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외길 24년 … 국제학생회의 열고 해외진출 확대

2015.06.01 09:00:00

해외유학과 취업, 진학의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특성화고등학교가 있다. 국제학생회의를 열고 일찌감치 글로벌 교육을 실천한 안산 경일관관경영고등학교가 그 화제의 주인공.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학생과 교사들을 만나봤다.



한때 교명이 세 차례나 바뀌고,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경일관광경영고등학교. 이제는 ‘국제무대’로 교육의 영토를 무한대로 넓히더니,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톱클래스 특성화고교로 발돋움했다. 특히 199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고등학교와 자매결연 맺은 것을 계기로 2001년부터 시작된 국제학생회의(ISC)는 경일관광경영고를 글로벌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성장시켰다. 매년 학교입학내신성적이 10점씩 올라 158점을 기록할 정도로 높아진 경일관광경영고등학교의 성공전략을 들어본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교육영역을 무한대로 넓히다
경일관광고등학교는 ‘관광’을 특성화한 학교답게 해외교류가 잦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단순한 여행을 넘어 국제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방향을 배웠으면 했다. 경일관광경영고를 글로벌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만들고자 했던 윤동섭 초대 교장의 강한 의지는 국제학생회의(ISC)로 결실을 맺었다. 국제학생회의(ISC)는 한국・미국・중국・일본 고교생들의 학술・문화 교류 프로그램. 참가 4개국이 순번제로 돌아가며 매년 개최하고 있다. 각국 참가자들은 국제학생회의 참석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문화를 탐방하고 개최국이 제공하는 홈스테이 생활을 하며 또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이하는 국제학생회의는 ‘지구환경보호를 위한 청소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주제로 지난 5월 12일 경기도 안산 경일관광경영고등학교 주관으로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장영숙 교사는 “학생들의 솔직하고 날카로운 분석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국 학생들은 총기 사고의 발생원인과 미국 사회의 고민을, 중국은 황사로 인한 아시아 각국의 피해 상황과 해결책을, 그리고 우리나라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청소년기 정체성 혼란 등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학생회의 행사가 경일관광경영고에 주는 의미는 또 있다. 권영훈 교장은 “학생들에게 국제적 안목과 자신감을 심어준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며 “학교 특성을 살려 중국과 일본 등 해외로 취업 영역이 확대되고 유학생 교류를 갖는 등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 저장관광대학에 10여 명의 학생이 장학금과 기숙사비를 받으면서 유학 중이고 이들 국가 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 우수 특성화고등학교로 뽑혀
국제무대로 눈을 돌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해외진출이 늘면서 경일관광경영고는 현재 명문 고교로 쾌속 항진 중이다. 2013년에서는 중소기업청 특성화고교로 선정된 데 이어 경기도 우수 특성화고교로 뽑히는 쾌거를 이뤄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취업률이다. 지난 2011년 5.4%였던 취업률은 2014년 60%로 뛰어올랐다. 더욱 중요한 것은 취업의 질적 성장. 은행・증권・공사・공단・대기업・중소기업 등 취업분야가 고루 분포되어 있다. 명실상부한 취업사관학교인 셈이다.
이런 변화는 학년단위 취업경쟁력 강화 프로그램 ‘3's 시스템’이 원동력이 됐다. 1~3학년까지 단계별 진로교육시스템인 셈이다. 기초준비과정(STARTER)인 1학년은 심층상담 및 진로직업적성검사, 전공분야탐색을 통해 취업과 진로를 위한 기초코스를 밟는다. 2학년(SOLUTION-JOB)은 취업마인드 제고와 직업체험교육, 취업특화 동아리 활동, 전공심화자격증 취득 등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진단하고 채워 나가는 맞춤 솔루션을 제시하여 진로역량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3학년(STAND-BY) 단계에서는 진로 내비게이터 및 입사지원 클리닉을 실시해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 모의 면접 실시 등으로 실전 대비 시간을 갖는다. 전문가들의 1대1 첨삭지도와 함께 면접 요령도 교육한다.
일반교과와 전문교과를 통합한 프로젝트 기반학습으로 이뤄지는 융합수업도 경일관광경영고등학교만의 자랑이다. 수학과목에서 이자율 단원이 나오면 이를 상업과목의 퇴직금과 연금과 연계시켜 가르치는 방식이다. 이처럼 직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용적인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공개수업을 지켜본 산업체 인사들은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은 처음 봤다”며 격찬을 쏟아냈다.

취업과 진학, 병역까지 1석 3조의 학교
경일관광경영고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인 ‘일·학습 병행제’의 선구적 모델로 꼽히고 있는 것. 권영훈 교장은 “지난해 15명의 학생이 일·학습 병행제 대상에 뽑혀 취업과 대학생활을 병행하고 있다”며 “이는 경기도 내 고교 중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방위산업체와 협약을 맺어 학생들이 취업하고 대학에 다니면서 산업체 특례 보충역 혜택까지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업과 진학, 병역까지 1석 3조의 학교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일·학습 병행제는 산업체에 취직, 근무하면서 대학에 다니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방식이다. 특히 산업체와 대학이 등록금의 70%를 지원, 학생들의 학비 부담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우리 학교는 기독교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사랑이 넘치는 즐거운 학교를 목표로 매주 존중과 나눔, 배려를 주제로 채플을 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죠. 아울러 정직과 감사를 생활화 하는 ‘정감 운동’을 전개,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을 길러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권 교장은 “학생들이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학교를 실현하는 게 가장 간절한 소망”이라며 두 손을 모았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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