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가수스 후예, 우리가 조련하죠”

2016.06.01 09:00:00

여기도 말, 저기도 말…. 백두대간이 멈춰 선 어머니의 산 ‘지리산’ 기슭에 자리 잡은 ‘말(馬) 많은 학교’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옛날 화랑도들이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잘생긴 말을 타고 달리며 호연지기를 길렀던 것처럼 한국경마축산고 학생들은 3만여 평의 탁 트인 교정에서 60두의 말과 함께 마필(馬匹)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365일 말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와 학생들. 그곳으로 달려가 본다.

만약 말이 없었다면 영웅의 탄생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 유럽 지도의 대부분을 프랑스령으로 만들었던 나폴레옹,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광개토대왕…. 이들은 말(馬)과 함께 전장을 누볐고, 인류 역사에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이처럼 말은 단순히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의 차원을 넘어선, 수천 년 동안 ‘역사’를 함께 써내려간 사이이다. 그러나 ‘말’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아직까지 높지 않다. 말 사육 목장이 원당과 제주 단 두 곳에 불과하며, 말 관련 산업 분야 역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된다. 국내 유일의 말 관리 인력 양성 마이스터고등학교인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척척 … 말 도사 수두룩
한국경마축산고 학생들의 하루는 ‘마방’에서 시작해서 ‘마방’에서 끝난다. 새벽 6시 눈 뜨자마자 말들이 모여 있는 ‘마방’으로 달려가 말에게 사료를 주고 짚을 다시 깔아주며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도, 밤 9시 먹이를 주며 잠자리를 봐주는 것도 모두 학생들이다. 주말 및 방학을 포함하여 365일, 학교가 보유한 말 60여 마리를 직접 관리한다. 너무 지나친 것 아닐까? 하지만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말은 무작정 타는 것보다 이해할 줄 아는 게 우선이다. 말은 사람만큼이나 예민한 정서가 있다. 눈·코·귀·입·발 등을 움직여 60~80개의 언어를 표현한다. 따라서 말과 함께 노닐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말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의 부위별 움직임을 잘 관찰하여 교감능력을 키우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한국경마축산고 학생이라면 말 울음소리만 들어도 배가 고픈지, 아픈 건 지 눈치챌 수 있을 정도라고.

말들의 출산을 돕는 것 역시 학생들이다. 교대로 24시간 암말을 관찰하며 새끼를 받아낸다. 이처럼 학생들은 말의 탄생에서 성장·조련·수의까지 말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철저히 실기와 현장 위주로 교육받는다. 승마와 말의 질병관리, 마술학, 동물심리학 등은 물론 해부생리나 혈통관리, 장제까지 마스터한다. 이희수 교장은 “번식에서부터 관리, 육성, 조련, 경마와 승마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학교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웬만한 대학보다 뛰어난 교육 여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은 단연 마술학(馬術學)이다. 말 조련과 승마 지도 등 두 트랙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특히 기본 승마술을 익히는 승마코스는 웬만한 대학보다 교육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3만여 평의 부지에 60두의 실습용 말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교사진이 현장 중심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안전과 수업 효율성을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10명으로 분반하여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징이다. 학생들은 말 사육과 승마 및 경마 기술을 배워 ‘경마의 꽃’으로 불리는 기수가 되거나 말 관리사, 조련사, 사육사, 장제사, 재활승마 지도사 등으로 취업하게 된다. 최은영(말산업과 3학년) 학생은 “기수는 한때 ‘금녀의 벽’이었지만 1999년부터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며 “부모님은 수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나는 전문 기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말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발굽을 관리하는 장제 수업 역시 말 관련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둬야 할 코스다. 부착상태가 좋지 않은 편자는 말에게 고통을 주고 발굽의 영구적인 손상을 유발하여 말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마축산고는 살아있는 교육을 위해 전문 장제사를 위촉하여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장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김경태 군(가명)은 “예전에는 마사에서 숙식하며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쳐 장제사가 됐다고 하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이론과 현장실습을 모두 할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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