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닮은꼴?

2016.10.01 09:00:00

2015년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이제 인성교육은 한국에서 국가적 교육 의제가 되었다. 같은해, 유엔과 유네스코는 세계시민교육을 2030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추진해야 할 글로벌 교육 의제로 설정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의 공통점
먼저 공통점을 살펴보면,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 모두 지식 위주의 인지 역량(cognitive skill) 중심 교육을 넘어, 인성과 시민성이라는 비인지적 역량(non-cognitive skill)을 배양하는 교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인성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둘 다 가치 지향적 교육이지만 지향하는 핵심가치와 덕목이 다르다.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그리고 예(禮)·효(孝)·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것이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이라고 인성교육진흥법 제2조에 기술되어 있다. 반면에 세계시민교육은 지구 공동체와 인류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sense of belonging)과 연대감을 배양하며, 평화·인권·민주주의·정의·차별 금지·다양성·지속가능성 등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도록 교육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상정하고, 예(禮)·효(孝) 등 한국 유교 문화 전통을 반영하고 있는 반면, 세계시민교육은 세계 공동체를 상정하고 그 속에 사는 인류의 평화·인권·민주주의·정의·차별 금지·다양성·지속가능성 등 보편가치를 배양하는 교육이다.

유럽은 시민교육, 한국은 인성교육 강조
인류 역사에서 대체로 인성교육은 대가족 공동체와 마을 공동체, 그리고 종교가 담당해왔다. 그런데 오늘날 핵가족 사회가 되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고, 종교가 힘을 잃으면서 인성교육이 약화되었다. 한국에서는 도덕 과목이 학교 정규 과목으로 있으나, 실제영향력은 약하다 보니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서구에서는 ‘인성’을 대체로 시민교육(civic education)이라는 과목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아직도 종교가 법이요, 규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왜 유럽 국가들은 시민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한국은 인성교육을 강조할까? 아마도 기본 철학이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개인 윤리와 공동체 윤리가 연속되고,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신독(愼獨)·신언서판(身言書判)·인의예지(仁義禮智) 등이 좋은 예이다. 유럽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개인 윤리와 공동체 윤리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프랑스의 경우 정치인의 혼외정사나 연애는 사생활이라고 해서 국가 경영 능력과 별개로 치부한다. 대통령의 사생활이 정국 운영과는 무관하다는 사고를 한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공교육이 시민교육과목을 통해 공동체 윤리만 담당하고, 개인 윤리는 개인·가정·사회에 맡겨 두고 있다.

개인윤리와 공동체 윤리는 따로 생각해야 하나?
하지만 개인윤리와 공동체 윤리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개인윤리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친절하며, 깔끔하고, 정숙하며, 정직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이 있을 수 있다. 반면 국가·집단 차원에서는 상명하복·순종·전쟁과 침략·잔인함 등을 보인다면 높은 수준의 개인윤리가 민주주의 사회의 사회윤리나 세계 공동체를 상정하는 보편윤리로는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개인윤리와 사회윤리를 연계시키면 도덕군자가 통치하게 되어 유토피아가 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중세 유럽의 가톨릭·미국의 청교도정신·이슬람 근본주의·유대교 근본주의·조선시대 주자학·인도의 힌두교가 낳은 역사적 폐해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16세기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정치와 도덕의 분리를 주장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있다.

인도의 경우 힌두교는 훌륭한 정신적 가치와 교훈을 준다. 그러나 힌두교는 카스트제도를 뒷받침하여, 인간을 차별하고, 불가촉천민을 당연시한다. 오늘날 광신적 이슬람 근본주의는 자살 폭탄 테러도 정당화 한다. 이런 면에서 개인윤리와 사회윤리를 구분하고, 따로 생각하는 것이 더 진전된 공동체임이 틀림없다.

지구 전체로 확대된 한국의 공동체
그러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한국은 어떤 사회인가? 과학 기술·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한없이 작아져 진정한 지구촌(global village)이 되었다. 비행기로 하루 만에 지구 대척점에 도착한다. 온난화라는 전 지구 공동의 과제를 안고 있으며, 시리아 전쟁으로 인한 유럽 난민 문제, 브렉시트(Brexit) 등이 한국의 경제에 영향을 주는 세상이다. 불가피하게 한국인이 살고 있는 공동체의 크기는 한반도에서 지구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한반도는 핵심 공동체이고, 지구 전체는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한국의 인성교육도 ‘개인 윤리+한국 사회윤리+지구 공동체윤리’를 담아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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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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