온라인상에 올려서 학생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처럼 거꾸로 교실은 존 버그만이 주장하듯 ‘학생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수업 방법은 어떤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탄생되었다. 교실 수업이 정보만 주는 공간이 아니라 교사가 주어진 정보에 대해 학생들이 응용, 분석, 창조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의 의미는 무엇일까? 존 버그만은 ‘거꾸로’라는 뜻을 가진 ‘Flip’으로 설명한다. 먼저 ‘F’는 ‘Flexible environment’이다. 교육환경을 유기적이고, 자유롭고, 변동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뜻한다. 교사들도 교실구조, 시간, 학생을 쉽게 움직일 수 있고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L’은 ‘Learning cultuer’를 말하는데, 교실 수업이 교사의 가르침(Teaching) 중심에서 학생들의 배움(Learning)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I’는 ‘Intentional contents’이다. 사전 수업영상을 준비할 때 ‘오늘 무엇을 가르칠까’하는 수업의 의도를 생각하며 제작해야 한다. ‘P’는 ‘Professional educator’로 교사는 전문적인 교육자이며 항상 배워야 하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전문성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네트워킹을 통해 함께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존 버그만은 ‘교육은 곧 관계’라며 ‘교실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거꾸로 수업의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동영상으로 수업내용을 공부한 학생들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 소통하면서 자신들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의력·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수업은 모든 교과에 적용가능하며, 특성에 따라 활동수업과 강의식수업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수업을 디자인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교사 스스로 변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실수업을 끝임 없이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거꾸로 수업’의 의미이다.
거꾸로 수업은 블룸이 제시한 6가지 분류를 뒤집고 있다.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지식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아래쪽 단계는 학교에서 담당하고, 윗부분에 해당하는 고등사고능력은 각자 집에서 해결했다. 하지만 사실상 고등사고능력을 가정에서 해결해 주기란 어렵다. 따라서 이를 뒤집어 집에서 동영상 수업을 통해 수업 전에 지식을 ‘기억’하고 ‘이해’한 후, 교실에서는 상호작용을 통해 ‘적용・분석・평가・창의력’의 고등사고능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거꾸로 교실에 대한 몇 가지 오해
01. 거꾸로 교실은 동영상 강의가 전부이다 _ 거꾸로 교실의 핵심은 동영상이 아니다. 물론 거꾸로 교실에서 ‘동영상 수업’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하지만 거꾸로 수업의 본질은 수업시간의 재발견에 있다. 즉, 거꾸로 배움에서 수업시간은 교사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전달식 강의를 하지 않고, 개별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맞춰 수업내용을 들으면서 만들어진 시간이다. 따라서 수업영상은 거꾸로 배움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더 깊고, 더욱 넓은 배움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02. 거꾸로 교실은 기기 사용이 어려운 학생들의 수업권을 빼앗는다 _ 가정에서 동영상을 볼 수 없는 학생들, 예를 들어 컴퓨터 기기 사용이 어려운 학생, 가정에 인터넷이 안 되거나 아예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은 수업참여가 어렵다는 비판도 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아이디어를 내면 얼마든지 참여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 가령 USB에 수업영상을 담아 주거나,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수업영상을 볼 수 있도록 시간과 환경적인 면을 고려해주면 된다. 거꾸로 교실의 성공 여부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와 학생의 공부할 의지를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03. 거꾸로 교실은 나쁜 교육론을 퍼뜨린다 _ 많은 비평가들이 ‘거꾸로 교실은 단순히 강의를 동영상에 담는, 나쁜 교육법을 확산한다’고 비판한다. 만일 거꾸로 교실이 강의를 동영상에 담기만 하고 다른 모든 것을 이전과 똑같이 한다면, 이런 비판에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대부분 거꾸로 교실 기본형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다 나은 수업방법을 연구한다. 어떤 교사도 하룻밤 사이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존 버그만은 ‘거꾸로 교실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교사들의 마음을 거꾸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거꾸로 교실을 접하는 교사들이 거꾸로 교실 기본형에만 머물지 않고, 거꾸로 배움으로 나가길 바란다.

‘거꾸로 교실’의 실제 수업사례는 Teaching in 새교실에 게재합니다.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교사들은 알고 있다. 학교 수업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 없는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삶을 질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수업, ‘잠자는 교실’이 아니라 학생들의 몸과 정신이 깨어있는 교실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사’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윤상숙 경기 일산정발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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