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열혈’ 영양교사 7인이 뭉쳤다 광주영양교육교과연구회
교육과정 함께 짜고, 레시피 나누며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 ‘그릇’에 담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식생활 습관 형성 및 개선을 위해 젓가락질부터 김치 담그기까지 연구회라는 그릇에 다양한 음식을 담고 있는 영양교사들이 있다. 광주의 열혈 교사 7인이 뭉쳐 만든 광주영양교육교과연구회. 그녀들의 식탐(?)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음식하면 전라도다. 특히 남도의 음식은 절로 입맛을 다시게 한다. 학교급식을 먹으며 상상한 적이 있다. 전라남도 학교급식은 얼마나 맛깔스러울까하고. 광주에서 만난 열혈 영양교사 7인방의 ‘광주영양교육교과연구회’ 회원들의 ‘식탐(식생활교육을 탐구하는 마음)’은 요리의 불꽃만큼이나 뜨거웠다. 오전에는 급식 준비하랴 오후에는 급식 관련 회의 참석하랴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주말에도 쉬지 않고 교과연구회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주말에도?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교사로서의 전문성 향상 때문이죠.” 당연한 것이 특별한 것이 되어 버린 요즘, 열혈 영양교사 7인의 ‘특별한 식탐’을 김승아 회장(광주백운초등학교 영양교사)을 통해 들어본다.
영양교육교과연구회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영양교사에게 적극적인 영양・식생활 교육 및 상담을 실시하도록 하는 학교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영양·식생활 교육은 매일하는 수업이 아닌 특별한 수업이기에 학생들의 흥미와 효과를 단시간에 강하게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컴퓨터 자료와 교사의 말만으로 단순 지식 전달이나 식습관 관련 의무감 정도만 강조한다면,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업이 되고 말잖아요. 이러한 여러 생각이 자연스럽게 배움의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교과연구회 결성까지 이르게 된 것이지요.”
구성원과 그동안의 활동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지난 2014년 결성한 연구회는 광주지역 7명의 초등영양교사로 구성된 작은 모임이에요. 40~50세대로 학교 근무 경력은 최소 20년 이상, 영양교사 경력은 7~9년 차들이지요. 영양교사로서의 자질 함양을 위한 기회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열혈 선생님들이랍니다. 회원 모두 아동요리 지도자 과정 이수 및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양교육 수업자료(1~4학년)도 개발했으니까요.”
학년별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하셨나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수준별로 커리큘럼을 짜는 데 고생을 좀 했지요. 수업내용은 급식실에서 구하기 쉬운 식재료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체험 위주의 교육과 기초적인 영양소 식사예절 등 영양지식을 익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영양교사의 우선순위는 건강하고 맛있는 급식을 만들어주는 것이지만, 영양교육을 동반하다면 편식 개선이나 잔반 남기지 않기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닐까요.”
1년 6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영양교사 직무연수도 주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모임을 하다 보니 점점 배우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다고 느꼈어요.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기회가 생기기도 했고요. 영양교사 연수가 거의 없어 교사들은 연수에 목말라 있었어요. 작년 10월 ‘참여와 실습을 통한 다양한 영양교육 방법’을 주제로 수요자 맞춤형 연수를 기획한 것도 그래서죠. 북아트, 쿠키플레이 등 놀이를 이용한 영양교육과 식약청 식품안전・영양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고, 광주교육연수원 측에서도 좋은 연수과정으로 인정해 주셔서 기뻤답니다. 겨울방학에는 학교급식에 활용 가능한 소스류와 베이킹을 배우고자 실력 있는 셰프를 섭외, 쿠킹클래스 강좌도 열었어요. 급식과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겠다는 욕심에서 실시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답니다.”
2013년부터 영양교육이 월 2회 의무화됐지만, 현장 정착이 쉽지 않은 듯합니다.
“월 2회 영양교육으로 직접 수업을 실시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정통신문이나 홈페이지 게시판, 급식시간에 실시하는 생활지도 등도 교육으로 인정되고 있어요, 현재 학교에서 직접적인 수업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업무과다, 수업 배당 없음 등)이 많아 간접 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연구회 선생님들도 올해는 아직 직접 수업을 못 했어요.(2학기에는 수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월 2회 이상이라는 의무감보다는 업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분량의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많이 한다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욕심내지 말고 주제를 정해 가르치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급식과 달리 수업은 직접 아이들과 소통하지 않습니까. 에피소드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젓가락 사용법 익히기 수업 후 한 달가량 지났는데 집에서 계속 연습했다며 이제는 젓가락질을 잘하게 되었다고 자랑했던 학생, 왕따였던 학생이 요리부 동아리 수업 후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인기인이 되었다는 담임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람을 느꼈던 일, 가족 얼굴 만들기 쿠키 수업에서 유독 엄마 얼굴을 정성껏 만들었던 학생이 쿠키를 태우는 바람에 선탠(?)한 얼굴이 되어 버려 안타까워했던 일, 레몬차 만들기 수업 후 아주 맛있어서 엄마, 아빠에게 배웠던 방법을 가르쳐 드리며 가족과 함께 직접 만들어 봤다고 좋아했던 학생 등등…. 이런 게 수업의 묘미라고 느꼈습니다.”
광주는 음식의 고장인데요.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을 하고 계시는 것이 있다면
“아직 지역만의 특색을 살린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것도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지역 음식은 아니지만, 전통식품에 대해 교육은 하고 있어요. ‘식생활교육 광주네크워크’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아 김치류, 떡류, 장류, 콩류 등을 이용한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고, 먹어 보는 체험을 통해 전통식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지요.”
앞으로 연구회의 계획은?
“연구회라는 그릇에 다양한 음식을 담아보고 싶어요. 작년에는 학년별 수업 중심으로 연구회를 운영했는데 올해는 창체활동 중 동아리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지난 2년간 학교에서 동아리 요리부를 담당하며 경험한 사례와 느낀 점을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충할 계획입니다. 또한 연구회를 통해 더욱 재미있고 알찬 동아리 수업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 다양한 창의적인 수업 주제 등을 모색해 보고 싶어요.”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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