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군·교과군 운영, 교육현장에선 실효성 의문

2015.08.01 09:00:00

초등학교 현장에서 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쟁점과 기대

솔직히 말하자면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던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정권이 바뀌었으니 치르는 ‘통과의례’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국가수준교육과정이 수시 개정 체제를 취하면서 ‘이게 최신 것인지 지난 것인지’ 조차도 가물가물하다. 오는 9월부터 고시될 예정인 국가수준교육과정이 이러한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바꿔 놓기를 기대해 본다.

늘 그랬듯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 현장의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개정과는 달리 학교 현장은 참으로 조용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9월경에 고시될 예정임에도 말이다. 이는 그동안 시행되어 온 국가수준교육과정의 수시 개정 체제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수준교육과정 수시 개정 체제의 허와 실
2007 개정 교육과정 이래 국가수준교육과정은 수시 개정 체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 체제는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서는 상당히 많은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는 대체로 학교 현장보다는 개정을 주도하는 당국자들에게 제한된다는 점에서 행정 편의적인 측면이 있다. 그에 반해 수시 개정 체제가 갖는 어두운 그림자는 훨씬 광범위하고도 깊다. 현장 교사들의 국가수준교육과정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수시 개정 이후 교과서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수시 개정 체제이다 보니 개정할 때마다 이를 책자로 제작하여 일선 학교에 배부하는 일이 어렵게 되었고, 그 결과 교육과정에 민감하지 않은 이상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이 최신의 것인지 지난 것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수시 개정 체제는 교사들을 더욱더 교과서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교과서에 안주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번에 고시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그때그때 땜질식의 수시 개정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쟁점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드러나는 문제 중 하나는 총론이 고시되고 난 후에 각론에 대한 개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총론에 담긴 의미들이 각론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제1차 국가수준교육과정 전문가 포럼(2014.07.10)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총론과 각론이 동시에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다행히도 현재는 그런 방향에서 각론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인재양성이라는 교육과정 개정 방향의 큰 테두리를 제외하면 대체로 2009 개정 교육과정 체제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은 창의융합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 마련, 학습량 감축, 재미있는 교과서 개발을 통한 역량 함양 교육 구현에 두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 길러야 할 역량으로 는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창의융합사고역량, 심미적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역량 등이다. 역량중심교육은 지금처럼 교사 중심의 설명식 수업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즉, 교실 수업의 획기적 변화를 그 속에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를 위한 학교 현장의 변화가 기대된다.

총론의 공통사항으로 개정되는 내용들은 인문학소양 함양, 소프트웨어교육 강화, 안전교육 강화, 창의적체험활동 개선, 범교과학습 주제 개선 등이다. 인문학소양 함양을 위해 제안된 것이 ‘연극 교육’ 활성화와 한자교육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연극 교육은 단원을 중심으로 제시되는바, 이는 기존의 교육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한 한자교육은 이미 많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별문제가 없이 받아들여지리라고 본다.

안전교육 강화와 관련해서는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안전생활’ 교과가 도입되고, 3학년 이상에서는 창의적체험활동에서 이를 다루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창의적체험활동 교육과정 개정 시안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매우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어 과연 안전교육이 제대로 실시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문제 역시 필자가 창의적체험활동 교육과정 개발팀에 지적한 바 있다.

범교과학습 주제는 대폭 그 가짓수를 줄인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가짓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교과 또는 비교과에 어떻게 담도록 하는가이다. 그저 선언적으로 주제만 나열해서는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창의적체험활동은 현재의 네 가지 영역인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을 자율특색영역과 동아리영역으로 이분하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는 자칫 과거의 학급활동, 클럽 활동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소프트웨어교육 강화는 미래 지향적인 의미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 다만 현재의 실과 교육이 시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 세계를 이해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실과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 현장의 기대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던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정권이 바뀌었으니 통과의례를 치르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조석으로 교육과정을 바꾼다고 해도 그때마다 늘 개정 논리를 가져다 놓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떻든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다음의 몇 가지를 기대해 본다.

가. 학교의 특색이 드러나는 교육과정
분명한 것은 새로운 교육과정에 아무리 현란한 수사를 동원하여도 그것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면 활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학년군, 교과군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초등학교에서 집중이수제 운영이 거의 사문화된 것은 더욱 그렇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윤성한 인천용현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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